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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신공원 단풍은 고풍스럽고
창경궁 단풍은 화려하고 중후해
덕수궁 단풍 앞에선 절로 감탄사가
단풍도 장소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서울에도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공원, 고궁, 길, 산, 숲 등 서울 전역에서 ‘화르락’ 타오르는 울긋불긋 단풍 소식에 마음이 분주하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붉고 노란 단풍의 세상, 실내에만 있으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니 단풍 마중 한번 나가본다. 따듯한 차 한 잔 준비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단풍을 즐길 수 있는 서울의 단풍 명소를 두 편에 나누어 소개한다.
단풍도 피어나는 곳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다. 공원과 고궁의 단풍에서는 절제된 화려함이 느껴진다. 그 아래 있으면 고혹하면서도 차분해진다. 그 마음 흐트러질까 가만히 앉아 소곤댄다. 사부작 걷는 걸음도 느려진다. 단풍으로 잘 알려진 공원 4곳과 조선시대 궁궐 5곳을 소개한다. 단풍 명소 안의 단풍 명소, 그리고 단풍 명소를 바라보는 색다른 지점은 익숙한 풍경도 낯설게 만든다.
▶공원의 단풍
올림픽공원 팔각정과 단풍.
올림픽공원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의 가을은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과 올림픽공원 네거리 사이 인도에 줄지어선 은행나무 단풍으로 유명하다. 공원 안 낮은 언덕 같은 몽촌토성을 한 바퀴 도는 길에서 만나는 중후한 단풍도 볼만하다. 이미 잘 알려진 ‘나 홀로 나무’도 좋지만, 넓은 풀밭 한쪽에 서서 580여 번의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 한 그루 은행나무의 노란 단풍, 그리고 바람에 가지를 낭창거리는 수양버들을 한 틀에 넣어 보는 것도 잊지 마시길. 단풍 명소 속 단풍 명소는 팔각정에서 성내천을 따라 걷는 길목이다.
선유도공원. 은행나무 단풍길.
선유도공원
영등포구 양화동 선유도공원은 넓지 않은 터에 울긋불긋한 벚나무 단풍, 노란 은행나무 단풍, 갈색으로 물드는 메타세쿼이아, 은빛 억새꽃, 담쟁이 잎, 단풍나무 붉은 단풍이 어우러진 곳이다. 옛 정수장 시설 벽면을 물들인 담쟁이 넝쿨은 촬영 명소다. 단풍 명소 속 단풍 명소는 선유정에서 카페 나루로 가는 길목 왼쪽에 있는 붉은 단풍나무와 억새의 어울림이다.
서울숲공원 9번 출입구로 들어가면서 본 풍경.
서울숲공원
성동구 성수동1가 서울숲공원 9번 출입구로 들어가면 왼쪽에 작은 은행나무 군락지가 있다. 촘촘하게 들어선 은행나무가 작은 숲을 이루고 노랗게 물들었다. 은행나무 가로수 길과는 다른 분위기다. 은행나무 숲 의자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여유롭다. 사슴 방사장 육교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에 울긋불긋 물든 단풍과 수양버들 낭창거리는 가지가 어울렸다. 서울숲공원의 단풍을 색다르게 보려면 중랑천 건너 응봉산에 올라야 한다. 그곳에 서면 단풍 물든 서울숲공원이 한눈에 보인다.
사육신공원
동작구 노량진동 사육신공원은 조선시대 수양대군에게 왕좌를 찬탈당한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죽은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성원 유응부 김문기 등을 모신 곳이다. 단종을 향한 그들의 절개가 서려 있는 공원의 단풍은 고풍스럽기만 하다. 공원 내 의절사 입구 불의문 앞 커다란 나무 단풍이 중후하면서도 화려하다. 의절사 마당의 단풍은 햇볕을 받아 빛난다. 까치가 붉게 익은 감을 쪼아 먹는(겨울을 나는 새들을 위해 남겨둔 감을 까치밥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까치가 까치밥을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 게 단풍 명소 속 색다른 풍경을 즐기는 방법이다.
▶고궁의 단풍
활짝 핀 연꽃 모양을 닮았다고 하는 부용정.
창덕궁
종로구 와룡동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으로 들어가면 왼쪽과 오른쪽에 회화나무가 여러 그루 보인다. 기괴하게 가지를 뻗으며 자란 그 나무의 단풍도 볼만하지만, 가을 풍경의 백미는 후원 전체다. 애련지와 애련정, 애련지와 의두합을 한눈에 넣고 바라보는 풍경, 존덕정 주변, 단풍나무와 부용정을 한 장면에 넣고 보는 장면이 좋다.
창경궁 춘당지.
창경궁
종로구 와룡동 창경궁의 단풍은 화려함과 중후함을 두루 갖췄다. 창경궁 가을 풍경 중 으뜸은 춘당지 단풍이다. 단풍은 아니지만 함인정 앞 주목과 그 부근 향나무, 선인문 부근 회화나무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종로구 명륜3가 와룡공원 전망대에서 창경궁 가을 숲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멀리 보이는 숲에 궁궐 전각의 지붕이 뾰족하게 머리를 내민다.
덕수궁
중구 정동 덕수궁은 은행나무 단풍이 유명하다. 정문인 대한문으로 들어가면 눈앞에 은행나무 길이 펼쳐진다. 잎이 나무에 달려 있을 때도 좋지만, 백미는 바람에 ‘후두두’ 떨어지면서 공중에서 흩날리는 노란 단풍잎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다. 그때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우아’ 하고 감탄사를 흘린다. 덕수궁 조망 지점인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13층 정동전망대에서 단풍으로 가득한 덕수궁을 바라보는 것도 잊지 말기를.
경복궁 경회루.
경복궁
종로구 세종로 경복궁 단풍 중 으뜸은 향원정 단풍이다. 연못 둘레에 피어난 단풍과 정자, 다리가 어울린 풍경은 오래전 달력 사진을 장식하던 풍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사 중이라 그 풍경을 보지 못한다. 경회루 주변 가을 풍경을 즐기고 돌아가는 길에 광화문 앞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정원에 올라서 경복궁을 한눈에 바라본다. 궁궐 곳곳을 물들인 단풍 빛이 전각과 잘 어울린다.
경희궁으로 가는 길.
경희궁
종로구 신문로2가 경희궁은 5개 궁궐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다. 단풍 풍경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정문인 흥화문으로 들어서면 길 양쪽에 펼쳐지는 단풍 풍경이 볼만하다. 궁궐 뒤로 가면 경희궁 전각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각 지붕이 만든 선이 도심 빌딩이 만든 직선의 세상과 대조적으로 어울린다. 궁궐 뒤 작은 운동장에 있는 은행나무 노란 단풍이 가을 분위기를 낸다.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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