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가을 마을 잔치 8년 지속…한 달에 한 번 마을회의

행복둥지 이야기 공모전 수상 후보작⑤ 노원구 공릉동 ‘꿈마을 공동체’

등록 : 2018-12-06 16:02 수정 : 2018-12-0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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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결성된 주민+일꾼 모임

1년 두 차례 어린이·청소년 축제

가을 잔치는 청소년+마을 축제 성격

‘아이들 꿈, 지역사회 응원’ 취지

마을 빈터에 청소년문화센터 개설

마을의 열린 우물가 역할

재활용 매장 만들고 협동조합 결성

납골당 문제로 주민 갈등은 옛말


지난 4일 경춘선 숲길공원 기차박물관 맞은편 북카페 다락에서 김지원 꿈마을협동조합이사장(왼쪽 셋째)을 비롯한 다락 운영위원들이 “공릉동 ‘꿈마을 공동체’의 핵심 거점 중 하나인 다락을 더욱 즐거움이 많은 곳으로 만들자”며 함께 커피잔을 들어 보였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햇살 따스하고 하늘 맑은 5월이면, 노원구 공릉동 근린공원에서 신나는 축제가 열린다. ‘공릉동 꿈마을 어린이 큰잔치’, 일명 ‘와글와글 잔치’다. 황사와 미세먼지, 메르스 사태, 갑작스러운 폭우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을 때에도 마을 어린이 잔치는 지켜야 한다며 여덟 해를 이어왔다. 주민 조직인 ‘든든한이웃’이 어린이장터로 시작한 일이 마을을 대표하는 잔치로 커졌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마을 사람들이 함께 준비하고 함께 즐기는 어린이 축제. 이 신나고 흐뭇한 축제를 주최한 곳은 ‘공릉동 꿈마을 공동체’다. 공릉동 꿈마을 공동체는 2012년 7월에 결성된 공릉동의 지역협의체다.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의 제안으로 모인 지역주민들과 기존에 마을에서 열심히 활동하던 단체들과 일꾼들의 모임이다. (어린이 축제는 2011년 협의체에 참가한 한 단체가 시작했다)

든든한이웃, 도서관 일촌, 착한 바느질, 자연주의, 놀이동아리 가치놀자, 공릉지역 학교 학부모회, 북카페 다락, 마을과 마디, 극단 즐거운사람들, 노원나눔연대, 어린이책시민연대 노원지회, 행복중심생협, 나눔연대, 꿈마을풍물패, 한살림, 노원여성인력개발원, 다운복지관, 공릉종합사회복지관, 공릉어르신복지센터 등 다양한 지역주민 등 30여 개의 마을 단체와 소모임들이 참여하고 있다.

가을에는 ‘꿈나르샤 축제’가 열린다.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가 지역의 학교, 기관, 주민단체에 제안해서 함께 준비하는 이 축제는 “청소년의 꿈을 지역사회가 응원한다”는 생각으로, 청소년 축제와 마을 축제를 결합시킨 것이다. 여느 행사처럼 여러 문화 행사가 열리기도 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진로 상담 멘토로 참여하기도 하고, 학교와 청소년센터, 마을 곳곳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강의를 펼치기도 한다. 꿈마을 공동체는 자신의 일과 삶을 사랑하는 마을 사람들과 청소년의 만남을 축제라는 형식을 빌려서 자연스럽게 주선하며 “모든 인생이 훌륭하다”고 이야기한다.

꿈마을 공동체 사람들은 2012년에, 이틀 동안 ‘꿈나르샤 축제’를 개최하고, 9월9일 ‘공릉동 꿈마을 선포식’을 가졌다. 이날, 공릉동 사람들은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마을공동체’를 선언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태릉성당 건너 도로변 옹벽에 알록달록 색칠을 하고 “우리가 꿈꾸는 마을은 우리 아이들의 꿈을 함께 키워가는 꿈 공동체 마을이다”로 시작되는 꿈마을 선언문을 적어넣었다.

꿈마을 선언 이후로 공릉동에는 또 다른 이름이 생겼다. 바로 ‘꿈마을’이다. 공릉동 꿈마을에서는 이렇게 1년에 두 차례 축제가 열린다. 꿈마을 공동체 사람들은 축제를 준비하는 일 외에도 마을 걷고 인사하기, 새해 떡국 잔치, 꿈마을 풍물패, 실버 연극과 주민 연극 활동, 송년 감사의 밤 ‘공감’, 마을 재활용 매장과 북카페 운영, 손 마사지 자원봉사, 마을 사람들을 소개하고 연결하는 백인백색, 장애청소년문화행사, 마을 생산자 클럽 마디상회를 주축으로 한 경춘선길 아트마켓 꿈길장 등의 활동을 주민의 힘으로 펼치고 있다.

여러 활동을 준비하고 진행하기 위해 꼭 한 달에 한 번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이는 마을회의를 개최한다. 이렇게 모인 힘은 공릉꿈마을협동조합과 되살림협동조합을 탄생시켰고, 주민들이 만들고 운영하는 꿈마을여행단, 꽃다방, 북카페 다락, 착한바느질, 동네 서점 지구불시착 등 마을 상점을 만들어내었다. 꿈마을공동체는 지역 대학과 초·중·고등학교, 청소년센터, 복지관, 도서관, 주민센터 등과 손잡고, 재미난 활동을 이어가기도 한다. 마을 활동에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하는 것도 공릉동 꿈마을의 특징이다.

