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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외국 팬들과 조우
“여긴 전 세계 아미들의 성지”
서울과기대~행복주택 0.4㎞ 개통
6㎞ 경춘선 철로 완전 연결
지난 25일 오후 찾아간 경춘선 숲길 철길엔 웃자란 풀꽃 천지였다. 옛 화랑대 역사 근처에는 협궤열차와 증기기관차 등이 간이역 정취를 더했다. 경춘선 철길이 완전 연결돼 약 6㎞에 이르는 철길을 막힘없이 걸을 수 있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25일 오후, 노원구 공릉동에 남은 옛 간이역 ‘화랑대’ 역사로 갔다. 외국인 여성들이 철길 이곳저곳을 수색하고 있었다. 여성을 붙잡고 물었다. 이틀 전 베트남에서 왔다고 했다. “무슨 일 하세요?” “전 ‘아미’예요.” 군인이라니? 혹시 오늘 6·25전쟁 관련 한-베 양국 기념행사가 있었던가. 더위 먹은 질문을 할 뻔했는데, 여성이 덧붙였다. “우린 전부 방탄소년단(BTS) 팬이에요. 여긴 지금 전 세계 아미들의 성지예요!”
옛 낭만 철길 위에 오늘날 청춘들도
“환상적인 철길 공원이다!” “이날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연발하는 립, 클로에 LY, 청 크리스탈은 스물여덟 살 동갑내기다. 서울로 날아오기까지 벅차고 설레 잠을 설쳤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도 잘 모르는 ‘화랑대역’ ‘경춘선’을 한국어로 발음하고, 도심에서 한참 벗어난 이곳에 온 이유는 온라인에서 본 사진 몇 장 때문이다.
“환상적인 철길 공원이다!” “이날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연발하는 립, 클로에 LY, 청 크리스탈은 스물여덟 살 동갑내기다. 서울로 날아오기까지 벅차고 설레 잠을 설쳤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도 잘 모르는 ‘화랑대역’ ‘경춘선’을 한국어로 발음하고, 도심에서 한참 벗어난 이곳에 온 이유는 온라인에서 본 사진 몇 장 때문이다.
옛 화랑대 역사 협궤열차를 찾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여행객들. 방탄소년단(BTS) 팬이라며 리더 알엠(RM)이 다녀갔다는 숲길 칭찬이 자자했다.
올 초 방탄소년단의 리더 ‘알엠’(RM)이 여기 ‘경춘선 숲길’을 거닐며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고, “그 ‘스폿들’을 찾아 인증사진을 남기는 여행이다. 정말 덥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며 의지를 다졌다. 인도네시아 출신 말(23)도 홀로 바다를 건너 경춘선 숲길로 왔다. 먼저 온 아미들과 단박에 뜻이 통해 수색에 동참했다. 말이 건넨 스마트폰 사진 속 해사한 청년이 웃고 있었다. “이 사진이 여기 철길 맞죠?” 말이 물었다. 뻗어 질주하는 것이 운명이었던지 외국 청춘들에게까지 가닿는 경춘선이었다.
경춘선 숲길, 6㎞ 완전 개방 후 걸어보니
경춘선 숲길에 남아 있는 옛 이정표.
1999년 경춘선 복선 철도 착공과 동시에 무궁화열차 운행 중단 예정 소식이 떨어졌다. 온라인 철도동호회마다 아쉬움이 터져나왔다. 1930년부터 서울과 춘천을 내달려온 경춘선은 유독 청춘과 낭만을 상징하는 교통수단이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땐 군수물자를, 훗날엔 춘천102보충대로 신병을 실어 나르는 입영열차 구실을 했다. 1970~80년대 대학생들이 강촌이나 대성리로 엠티를 갈 때, 연인들이 가평이나 춘천 호반으로 데이트를 나갈 때도 경춘선에 올랐다.
2010년 12월20일 성북역~화랑대역 구간이 폐지되면서 버려진 철길이 슬럼화됐다. 쓰레기와 무허가 건물, 불법 주차 등으로 몸살을 앓던 땅에 변화가 온 건 2013년 무렵이다. 서울시가 7년 동안 총 3단계에 걸친 경춘선 숲길 공사를 시작했다. 구간 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행복주택을 짓던 터가 끊어져 있었으나 지난 4월 미완으로 남았던 0.4㎞ 구간(서울과기대~행복주택)까지 연결하며, 총 6㎞ 구간을 막힘없이 걷게 됐다.
역사를 전시관으로 꾸몄다. 차표 구경과 승차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단계별로 공사한 세 구간은 풍경이 다르다. 1호선 월계역이나 6호선 하계역에서 시작한다면, ‘경춘 철교’에서 서울 풍광을 먼저 시원하게 감상하며 도시 숲길로 나아가면 된다. 서울과학기술대 입구까지 온통 초록색 천지다. 무궁화호 객차 2량을 이어 만든 ‘숲길 방문자 센터’도 여기 있다. 혹여 관광객 소음에 민감할까 조심했지만, 동네 분들 헤아림이 넉넉하다. 산책 중 기자에게 말을 건 60대 여성은 “공원이 생긴 후 걷기 편해졌다”며 부처님처럼 웃었다.
경춘선 숲길 반대쪽 끝인 6호선 화랑대역에서 시작한다면 걸어서 10~15분 걸리는 등록문화재 제300호인 옛 화랑대 역사를 먼저 보고 걷는 것이 좋다. 간이역 정취를 충분히 즐기고 나아가면 된다. 철길 가득 덮은 꽃무리도 발길을 붙잡는다. 협궤열차와 증기기관차 등도 단골 사진 소재다. 전시 공간으로 꾸민 역사로 들어가면 옛 승무원 제복과 차표 등을 볼 수 있다.
철길 중간 구간에는 단독주택 밀집 구역과 공릉동 도깨비시장이 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 공방, 책방 등이 즐비해 경춘선 숲길 구간 가운데 가장 먼저 소문이 났다. 배는 보통 여기서 채운다.
경춘선 숲길 중간 구간엔 카페와 공방이 즐비하다(왼쪽). 주전부리가 유명한 도깨비시장도 있다.
기차로 지나치면 ‘풀밭’으로 뭉뚱그릴 장면도 ‘벌개미취, 쑥부쟁이, 구절초…’ 하며 하나하나 이름이 붙는다. 경춘선 숲길 여행의 매력이다. 걸어서 2시간 남짓이지만, 커피도 한잔 마시고 땀도 식히려면 넉넉히 세 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옛 화랑대 역사에서 구리시 경계까지 숲길도 관리하는 초로의 공원지기는 “뒤에서 걷든 앞에서 걷든, 철길만 따라가면 길이 나오니 사실 지도도 필요 없다”고 했다. 그래도 멋으로 남은 이정표 영향인지 누군가는 계속 철길을 헤맨다. 이 시각에도 철로를 수색할 아미들의 ‘좌표’도 정리하자면, 옛 화랑대 역사 앞 하늘색 협궤열차, 공릉동 도깨비시장 근처 나비 벽화 앞이 바로 ‘그곳’이다.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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