쓰레기 무단 투기 골목길 꽃 심어…마을 축제로 화합

행복둥지 이야기 공모전 수상 후보작③ 양천구 신월1동 ‘곰달래꿈마을’

등록 : 2018-12-06 15:51 수정 : 2018-12-0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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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근처 대화하기도 불편한 마을

주차난·쓰레기 불법 투기로 갈등

순번제 밥상 차리기로 사람 모아

직접 쓰레기 치우고 꽃 심어 새 단장

2년 전 마을 축제 열어 소통과 화해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에 적극 참여

10대부터 90살까지 다양한 프로그램

‘노노 펜팔’로 어르신들 활기 있게


양천구 신월1동 ‘곰달래꿈마을’ 공동체 임원들이 사랑방에 모여 동네를 상징하는 피켓을 들고 웃고 있다.(왼쪽) 쓰레기가 많았던 골목길을 깨끗하게 치운 뒤 화분을 놓아 꽃향기 나는 골목으로 바꾸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행복한 골목길을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은 김포공항이 가까워 비행기가 지나가는 동안에는 잠시 대화가 중단되기도 하고, 양천구에서도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등의 소외된 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특히 초등학교를 비롯해 학교가 하나도 없어서 학령기에 접어들면 다른 곳으로 많이 이주해 젊은 사람이 없고, 좁은 골목길에 심각한 주차난, 불법 투기된 쓰레기들로 주민들 간 불신과 갈등의 요소가 많았다.

2013년 이런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주민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주거 환경 관리 사업에 도전했지만 사람들을 모으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모일 공간이 없어서 인근 교회나 카페 등을 전전하다가 협의체 초대 위원장이셨던 분의 상가 지하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맞벌이 가정이 많아서 다들 생업에 바쁘다보니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목요일마다 엄마표 밥상을 하면서 주민이 모이기 시작했다. 음식 솜씨가 좋은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순번제로 일일 셰프가 되어 본인들이 가장 잘하는 요리를 대접했다. 밥상의 힘은 위대했다. 밥을 같이 먹으면 빨리 친해진다더니 사실이었다.

여러 번의 워크숍 끝에 처음 한 일은 무단 투기 쓰레기 해결이었다. 아파트가 아닌 저층 주거지 밀집 지역에는 어디서나 느끼는 큰 문제이기도 하다. 제일 문제가 심각한 골목길에 돗자리를 깔고 반상회를 했다. 주민 의견이 분분해 처음에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으나, 남 탓만 하지 않고 직접 쓰레기를 치우고, 그곳에 다시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화단과 골목길을 예쁘게 꽃으로 장식했다.

그랬더니 정말로 사람들이 그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되었고 주민들은 굉장한 자부심이 생겼다. 지금은 꽃 담벼락 위에 바람개비도 설치해 미관이 굉장히 좋아졌다. 사람들은 그 골목길을 ‘바람개비 길’이라고 하고 있고 그 바람개비 길을 보기 위해서 다른 지역에서 탐방을 오는 일도 종종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서울시에서 저층 주거지에서 쓰레기 문제를 잘 해결한 우수 사례로 여러 차례 발표를 했고, 2017년에는 안산 마을 만들기에도 초대돼서 부스를 운영했다.

양천구 내 다른 동에서는 거의 다 있는 마을 축제가 없어서 주민들 간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서 마을 축제를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고민하던 차에 골목길과 연결된 교회 앞마당을 빌려서 2016년 처음으로 ‘곰달래꿈마을 축제’를 하게 됐다.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마을 축제가 성황리에 진행되어 정말 기뻤다.

예산이 없어서 천막이나 집기류 등은 주민들이 아는 곳에서 빌려다 쓰고, 공연 등은 마을에서 만든 체임버오케스트라, 인근 태권도 학원의 아이들 참여, 학생들의 댄스 참여, 어르신들의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던 일들이 축젯날 발표 프로그램이 되었다. 주민들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진 공연이었지만 최고였다. 그렇게 시작한 마을 축제가 올해 세 번째로 성황리에 개최됐다.

상습적으로 침수가 되는 마을의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서울시 빗물 마을 조성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선정됐고,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에 동참하기 위해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시민이 에너지다’라는 슬로건을 캘리그라피로 써서 꽃담벼락에도 설치했다. 그래서 지금은 매달 22일 불 끄기 행사를 비롯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을 배워서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잘 실천하고 있다.

