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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요?”
만성질환을 겪는 아픈 사람들을 되돌아보는 전시 ‘틱-톡’(~8월31일, 온수공간)을 기획한 유은순(35)씨는 기획 동기를 이렇게 밝혔다. 유 기획자는 스스로 장기간 치료해야 하는 질병 때문에 2년 전 휴직하고, 1년간 치료받은 뒤 작년 6월에 복직했다. 하지만 사회는 그에게 9시부터 6시까지 일하거나 쉬어야 하는 두 가지 선택지만 제시했다.
아픈 사람을 고려한 다른 선택도 있을 텐데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아쉬웠단다. 결국 “남들도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고민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을 전시에 담은 것이다.
틱 장애가 시계처럼 다가온다는 의미로 ‘틱-톡’을 전시 제목으로 지었다. 여기엔 스스로 후천성면역결핍증(HIV) 감염을 밝히면서 날마다 투약 시간을 집요하게 기록한 이정식(33)씨와 10여 년 전에 낙마 사고로 하반신 마비의 고통을 극적으로 이겨낸 홍기원(42)씨 등 작가 5명의 평면 23점, 영상 4점, 설치 1점, 퍼포먼스를 공개한다.
근육통성 뇌척수염(ME) 때문에 몸의 한계를 고백한 책 <거부당한 몸>(2013)의 작가 수전 웬델이 인용한 “삶의 속도는 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2차적인 사회 구성물”이라는 말에서 유씨는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정상적이지 않은 몸 상태라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데, 예스 아니면 노라는 이분법 논쟁만 가능했다”며, 그렇다 해도 전시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장애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만성으로 질병을 앓고 있는 경험을 전시에 끌어들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했지만 누구나 아픈 당사자가 될 수 있어요. 이런 분들이 사회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경험함으로써 그들이 사는 모습을 같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 유은순은 홍익대학교에서 회화와 예술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코디네이터로 일한다. 2016 비평페스티벌에서 ‘그래파이트 온 피크’상을 받았고, 2018 두산큐레이터 워크숍 기획전 ‘유어서치: 내 손 안의 리서치 서비스’를 공동기획했다. ‘틱-톡’은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