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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찍은 마곡 서울식물원 전경. 지난 1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서울시 강서구 마곡지구에 들어선 서울식물원의 면적은 축구장(7140㎡)의 약 70배 크기인 50만4천㎡(15만2460평)다. 온실은 물론 열린숲, 주제원, 호수원, 습지원, 그 밖에 둘레 숲과 호숫가, 한강 전망 데크까지 전면 개방했다. 손대림 사진작가 제공
식물들이 춤춘다. 붉은 꽃은 더 붉게, 푸른 잎은 더 푸르게 변해 서로를 탐색했다. 농염한 열대식물들이 빼곡한 여름 정원, 바위와 사막을 탐사하듯 걷는 시민들은 뻘뻘 땀을 흘렸다. 여름은 짧다. 마곡 서울식물원을 찾았다.
‘새로운 형태의 도심형 식물원’ 목표
지난해 10월 강서구 마곡동 마곡도시개발지구에 조성돼 임시 개방으로 관람객을 맞아온 서울식물원이 1일부터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불볕더위가 찾아온 지난 26일 일요일 오후, 손님맞이 4주차인 마곡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는 아침부터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서울식물원은 휴식을 위한 공원이자 식물 종 보전과 연구를 위한 식물원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도심형 식물원’을 목적으로 문을 열었다. 이번에 정식 개원과 함께 관람 동선을 확장했다. 식물문화센터 대온실과 상설전시관뿐만 아니라 주제원, 호수원, 습지원, 열린숲까지 이른바 ‘축구장 70개 크기’에 이른다는 공원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비로소 서울식물원 전체를 볼 수 있게 됐다.
무료입장은 유료입장으로 바뀌었다. 그 때문에 지난 한 달 입장료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서울식물원은 어른 기준 5천원을 받는다.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30% 깎아줘 3500원에 들어갈 수 있다. 연인과 함께 온실을 보고 나온 김성찬(25)씨는 “한 시간 동안 둘러봤는데 너무 더워서 바깥으로 나와 쉬는 참이다. 수국정원이 보기 좋았다”며 “워낙 볼 것이 많아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주변인들에게도 한번 와볼 만하다고 추천할 수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정구(32), 이예진(35)씨도 “임시 개방 때 오고 다시 찾아왔다. 제로페이로 결제하고 들어왔는데, 입장권이 싸다고 생각했다. 다음엔 습지원까지 가볼 생각”이라 말했다.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 온실 전경.
반면 이승재(50)씨는 “소문보다 온실 규모가 작았다. 두 번 오게 하려면 입장료를 더 낮추거나 전시 콘셉트가 자주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1살 자녀와 함께 서울식물원을 찾은 이숙경(38)씨는 “아무래도 서울시에서 ‘제로페이'를 활성화하려는 전략 아니겠느냐. (조금 번거로웠지만) 저렴하게 평소 보기 어려운 식물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 아이가 신기해하고 좋아하더라”고 했다.
제로페이는 은행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현금을 이체하는 계좌이체 방식이다. 소상공인들이 카드수수료를 부담하지 않게 하는 ‘소상공인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현재 서울식물원에서는 제로페이 결제 부스와 카드·현금 결제 부스를 가까이 놓고 함께 운영한다. 이 때문에 카드·현금 결제 부스에 줄 서 있던 사람들이 현장에서 배너 광고를 보고 제로페이 앱을 설치했다. 제값 다 내고 보는 이는 거의 없었다.
발아시켜 반납하는 ‘씨앗 대출’ 흥미로워
‘씨앗 도서관’도 새로 문을 열었다. 식물문화센터 2층에 있는 씨앗 도서관은 다양한 씨앗과 표본을 수집하고 전시하며 식물 유전자원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는 전시 공간이다. 면적 102㎡ 공간에 토종 작물, 야생식물, 정원식물을 비롯한 400여 점의 식물 유전자원을 선보인다.
서울식물원 씨앗 도서관.
이 가운데 ‘씨앗 대출’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말 그대로 씨앗을 책처럼 대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자도 씨앗을 대출해봤다. 장부에 이름을 적으며 작은 방에서 키울 만한 식물은 뭐가 있을까 물었다. 씨앗 도서관 구본미 자원봉사자는 ‘편백나무’ 씨앗을 권하며 “무엇보다 씨앗을 ‘발아'시켜보는 재미가 목적”이라 설명했다. 씨앗은 편백, 잣나무, 소나무, 곰솔, 완두, 해바라기, 유채, 메밀, 타래붓꽃 중 고를 수 있다.
“나무는 오래도록 사람과 같이 성장할 수 있지 않나. 편백은 고유의 향도 좋고 아름다운 나무다. 실제로 자녀가 있는 부모나 정원 관리에 관심 있는 분들은 나무 씨앗을 많이 대출한다. 같이 나이 먹어갈 수 있으니까. 방문자 대부분이 씨앗 대출을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호숫가 산책로 등 걷기 좋은 길 천지
9호선·공항철도선 마곡나루역 하차
곧바로 진입 가능, 주차장은 안 넓어
숲정원 등 8개 테마 주제원 눈길
서울식물원은 앞으로 씨앗 대출 프로그램으로 식물 유전자원을 시민과 공유하고, 시민 참여로 씨앗 보전과 확산을 도모하려 한다. 안내데스크에 놓인 씨앗 대출 대장을 작성하면 누구나 1인당 씨앗 봉투(1g, 씨앗3~10립) 한 봉지를 대출할 수 있다. 씨앗 반납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추가로 씨앗을 대출하려면 먼저 대출한 씨앗을 키워 수확에 성공한 뒤 반납해야 한다. 반납 실적에 따라 대출 씨앗의 종류와 수가 늘어난다. 대출한 씨앗과 다른 씨앗을 반납해도 된다. 월요일은 쉰다.
