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겨울밤이 더 아름다운 이유, 빛의 축제

전현주 기자가 ‘강추하는’ 가볼 만한 일루미네이션 현장 3곳

등록 : 2018-12-2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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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아들 손잡고

“두 번 잡으면 트리 반짝,

한 번은 별이 반짝한 것”

엄마의 속삭임이 정겹다

지난 22일 토요일 밤 종로구 청계천 일대에서 열린 ‘2018 서울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을 찾은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엄마가 손을 두 번 쥐면 트리가 ‘반짝!’한 거고, 한 번 쥐면 하늘에 별이 ‘반짝!’한 거야.”

“와, 정말 멋있다! 엄마 내년에 여기 또 오자.”

지난 22일 토요일 늦은 밤, 시각장애를 가진 아들의 손을 잡고 청계천 인파를 헤쳐 걷던 그의 어머니로 보이는 50대 여성이 환하게 웃었다. 바람처럼 스친 말에 재빨리 성함이나 묻고자 좇아 갔지만 두 사람의 표정을 보는 순간 그만 되돌아 섰다. 모처럼 누리는 환희의 순간은 누구나 방해받고 싶지 않기 마련이다.


종로구 청계천 ‘2018 서울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어느덧 2018년 끝자락에 섰다. 지나가는 한 해를 되돌아볼 때다. 미련을 훌훌 털고 2019년 ‘황금돼지해’를 맞이하기 위해 찬란함 가득한 ‘일루미네이션’(전광 장식·빛조명) 축제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부딪는 어깨와 타인의 웃음 속에서 나이 한 살 더 먹는 설움이 덩달아 달아난다.

서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빛 축제를 꼽자면 이맘때 종로구 청계천 일대에서 열리는 ‘청계천 일루미네이션’이다. 도심에 있어 어디서든 걸어가기 편하다. 둔덕을 연결해 올린 대형 빛조형물이 청계천 물빛과 만난 풍경도 그림 같다.

청계천 ‘2018 서울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현재 청계광장에서 장통교에 이르기까지 1.5㎞ 구간에서 ‘2018 서울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서울! 겨울밤이 더 아름다워진다'란 주제로 열린 올해 축제에서는 ‘드림쇼’(청계광장), ‘환희’(청계광장~모전교), ‘산타’(모전교~광통교), ‘축복’(광통교~광교), ‘희망’(광교~장통교) 등 총 5개 테마로 만든 일루미네이션을 볼 수 있다.

72개 병정 인형으로 장식한 ‘대형 트리’를 거쳐 2019년 새해를 알리는 네온사인, 대형 하트 구조물, 그 밖에 청계천을 가로지르는 모전교와 광통교 등도 ‘인증샷’ 남기기 좋은 장소다.

청계광장을 기준으로 오른편 길 따라 간이식당들도 늘어섰다. 떡볶이, 어묵, 국수, 닭꼬치 등 길거리 음식들도 축제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추운 날씨지만 자리마다 꽉 찼다. 여유가 된다면 서울광장까지 둘러보자. 다양한 공연과 50여 대의 푸드트럭, 110여 팀의 수공예 작가들이 준비한 상품을 구경할 수 있다. 네온 풍선, 머리띠 등을 파는 간이 상점에도 연인들이 몰렸다.

청계천 대형 조명장식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시민들.

31일 저녁에는 청계천 일대에서 ‘2019 해피 뉴이어 행사’가 열린다. 광교 아래에서 ‘사랑의 소망등 띄우기'가, ‘산타' 구간 인근에서 ‘사랑의 소원 적기' 등 체험 행사를 열고 있다. 축제는 2019년 1월1일까지 열린다.

서초구 세빛섬 ‘제1회 세빛 어메이징 일루미네이션 축제’

올해는 ‘세빛섬’도 일루미네이션 축제에 동참했다. 반포대교 남쪽에 복합문화공간으로 문을 연 세빛섬에서 날마다 오후 5시30분에 점등을 시작해 밤 11시까지 ‘제1회 세빛 어메이징 일루미네이션 축제’를 연다. 섬 전체가 빛으로 물든다.

너른 밤하늘 아래 한강 산책 묘미가 있어 남녀노소가 몰린다. 지난 23일 일요일 저녁 세빛섬에서 만난 김민성·김서희(23) 동갑내기 연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 보고 찾아왔다”며 반짝거리는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삼각대가 필수”라고 촬영 노하우를 전한 연인 뒤로 50대 부부가 지나갔다. 부부는 “지인 자녀의 결혼식에 왔다가 우연히 지나가게 됐는데, 와보길 잘했다. 가족들과 또 오겠다”며 만족스러운 평을 내렸다.

세빛섬 ‘제1회 세빛 어메이징 일루미네이션 축제’

세빛섬 안에 가빛섬, 채빛섬, 솔빛섬을 연결하는 4개 다리에서 소원, 행복, 행운, 희망의 의미를 담은 대형 빛조형물을 볼 수 있다. 높이 10.5m인 ‘세빛 105트리’를 비롯한 은하수 터널, 로맨틱 테라스, 무지개 다리, 황금 가든, 황금빛 주주랜드 등 6개 포토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샷 이벤트’를 열고 있다. 방문 사진에 #세빛섬 #세빛일루미네이션 #한강빛축제 등 해시태그를 걸어 본인 계정에 올리면, 12월31일까지 총 2명을 추첨해 호텔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서울 홍대’ 숙박권을 준다.

주차도 되지만 주말엔 조금 어수선할 수 있다. 걸어간다면 반포대교 남단 한강시민공원 입구에서 10분 남짓 걸어가면 된다. 2019년 3월3일까지.

광진구 ‘커먼그라운드’, 서울로7017, 명동·동대문에도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이 운영하는 컨테이너 복합쇼핑몰 ‘커먼그라운드’에서도 내년 2월 중순까지 일루미네이션 축제 ‘스태리 블루 그라운드’(Starry Blue Ground)를 연다. 30만 개 불빛으로 재현한 별빛 조명이 컨테이너 지붕을 연결해 광장을 장식한 광경이 색다르다. 컨테이너 3층으로 올라가면 발아래 펼쳐진 별조명을 감상하며 식사와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커먼그라운드 ‘스태리 블루 그라운드’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화한 서울로7017에서도 내년 2월28일까지 ‘별빛이 내리는 서울로'라는 주제로 일루미네이션 축제를 연다. 그 밖에 명동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본점에도 빛조형물에 점등을 시작했다. 명동성당 정원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정원에도 LED 장미가 일제히 빛을 뿜으며 행인들 발길을 붙잡고 있다.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사진 커먼그라운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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