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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남들과 똑같이 그려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일상의 한순간에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그림작가 김효찬(46)은 평상시에도 노트와 펜을 들고 다니며 순간을 포착한다. 그의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림체가 정해져 있지 않고 스토리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사람을 그릴 때는 얼굴에서 나타나는 감정이 풍부하게 보이는데, 그만의 왜곡된 곡선이 춤을 추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작가만의 느낌을 담아 역사를 기록한 <오래된 서울을 그리다>가 11월10일 발간됐다. 이 책은 조선시대 이후 역사를 배경으로 다양한 형태의 글을 써온 정명섭 소설가와 공동으로 집필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봄부터 늦가을까지 종묘, 서순라길, 덕수궁, 정동길, 수성동 계곡에서 내려오는 서촌과 벽수산장 등 서울의 곳곳을 누비며 기록했는데, 여기엔 3~4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8개의 탐방 코스를 소개했다.
“난독증이 있어 글을 집중해서 읽지 못한다”고 고백한 작가는 약점이 오히려 자신만의 그림체를 완성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여느 화가와 다르게 정규 과정을 밟지 않고 독학으로 마스터했으며, 왜곡되어 보이는 그의 그림은 어떤 것보다 대상의 특징을 잘 뽑아낸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미술 학원은 근처에도 못 갔어요. 건설회사 다니던 아버지가 퇴근할 때 가져온 청사진의 뒷면에 그림을 그리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대학 전공도 미술 쪽이 아니라며 오히려 “지도교수의 그림체가 주입식으로 각인되지 않았던 시간이 나에겐 천운이었다”고 말했다.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쏟아낸 그만의 그림체를 토대로 앞으로의 계획을 이렇게 드러냈다. “그림을 똑같이 그리는 ‘장인’보다 끊임없이 변하는 모습을 그리는 ‘천재 화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 김효찬은 일상의 한순간에서 느끼는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일상드로잉, 인물드로잉, 크로키 등 강의와 그림책 작업을 한다. 일러스트 책으로는 <유혹의 학교> <불교를 철학하다> <초딩도 안다 당신도 알 수 있다> <영화, 뉴욕을 찍다> 등이, 그림책으로는 <나는 개구리다> <괜찮아, 방법이 있어>가, 지은 책으로는 <펜과 종이만으로 일상드로잉> <펜과 종이만으로 인물드로잉> <펜과 종이만으로 어반드로잉> <하나로 연결된 삶>이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