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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가 문 연 빈티지 가게 10여곳
“손님들에게 매번 감사하다는 말 들어”
엘리카메라
필름에 맺히는 감성 찾는 젊은층 많아
소백상회
‘세상에 하나’ 옛 물건 고르는 재미 쏠쏠
카메라 박물관 같은 연남동 ‘엘리카메라’ 쇼룸에서 강혜원 대표(가운데)를 만났다. 필름카메라를 배우러 온 20대 청년에게 직원과 함께 작동법을 설명하고 있다.
“아버지가 쓰시던 필름카메라를 장롱에서 발견했어요. 젊은 시절 친구분께 영업을 당해 할부로 샀다 하시더라고요. (웃음) 이 기회에 필름카메라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어요.”
19일 오후 빗줄기를 뚫고 빈티지 필름카메라 전문점 ‘엘리카메라’ 쇼룸을 찾은 김회준(23)씨가 미놀타 X-700을 조심스레 꺼내며 말했다. 기계 점검 후 한 시간에 걸친 1:1 강의가 시작됐다. 엘리카메라 강혜원(39) 대표는 “지난해 시작한 ‘장롱 속 카메라 꺼내기’ 프로그램이다. 신청자가 가득 몰려 예약이 다 찼다”며 “젊은층 관심이 이렇게 높을지 예상 못했다”고 놀라워했다. 오래된 물건들, 이른바 ‘빈티지’ 물건을 찾는 청년이 늘고 있다. 카메라, 인테리어용품, 문구류 등 빈티지 물건을 파는 가게들도 덩달아 인기다. 2016년 마포구 연남동 깊숙한 골목에 터 잡은 ‘엘리카메라’도 흐름의 중심에 있다. 1800~1900년대 독일, 영국, 미국 등지에서 생산된 빈티지 카메라를 전시한다. 카메라 체험과 대여가 위주다. 지척에서 일주일에 두 번 문 여는 2호점은 소량 판매도 하는데, 때마다 긴 줄이 늘어선다.
19일 오후 빗줄기를 뚫고 빈티지 필름카메라 전문점 ‘엘리카메라’ 쇼룸을 찾은 김회준(23)씨가 미놀타 X-700을 조심스레 꺼내며 말했다. 기계 점검 후 한 시간에 걸친 1:1 강의가 시작됐다. 엘리카메라 강혜원(39) 대표는 “지난해 시작한 ‘장롱 속 카메라 꺼내기’ 프로그램이다. 신청자가 가득 몰려 예약이 다 찼다”며 “젊은층 관심이 이렇게 높을지 예상 못했다”고 놀라워했다. 오래된 물건들, 이른바 ‘빈티지’ 물건을 찾는 청년이 늘고 있다. 카메라, 인테리어용품, 문구류 등 빈티지 물건을 파는 가게들도 덩달아 인기다. 2016년 마포구 연남동 깊숙한 골목에 터 잡은 ‘엘리카메라’도 흐름의 중심에 있다. 1800~1900년대 독일, 영국, 미국 등지에서 생산된 빈티지 카메라를 전시한다. 카메라 체험과 대여가 위주다. 지척에서 일주일에 두 번 문 여는 2호점은 소량 판매도 하는데, 때마다 긴 줄이 늘어선다.
연남동 엘리카메라 쇼룸.
엘리카메라 쇼룸에선 400대가 넘는 빈티지 카메라를 유리막 하나 없이 노출해뒀다. 누구나 만질 수 있고 셔터를 누를 수 있다. 강 대표가 13년 가까이 모아온 컬렉션이다. 창고에 카메라가 400~500대 더 있다. 하나하나 소중하지만 활짝 개방한 이유는 간단하다. 필름카메라를 폭넓게 체험한 손님이 많아야 필름 문화가 반짝하고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카메라 박물관에서나 볼 만한 1800년대 박스 카메라부터 현상소마저 찾기 힘든 무비 카메라, 올드 폴라로이드 카메라, 스테레오 카메라는 물론 롤라이플렉스, 엑사, 엑작타, 보이그랜더(포이크틀렌더), 코닥, 아그파 등 1940~50년대 전성기를 누린 빈티지 브랜드 카메라들이 방문객 손길을 기다린다. 강 대표가 2010년부터 3년 동안 영국 유학 시절 관계를 맺은 현지 거래처들 덕에 국내에서 쉽게 보기 힘든 공간 풍경을 만들었다.
강 대표가 컬렉션 1호를 손에 들었다. 영국 엔사인사에서 생산한 ‘풀뷰’다. “처음엔 이러한 빈티지 카메라의 외형에 빠졌고, 수집을 거듭하며 일종의 사명감이 생겼어요. 우린 보통 캐논, 니콘, 펜탁스 등 일제 카메라를 전부로 인식하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내구성은 충분함에도 프로모션에 실패해 추락한 카메라들, 기업 매각 과정에서 사라진 카메라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이 작업이 정말 재밌어요.”
강 대표는 학부 시절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다. 디지털 장점을 충분히 알지만, 오로지 필름에만 맺히는 감성을 놓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장롱에 있던 필름카메라를 들고 왔다가 어머니의 20대 청춘이 담긴 필름을 현상해 간 손님을 보면 뭉클하죠. 물론 불편해요. 조리개도 본인이 맞춰야 하고 인화엔 시간도 걸려요. 하지만 그 불편함이 매력이 될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과한 편리함에 익숙한 청년층을 끌어들이는 것 같아요.”
빈티지 인테리어나 소품 가게 주인들도 젊어졌다. 지난 3~4년 동안 서울에는 2030세대가 문을 연 빈티지 전문 소품 가게가 10여 곳 들어섰다. 방문객 역시 2030세대가 주를 이룬다.
후암동 빈티지 소품가게 ‘소백상회’는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예약 손님을 받는다. 2030세대 청년들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8년 용산구 후암동 골목에 문을 연 빈티지 인테리어용품 전문점 ‘소백상회’도 그 가운데 하나다. 코로나19로 예약제 방문을 시작했지만, 청년층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소백상회를 운영하는 두 자매 박초롱(35)·박보름(33) 공동대표는 어릴 적부터 할머니 댁을 오가며 본 한국 골동품 등을 하나둘 집에 들이다가 안목이 트였고, ‘취향’이란 기준 하나로 겁 없이 가게 문을 열었다고 고백했다. 보통 동생 박보름씨가 연 2회 해외 출장을 나가 발품 팔아 판로를 만든다면, 언니 박초롱씨는 물건 소개 문안을 쓰고 공간을 관리하는 등 공을 들인다. 박자가 맞는다.
소백상회 빈티지 성물들.
여기저기 쌓인 물건 덕에 ‘고개를 박고 고르는 재미’가 있다는 평이다. ‘고양이 작가’로 유명한 루이스 웨인의 19세기 오리지널 프린트, 성모상과 성수반 같은 19~20세기 성물들, 40~50년대 유럽에서 건너온 사용감이 멋스러운 거울 등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박초롱씨는 “손님들에게 매번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일이 흔치 않은데 이 일은 늘 듣는다”며 눈을 빛냈다.
“빈티지 매력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이라는 점이죠. 일회성이 아니라 개성과 취향을 다룬다는 게 젊은층에 인기인 것 같아요. 인테리어는 유행을 타지만 빈티지는 영원하잖아요. 오래된 재료 같아 보여도 단지 시간을 흉내 낸 것과 진짜인 것을 구별하기가 어려운데, 따라서 오랜 쓰임새를 알아주는 분들을 만나는 이 일이 큰 보람일 수밖에 없죠.”
글·사진 전유안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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