도서관에서 대출 장부에 이름을 적으면 씨앗을 대출할 수 있다.
식물문화센터 스카이워크 인기 여전
서울식물원의 ‘꽃’으로 알려진 식물문화센터 속 대온실의 시각적 효과는 임시 개방 때와 마찬가지로 인기가 높았다.
높이 18~25m, 지름 약 100m에 이르는 둥근 온실은 축구장 하나 넓이와 맞먹는다. 온실 벽면은 1400여 가지 모양의 유리 3천여 장을 두르고, 지붕은 신소재 특수비닐(ETFE)로 덮어 채광을 좋게 했다. 오목한 접시 모양의 지붕에 빗물을 모아 식물을 키우는 데 쓴다. 온실 안에는 열대 기후대(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베트남 하노이, 콜롬비아 보고타, 브라질 상파울루)와 지중해 기후대(스페인 바르셀로나, 미국 샌프란시스코, 이탈리아 로마, 그리스 아테네, 오스트레일리아퍼스, 터키 이스탄불,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12개 도시에서 온 500여 종의 식물을 심었다.
열대관 안 지상 5m 높이로 솟은 공중보행로 ‘스카이워크’도 볼거리다. 상공에서 열대식물의 ‘수관’(나무줄기 윗부분 모양) 부분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하늘에 가까워진 만큼 체온도 후끈 오른다. 현재 열대관은 평균온도 28℃에 습도 60~70%, 지중해관은 평균온도 25℃에 습도 50~60%를 유지한다. 높은 온습도 속에서 하늘과 바다를 건너온 열대 식물이 빨리 뿌리내리게 하려는 것이다. 온실을 걷는 사람들이 연신 부채질하며 땀을 쏟는 이유다. 서울식물원은 앞으로 온실 적정온도를 3~8℃쯤 낮춰 관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온실 구역별로 설치한 작은 극장 부스도 눈에 띈다. 서울식물원이 준비한 기획전 ‘모두를 위한 식물극장’이다. 19세기 서양 귀족의 ‘하렘’이란 별명을 얻었다는 온실의 등장, 난의 관능미에 취해 강박적 수집과 집착까지 부른 ‘오키델릴리움’ 현상, 나아가 우리네 밥상에서 친숙하게 만나온 고사리가 특유의 ‘프랙털’(작은 조각이 전체와 비슷한 기하학적 형태)로 유럽 건축 고딕 양식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 등 인류사에 영향을 끼친 식물사 이야기도 사람들 발길을 붙잡는다.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 온실.
정원 넓어 감탄, 주차장 진입 아쉬워
무엇보다 식물문화센터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열린숲, 주제원, 호수원, 습지원, 그밖에 둘레 숲과 호숫가에서 산책로와 이어진 물놀이터, 저류지, 한강 전망 데크 등이 관람객들로 붐볐다. 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선이 교차하는 마곡나루역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고 광활한 대지를 구역별로 꾸며 걷기 좋게 만든 길이 인기 요인이다.
열린숲 방문자센터에서 유모차와 휠체어를 빌리면 온실까지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다. 느린 걸음으로 걷기 시작해 호수원 물가를 산책하고, 습지원을 지나 한강전망대까지 닿는 데 1시간 남짓 걸린다. 한국의 자연과 정원 문화를 주제로 꾸민 주제원에서는 숲 정원, 바람의 정원, 오늘의 정원, 추억의 정원, 사색의 정원, 초대의 정원, 치유의 정원, 정원사 정원 등 8개 테마로 꾸민 정원을 거닐 수 있다.
서울식물원의 큰 물줄기를 담당하는 호수원과 습지원은 습지 식물과 텃새를 관찰하는 생태 교육을 겸한다. 열린숲과 호수원, 습지원은 목줄과 이름표가 달린 반려동물만 배변봉투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주제원, 식물문화센터 안에는 반려동물이 들어갈 수 없다. 자전거와 전동휠은 어떤 곳에도 들어갈 수 없다.
주제정원 속 ‘치유의 정원’에서 만난 강선이(31)씨 부부는 “상당히 넓다. 최근에 근처로 이사 왔는데 언제든 걷기 좋은 넓은 숲이 생겼다는 데 만족한다”며 “오히려 실내에 있는 온실보다 볼 것이 많아 앞으로 시간이 지나 꽃이 가득 피면 운동 삼아 자주 올 것 같다”는 기대감을 표했다.
‘사색의 정원’에서 만난 윤강일(38), 신복희(39)씨 부부는 “정원이 크고 구역별로 잘 설계되었더라. 걷기 좋게 잘 만들었다”며 “다만 주차 문제 해결이 시급해 보인다. 진입로가 복잡하고 대기시간이 길다”며 대중교통수단 활용을 추천했다.
전문가급 프로그램도 선보여
서울식물원 정식 개장에 맞춰 수준 높은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전문해설사와 서울식물원을 함께 걷는 ‘하루쯤 숲여행’ 외에도 정원 설계부터 조성까지 8주 동안 이론과 실습을 겸비해 배우는 ‘나도 가든디자이너’, 계절별 정원 관리 기법을 배우는 ‘사계절 정원 관리’, 서울식물원 숲문화학교 야외 데크에서 진행하는 숲속 운동 프로그램 ‘요가 인더가든’, 식물 세밀화 그리기 과정인 ‘보타니컬 아트’ 등을 다달이 연다.
참가 자격에 제한은 없으며 수강료도 무료부터 1만~2만원 선으로 저렴한 편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식물원 누리집(botanicpark.seoul.go.kr)에서 안내한다. 프로그램 신청과 예약은 서울시 공공예약시스템(yeyak.seoul.go.kr)에서 받는다.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