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갇힌 생활, 숨통 틔워주는 나만의 산책길은?

전유안 기자가 추천하는 ‘튀는 침방울인 비말 염려 없이 조용히 걸어볼 산책길’ 5곳

등록 : 2020-03-0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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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 이상 ‘사람 거리’ 확보가 가능한 곳

남산성벽길, 소나무 숲속에 폭 안긴 듯

몽촌토성길, 인파 적어도 정취는 살아

선정릉 숲길, 사계절 고즈넉한 강남길

밖을 떠돌 땐 집이 그립더니, 집에 갇히니 밖이 아쉬운 요즘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민 과제인 이즈음, 사교 모임이나 종교 활동을 미루고 개인위생을 챙기는 1차 방역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다.

사실 이런 때일수록 꾸준한 운동으로 ‘면역력 기르기’가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쏟아지는 ‘인포데믹’(정보전염병·잘못된 정보나 악성 루머)으로 바깥활동이 영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비말(튀는 침방울) 염려 없이 조용히 걸어볼 산책길’에 대한 정보를 바라는 마음들은 더욱 높아진다.

이에 따라 2~3m 이상 사람 거리 확보가 가능하고, 대체로 한적하며, 도심에서 접근하기도 쉬운 길들을 모아봤다.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서울 속 차분한 봄기운을 탐색해본다.


한양도성 바깥으로 걷는 ‘남산 성벽길’

남산 성벽길.

사시사철 관광객이 붐빈다는 남산이지만, 한양도성 바깥으로 걷는 남산 성벽길은 흙길이 많아 평소에도 한적한 편이다. 폭 넓은 북측순환로나 남측순환로 따라 남산을 에둘러 걷는 길이 사람들 벗 삼아 말끔하고 활기차서 좋다면, 한양도성 외벽을 따라 걷는 성벽길은 남산을 가로질러 조금 더 고요한 숲속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성벽 축성의 특성상 바깥길이 안쪽길보다 지대가 현저히 낮다. 성벽을 통해 통행 많은 큰길과의 방어벽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가운데 소나무 숲속에 폭 안긴 듯 안정감도 느껴진다.

남산 성벽길.

동대입구 방향에서 오르는 쪽이 걷기 편하다. 신라면세점에서부터 성벽을 타고 걷거나 동대입구에서 순환버스를 탄다. 버티고개역에서 생태통로를 통해 진입하는 방법도 있다. 계단길을 지나 남산까지 오르는 소나무 생태길에 잠시 머물러 깊은숨을 내쉬어본다.

3·1운동 기억 더듬는 ‘북한산 역사탐방길’

북한산 역사탐방길.

‘3·1운동의 산실’이란 별칭이 붙은 봉황각과 의암 손병희 선생의 묘역을 품은 북한산 역사탐방길도 3월의 길이다.

봉황각은 1910년 일제에 국권을 뺏겼을 당시 의암 선생이 “10년 안에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1912년 완공한 3·1운동의 주요 거점이다. 당시 비밀리에 독립 의지를 다지기 위해 산중에 자리 잡았는데 오늘날 북한산 둘레길 인파와도 적당히 거리가 생겼다. 보통 우이동 만남의 광장 속 소나무 쉼터를 거쳐 봉황각, 4·19전망대, 근현대사기념관까지 4개 거점을 걷는다. 잠시나마 선열들의 독립운동 정신과 민주화운동 정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완만한 능선 따라 걷는 ‘몽촌토성길’

몽촌토성길.

송파구의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은 백제의 첫 도읍 터로 이름 높다. 특히 능선 편안한 몽촌토성은 사방에 장애물이 적어 바람을 그대로 맞는 덕에 겨울과 입춘 무렵 방문객이 줄어든다. 도톰한 언덕의 정취가 오히려 제대로 보이는 때다.

한성(서울)에 살던 백제인들은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안팎에 모여 살다가 죽으면 구릉 넘어 지금의 석촌동 고분군에 묻혔다고 전해진다. 백제인들이 말을 타고 달린 길은 오늘날 운치 있는 산책길로 정비됐다. 물을 끌어들여 만든 ‘해자’와 나무를 정렬한 ‘목책’은 왕성을 방어했던 흔적이다. 이제는 길의 일부가 되어 약 2000년 전 땅의 주인들과 만나게 해준다.

사계절 고즈넉한 공원 ‘선정릉 숲길’

선정릉 숲길.

선릉과 정릉 공원은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데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답사지로 유명해 붐빌 법하지만, 오히려 사계절 고즈넉한 정취가 빼어난 곳이다. 조선 제9대 성종과 그 계비 정현 왕후 윤씨를 모신 선릉과 제11대 중종을 모신 정릉이 있어 선정릉이라 불린다. 선정릉 숲길은 빼곡한 소나무 외에도 우리나라 고유종 개느삼, 병아리꽃나무, 산딸나무, 작살나무, 팥배나무 등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나무들 구경에 눈이 즐겁다. 길에 큰 굴곡이 없어 쉬엄쉬엄 한 바퀴 걸으면 1시간 남짓 걸린다.

해 질 녘 한산한 ‘노을공원길’

노을공원길

상암구에 있는 노을공원도 해 질 녘 동산이 고즈넉한 곳이다. 월드컵공원(총면적 228만4085㎡) 일부로 부지가 워낙 넓다. 1월 새해 해맞이 행사와 10월 억새 축제철 외에는 날씨 맑을 때도 한적한 편이다. 노을공원 안에 있는 노을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한강 물빛이 좋다. 한산한 서울 거리를 바라보며 코로나19가 물러난 따뜻한 봄을 기원해본다.

글·사진 전유안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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