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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완공되던 날 눈가를 훔치던 큰형

등록 : 2016-06-09 16:35 수정 : 2016-06-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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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11월, 모래내 위 신촌과 수색을 연결하는 사천교가 지어졌다. 완공되고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모두 나와 다리 구경을 했다고 한다. 서울시 제공
2016년 6월, 사천교 근방으로 경의중앙선이 지나가는 모래내 철교, 연남교, 모래내 고가차도 등이 연결되어 있고 홍제천 모래내 주변은 걷기 좋은 길이 조성되어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었다. 기억발전소 제공
아들만 여섯인 집 막내로 태어난 신영호(64)씨는 1950년대 말 살던 집이 철거돼 가재울로 이사를 왔다. 장손은 꼭 학교를 보내야 집안이 일어난다는 할머니의 신념에 따라 큰형은 홍제천 건너 신촌으로 학교를 다녔다. 형제들은 큰형의 등굣길에 나와 하교 시간까지 모래내에 앉아 빨래 심부름도 하고 모래 장난도 했다. 오리와 새들이 날아오면 새총을 만들어 쫓아다니기도 했는데, 운이 좋은 날에는 떠내려온 물건을 주워 집으로 가져갔다. 모래내는 영호씨와 근처에 사는 아이들에게 유일한 아지트였다. 동네 사람들은 냇가로 다니기 어려울 때면 가끔 모래내 철교를 건너가기도 했다. 안개 낀 아침, 영호씨의 큰형이 철도 사고를 당한 후에는 아무도 그 철교를 건너지 않았다. 다리를 다쳐 걸음이 불편한 큰형 때문에 그의 집은 남가좌동 버스 종점 옆으로 이사를 갔다. 한 달 뒤 사천교가 개통되자 형제들은 걷는 일 없이 버스로 홍제천을 건너다녔다. 세월이 흘러도 영호씨는 사천교가 완공되던 날, 다리를 구경하러 가던 길가에서 눈물을 훔치던 큰형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박소진 기억발전소 기획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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