우리 마을에 이런 변화가 생기기까지 빼놓을 수 없는 일은 마을 빈터에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가 들어선 사건이다.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는 노원구립 시설로 도서관이며, 청소년문화센터다. 센터의 긴 이름을 줄여서 ‘공터’라 한다. 공터는 마을의 열린 우물터이기도 하다. 꿈마을 사람들은 이 공용의 우물터에 모여서 마을의 작은 변화를 쌓아왔다. 2010년 12월 임시 개관한 공터가 벌써 8년, 꿈마을 선언은 7년이 되었다.

새로운 공공건물에는 어떤 마력이 있는지 먼저 찾아와서 말을 걸어주는 개인들이 있었다. 공터의 일꾼들은 주민들을 환대로 맞이하려 노력했고, ‘든든한이웃’과 ‘도서관 일촌’이 되었다. 이 두 그룹은 공릉동 꿈마을의 씨앗이 되었고, 점차 마을에 뿌리를 내리며 다른 이웃들과 관계를 맺어갔다.

주민들은 우발적이었지만 관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공동체 활동을 거듭 만들어냈다. 든든한이웃은 재활용 매장을 만들고 운영한다. 재작년에는 결국 되살림 사회적협동조합까지 만들어냈다. 되살림매장 운영으로 모인 돈은 지역 청소년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쓰인다. 청소년과 함께 ‘마을 사람책’을 만드는 프로젝트 비용이 되기도 한다.

꿈마을 여행은 ‘우리 마을을 잘 알아보고, 청소년에게 잘 알려보자’라는 취지로 생겨났지만, 이제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공동체 투어 상품이 되었다. 마을 해설사들은 여행 코스 발굴을 위해서 동네를 수없이 돌고, 자료를 조사하고, 지도를 만들며 공릉학(學)을 하고 있다. 잘 찾아가지 않던 공간과 사람을 이어내고, 숨어 있는 이야기까지 알게 되었다.

도서관 일촌은 어린이와 이웃을 책 그리고 도서관, 마을과 연결해낸다. 연말 헌책축제와 수수한 책방이라는 이름으로 헌책방을 운영해서 번 돈은 노원나눔연대가 매년 해오는 12월 산타 보내기 행사에 후원한다. 북카페 다락, 꽃다방, 다운복지관, 공릉복지관, 지역아동센터, 작은도서관, 행복발전소, 학교, 주민센터에서 벌어지는 여러 활동이 서로 거미줄처럼 연결되고 있다. 착한바느질, 자연주의, 마디상회 등 주민 생산자들이 발굴되었고, 이들을 서로 연결하여 순환되는 경제생태계를 만들어 낼 조직이 필요했다.

그렇게 2016년 공릉꿈마을협동조합이 탄생했다. 첫 번째 사업은 ‘마을과 마디’라는 마을 식당이자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마을과 마디는 마을 생산자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또 동네서점 지구불시착과 함께 공간을 공유하면서 지역주민들과 청년들이 아끼는 문화 공간이 되었다.

공릉동 꿈마을 사람들이 꿈꾼 마을공동체는 사회의 보편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청소년을 중심에 둔 교육 공동체였다. 그런데 어린이와 청소년의 꿈과 행복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둘러앉으면서, 그 안에서 어른들도 함께 행복해지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모였고, 힘을 합했지만, 결국 우리 마을에 힘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

한때 납골당 설치 문제로 심각한 주민 갈등이 있었고, 돈 벌면 이사 가겠다고 말하던 서울 변두리 동네의 주민들이 대도시 속에서도 이웃과 인정이 살아 있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가며 들썩이고 있다. 지난 8년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이 공릉동에 있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친정 같은 곳”

현장심사 | 송미숙, 이근영 활동가

지난 8월 공릉동 무지개공원에서 열린 ‘꿈나르샤 축제’가 끝난 뒤, 마을 축제 기획단과 놀이단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왼쪽). 지난 6월 노원구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1층에 마련된 청소년 휴카페 ‘꽃다방’에서 카페 운영진들이 청소년 바리스타 교육을 하고 있다. 공릉동 ‘꿈마을 공동체’ 제공

공릉동 꿈마을의 핵심 공간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릉동에 공공기숙사를 지으면서 건물 한쪽에 마련한 5평짜리 공간이다. SH는 공간을 지역에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결국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가 주민의 의견을 모으고 여러 차례 회의해 협의한 끝에 이곳을 ‘다락’이라는 이름의 주민사랑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다락은 현재 20여 명의 운영진이 2인의 카페지기와 매니저·대표를 돌아가며 맡고 있으며, 월 1회 여는 월례회의에서 안건을 결정한다. 이곳은 마을 어른들의 쉼터이자 마을 여행의 출발점 구실을 한다.

또 이곳은 소모임 활동으로 자기 재능을 개발해 작가나 사업자로 활동할 수 있는 창구이며, 마을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간식을 먹고 놀 수 있는 놀이터이다.

엄마들에게는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친정 같은 곳이다. 또한 기숙사 학생들에게는 문제에 당면할 때마다 해결책을 알려주는 마을 사람들이 있는 도움의 공간이다. 하수구가 막혔을 때도 쓰레기 수거가 안 될 때도 학생들은 다락의 문을 두드린다고 한다.

다락은 한마디로 공릉동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서로를 연결하는 공간이며, 꿈마을의 꿈을 키워나가는 공간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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