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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인간다움은 무엇일까?”
‘주변의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는 인간 이기심의 이중적 잣대를 드러낸 <대신 목자>(6~15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의 한태숙(70) 연출가는 작품 의도를 이렇게 밝혔다. 동물원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버려서는 안 될 것을 버린 것에 대한 동조와 자책을 일깨우는 심리극이다. 어린이의 팔을 물어뜯은 늑대가 수사 도중에 우리를 탈출하는 소동이 발생한다. 늑대를 죽이라는 여론의 압박을 받는 사육사가 인간에게 버림받은 늑대를 풀어줬다고 의심받는다. 심지어 사건을 조사하는 수사관도 승진에서 배제된 채 자기극복을 하지 못하는 불쌍한 부류에 속한다. 남자에게 배신당한 어머니는 아들을 버린 과거가 있다. 그 남자도 지하철에서 자식을 잃은 상처를 안고 있다. 이처럼 등장하는 모든 배역이 ‘세상에 버려진 것들’로 가득 채워졌다. 어떤 이유로 이들을 극한으로 내몰았을까. “집 앞 야트막한 산자락에서 마주친 길고양이에게 비슷한 감정을 봤어요. 인간에게 내쫓긴 동물도 우리가 정한 잣대에서 벗어나 하찮은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 안타까웠거든요.”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을 더해 비정한 인간의 단면을 그려낸 설정은 40년 이상 이어온 한 연출가의 경력에서도 굵은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다. 자신의 첫 희곡이자 대표작으로 꼽히는 <서안화차>, 근친상간 때문에 죽음으로 귀결되는 <오이디푸스>도 내밀한 심리상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40년 전 일간지 신춘문예에서 희곡 분야에 등단했지만 기계적으로 반복된 방송작가 일에 상실감을 느껴 12년 만에 연극계로 돌아왔다. 컴백작도 자매의 경쟁심으로 범죄에 이르는 심리 스릴러로 정했다. “내가 원치 않았던 삶에서 보여도 보지 않고, 그동안 우리 사회에 당면한 상황을 외면하면서 살아왔던 인간의 부끄러움이 숨어 있어요. 우리가 스스로 정한 인간다움의 기준에 정답이 없어요. 연극을 본 모든 관객이 이런 인간 모습의 다양성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 한태숙은 서울예대에서 극작을 전공했다.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자장자장 자>(1981)가 당선된 뒤 12년 만에 뒤늦게 연극계에 돌아왔다. <레이디 맥베스>로 서울연극제 작품상·연출상, <서안화차>로 김상열연극상과 동아연극상 작품상·연출상, <오이디푸스>로 이해랑연극상, <대학살의 신>으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출상을 받았다. 현재는 극단 물리 대표와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