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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은 ‘주거지’가 아니라 ‘기억’입니다.”
국립극단 ‘젊은극작가전’에 선정된 안정민(32) 작가는 오는 8~24일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하는 <고독한 목욕>을 집필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연극은 서대문형무소 옥바라지 골목을 다룬 전작 <구본장 벼룩아씨>에 이은 것이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수감된 자들의 가족 옥바라지가 역사성이 있는데도 ‘기록할 가치가 떨어진다’며 서대문형무소와 달리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오르지 못한 데 충격을 받았어요.”
<고독한 목욕>은 ‘국가 전복을 도모했다’는 이유로 1975년 사형 판결을 내린 지 18시간 만에 기습적으로 형을 집행한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다룬다. 고문으로 희생된 아버지와 그를 떠올리는 아들이 목욕탕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시간을 초월해 만나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그동안 흔히 봤던 상처받은 자들의 역사나 사건의 배후를 폭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보통 사람들’의 아픔을 세상에 드러낸 것이다. 작가는 ‘젊은극작가전’ 선정 당시에 ‘전통적인 서사구조에서 벗어나 대사를 시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도 피해자를 단순히 고통받는 자로 묘사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 말했다.
안 작가는 앞으로의 계획을 자신이 대표로 있는 단체명 ‘푸른수염’과 관련해 설명했다. “15세기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의 동명 동화에서 따왔어요. 별명이 ‘푸른 수염’인 귀족은 절대 열어보지 말라 했지만, 끝내 그것을 열어본 부인처럼, 열어보지 않으면 밝혀지지 않을 무언가를 세상에 공유하고 싶어요.”
■ 안정민은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했으며, 영국 런던의 로열 센트럴드라마 스쿨에서 공부했다. 극작가, 연출가, 배우 등 전방위로 활동하며, 현재는 창작집단 ‘푸른수염'의 대표다. 주요 작품으로는 <이방인의 만찬-난민 연습>(2018), <제2의 창세기>(2018), <달은, 아니다>(2017), <이방인의 만찬>(2017), <페미그라운드>(2016), < M의 멸망>(2016), <검은 열차>(2016) <이토록, 사사로운>(2016), <구본장 벼룩아씨>(2016) 등이 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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