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문제에서 도시 안전까지…세계 도시 별별 이야기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9월7일~11월10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돈의문박물관마을·세운상가 등지에서 열려

등록 : 2019-10-1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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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많은 멕시코에선 ‘안전 도시’ 강조

전력 부족 필리핀에선 ‘전봇대’ 재현

‘난민촌’ 세계문화유산 등재 프로젝트도

체험 통한 ‘현대 도시의 미래 이해’ 기회



지난 3일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한창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주제전’을 찾은 시민들이 건축사사무소 매스스터디스가 설계한 ‘밤섬 당인리 라이브’ 프로젝트를 살펴보고 있다.

지금 세계 도시들은 무슨 문제와 싸우고 있을까? 국적을 넘은 협업과 ‘집단성’으로 함께 풀어나갈 수 있을까?

도시와 건축을 주제로 두 달 동안 열리는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지난 9월7일 문을 연 뒤 축제 두 달차로 접어들었다. 비엔날레는 11월10일까지 문을 연다.


‘집합도시’(Collective City)를 주제로 열린 올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주제전’과 ‘도시전’으로 크게 나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돈의문박물관마을 두 곳을 중심으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세운상가, 서울역사박물관 등지에서 80여 개 도시에서 온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세계 도시들이 직면한 ‘난제들’ 이른바 사회·환경적 문제부터 주택난, 교육·의료 접근성의 불평등까지 폭넓게 자문하고 담론하는 자리다.

우선 옛 돈의문(서대문) 터에서 동대문까지, 도심을 일직선으로 가로지르는 옛길 거점마다 세계 도시 문제와 대안을 궁리하는 프로젝트가 들어섰다. 지난 3일, 80여 도시에서 제안한 ‘건축실험’은 서울과 어떤 접점을 만들고 있는지 돌아봤다.

돈의문박물관마을 곳곳에 설치된 출품작들.

서울에 스민 세계 도시 건축실험

“이 팀은 ‘난민촌’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대요. 보통 난민촌은 문제나 동정의 장소이지 보존의 장소로 보진 않잖아요. 무슨 얘긴가 싶어 아이들과 영상을 보고 있었어요.” 이날 오전 DDP에서 만난 대만 관광객 메이가 말했다. 서울 여행 차 가족과 DDP에 들렸다가 자연스레 전시장을 방문했는데, ‘난민 헤리티지’ 프로젝트에 ‘꽂혀’ 머물고 있었다.

탈식민건축미술레지던시(DAAR)가 제시한 ‘난민 헤리티지’는 팔레스타인에 형성된 ‘데이셰 난민촌’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지난 2년의 노력을 시청각물로 구성했다. 난민촌이 지닌 도시 구조와 역사를 지속적으로 추적·공개하는 일이 인도주의적 관점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주제전’에서 만날 수 있는 48개 출품작 가운데 하나다. “서울에 놀러와 난민 문제를 접한다는 건 흥미롭죠. 세계 도시가 연결되었다는 뜻 같고요.” 메이가 덧붙였다.

건축사사무소 매스스터디스에서 내놓은 ‘밤섬 당인리 라이브’도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강 밤섬과 옛 당인리발전소 일대 도시 재생 계획을 섬세한 대형 모델로 만들어 공개한 덕이다. 이미 전시장을 다녀간 시민들은 패널 벽면에 설계자들에게 보내는 메모지를 수십 장 붙였다. “자연과 도시가 하나로 어울릴 수 있도록 설계해주세요.” “시민들을 위한 또 하나의 공원 조성을 찬성합니다.”

오후 3시 ‘도시전’이 열리고 있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은 휴일 나들이객으로 북적였다. 특히 아이들이 질문을 쏟아냈다. 작가 닉 소어스가 출품한 <소리의 도시: 먼지의 도시>는 ‘버닝 맨’ 축제로 유명한 미국 네바다 사막의 ‘블랙 록 시티’에서 받은 영감을 아크릴과 여러 음향요소로 구성한 작품이다. 스피커에 다닥다닥 붙어 귀를 기울이는 아이들 표정이 일그러지고 풀어지길 반복했다. 그 밖에 지진을 겪은 멕시코시티 출신의 작가 에드위나 포르토카레로가 ‘안전’을 강조하기 위해 설치한 <빅 이퀄라이저>, 홍수가 잦고 전력망이 부족한 마닐라에서 사용 중인 전봇대와 가로등 조명을 재현한 <상황 대응형 인프라, 도시 마닐라를 위한 새로운 대안> 등은 체험으로 현대 도시를 이해하고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출품작으로 꼽혔다. 두 자녀와 박물관마을에 온 여주홍(45)씨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도 구경할 겸 찾아왔는데 작품 설명이 조금 난해했다. 그래도 각국 도시가 가진 저마다의 문제를 아이들과 한 번씩 이야기해볼 수 있다는 점이 교육적인 측면에서 좋았다”고 말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비엔날레 출품작과 영상을 돌아보는 시민들.
돈의문박물관마을 ‘도시전’에서도 세계 80여개 도시가 직면한 화두를 볼 수 있다.

‘평양다반사’, ‘서울투어’ 등 진행 중

‘평양’ 패션과 디자인, 음식과 술, 놀이 등 도시 생활사를 훑어주는 행사도 눈여겨볼 만하다. 비엔날레 ‘도시전’ 가운데 하나인 <평양다반사>전에서 <조선상회> 토크콘서트가 한창이다. 분야별 전문가와 북한이탈주민, 서울시민이 만나 도시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다. 북한 전문가나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설명하는 북한 생활문화를 접할 수 있다.

지난 8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평양의 멋’을 다루는 유튜버 강나라씨, 북한이탈주민 청년 모임의 최장현씨와의 만남에 이어 22일에는 ‘평양의 놀이’를 주제로 얘기를 나눈다. 11월5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북한이탈주민들이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

그 밖에 ‘집합도시 서울투어’도 참가자들을 상시 모집한다. 한양-경성-서울 조선-대한-민국 성문안첫동네 등 서울의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6개 콘셉트의 ‘서울역사투어’와 인스타시티 성수 을지로 힙스터 지하도시 탐험 등 현대 서울의 모습을 각기 다른 관점에서 엿볼 수 있는 5개 코스의 ‘서울테마투어’로 구성해 운영한다. www.seoulbiennale.org.

글·사진 전유안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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