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생활에서 끌어낸 예술

생활예술인 페어 참가 정화영

등록 : 2019-10-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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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상상력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재료로 예술교육을 하면 어떨까?”

20년 전, 맞벌이 부부가 많고 생계가 중심인 마을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했던 정화영(43)씨가 ‘생활예술’에 빠지게 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 시작한 미술 심리치료를 하다가 어느 순간 새로운 수업 방식을 고민했어요.” 결혼 이후 육아에 전념하면서 새로운 치료 매개체를 고민했는데, 그때 눈을 뜬 것이 ‘직조공예’라 했다. “느리고 정적인 이 작업은 결과물도 예쁘지만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작업 과정이 매력적이에요. 다양한 색감의 실로 만든 촉감은 특히 미술치료에 맞죠.” 한동안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등 해외 결연을 위한 정기후원을 비롯해 장애인, 치매 어르신을 위한 봉사를 하면서 미술치유와 직조공예에 더욱 빠져들게 됐단다.

집 밖을 나서면 남들보다 길을 찾는 데 시간이 2~3배 걸리는 길치라고 말하는 정씨는 “몸은 피곤하지만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전문가의 공예와 차별화된 생활예술의 장점을 여기에 비유했다. “고가의 직조기에 한 올씩 쌓아 올리는 분야와 다르게 생활예술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도구를 활용하죠.” 어쩌면 평면보다 입체에 기반한 공예품이 많은 것도 생활예술의 본질 때문이라 설명했다. 덧붙여, 버려진 재료를 가지고 직조공예를 하면서 환경까지 생각하게 됐다며, 일석이조의 효과도 누리지 않냐고 되묻는다. ‘나홀로 취미족 모여라!’라는 문구를 보고 도전한 아마추어 생활예술인 지원사업에 당선됐고, 이제는 26~2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생활예술인 페어’를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취미를 가진 194명의 동호인과 오랫동안 준비했어요. 결과물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하루 종일 진행된 해커톤(끝장 토론·사진·가운데 붉은 옷을 입은 이가 정화영씨)까지 마쳤어요.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냥 좋아서 참여하기 때문에 생활예술 자체가 즐거움을 줍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 정화영은 대학에서 유아교육과를 전공했으며, 유치원 교사와 미술심리치료사로 활동했다. 예술을 매개로 환경교육에 관심이 있어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환경전문가 과정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민큐레이터 과정을 수료했다. 그동안 문화비축기지, 도봉구청,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직조에 관한 환경 수업을 했으며, 지난해부터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생활예술인에 선정돼 생활예술 해커톤에 참여해왔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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