그 밖에도 우리 마을은 어린아이부터 90대 어르신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어르신들의 인문학 교실, 어르신 체조 교실, 노노 펜팔 등을 비롯하여 남자분들의 체력 증진과 단합을 위한 족구단 모임, 산악회가 있고 또 젊은 아기 엄마들이 좋아하는 ‘줌마들의 수다 다방’도 있다.

여기서는 각자의 재능기부를 통한 토털 공예 수업부터 연필 스케치, 수채화 교실, 도자기 교실 등이 있고 아이들의 공동육아 모임도 있다.

어린아이부터 장년층까지 참여하는 마을에서 3년 전에 만든 체임버오케스트라가 있는데, 올해는 마을 축제에 87명이 무대에 서기도 했다. 주로 경력단절 여성분들의 참여가 많고 저소득층의 아이들에게는 무료로 악기 대여도 해주고 있어서 동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도 참여 의사를 밝히는 분들이 많아서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체임버오케스트라는 파트별로 연습한 뒤 토요일에 다 같이 연습을 하는데 인원이 많아져서 공간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로 양천구청 내 각종 행사에서 무료 공연을 하고 있고, 동네의 경로당이나 요양원에 찾아가는 미니 음악회도 하는데 주민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

우리 마을에는 ‘노노 펜팔’이라는 어르신 모임이 있는데 일주일에 서너 번씩 만나셔서 인문학 수업에도 참여하시고, 건강체조도 배우고 계시다. 노노 펜팔 수업 중 한글을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이 한글 공부도 하며 편지쓰기를 했는데 ‘내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편지가 공모전에 당선되기도 했다. 요즘은 어르신들이 갈고닦은 춤 실력으로 양천구청 마을 행사에도 출연했다. 항상 즐겁고 기쁘게 사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너무 마음이 뿌듯하다.

또, 전입 주민을 위한 환영 행사가 있는데 작년 말에 이사 오는 날 아파트 입구에 현수막을 달아줬다. “영모야!! 어서 와~ 신월동은 처음이지. 겁~나 반가워 앞으로 우리가 함께할 모든 날이 아름다울 것이야~”라고 적었다. 이사 오는 날 영모씨는 창피하다고 난리더니 나중에는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집들이도 했고 지금은 마을에서 소개해준 아가씨를 만나 사랑을 키우고 있다. 내년에 결혼식도 마을에서 할 예정이다.

우리 마을은 오늘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미래를 내다보며 준비하고 있다. 주민 역량 강화를 위해 마을공동체 교육부터 협동조합, 사회적 경제 교육, 에너지 교육 등을 받았다. 마을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각종 행사에 일일마켓 등으로 참여했는데 처음에는 재료비도 못 건졌으나 지금은 장사를 아주 잘하고 있다. 마을에서 청년들과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마을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하고, 어르신들을 마을에서 돌보는 케어 시설을 운영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거의 6년 동안이나 마을활동을 했는데 아직도 마을활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민들 때문에 의기소침해지고 기운이 빠질 때도 있지만, 사람 때문에 힘을 얻기도 한다. 우리 마을이 여기 올 때까지 묵묵히 함께해주신 마을 주민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장미꽃을 준 사람의 손에는 장미 향이 남아 있다고 한다. 마을 일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따스한 마음들이 늘 은은히 흘러넘치길 바란다. 앞으로 저희 마을이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마을 문제 해결하려는 절실한 노력 돋보여”

현장심사 | 손지영, 변혜진 활동가

2017년 10월 말 곰달래꿈마을 축제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인 어린이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즐거워하고 있다. 곰달래꿈마을 제공

김은철·구미정·임효란·이규철씨 등 곰달래꿈마을 주민들은 밥상모임으로 마을 문제를 해결하고, 회원 증가, 모임 구성, 결속력 다지기 등에 노력하고 있다.

비행기 소음 피해가 크고, 쓰레기 문제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한 동네를 재미있고 행복하게 오랫동안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고자 주거 환경 관리 사업을 마을 사업으로 제안했다.

마을 사람들과 반상회를 열어 여러 가지 사업을 계획하며, 주민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깨닫고 해결하는 데 적극적이다. 주민끼리 문제는 공론장을 열어 해결하고 있다. 김은철 대표는 “우리 주민들이 했다”라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 현장 심사위원들은 운영진과 현장 인터뷰로 “김 대표가 지난 6년 동안의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주민과 함께 즐겁게 마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마을 사업으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컸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곰달래꿈마을로 법인을 만들어 센터 건립이 된다면 지역사회의 취약 계층을 위한 공동부엌을 만들어 밥상과 카페를 운영하는 등 지원과 공모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김 대표의 의지가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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