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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온라인과 택배 발달로 장소성 좁아져
골목상권 붕괴라는 극적 드라마 연출
평양
종합시장 30여개…시장 전성시대 맞아
시장 확산에 데꺼·옷촌 등 새 용어 등장
도시가 하나의 시장시스템으로 진화 중
도시를 지탱하는 핵심 동력은 무엇일까? 주민들의 기본적인 욕구, 즉 먹고 입는 것을 해결하는 소비 시스템이다. 소비재를 공급하는 시장의 로지스틱스(물류·배송)와 네트워크다. 프랑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1902~1985)의 말을 빌리자면, 시장은 도시가 거느린 기구 중 하나다. 모든 대도시는 자기에 걸맞은 규모의 공급과 소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서울과 평양의 ‘시장’은 소비 시스템의 혁신적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에선 대형마트의 등장, 온라인 시장과 로지스틱스의 혁신 속에서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의 붕괴라는 극적 드라마가 쓰이고 있다. 평양에선 2000년 대형 시장이 처음 등장한 이래 곳곳에 대형 종합시장이 들어섰고 평양의 시장은 전국적인 유통망, 국내외를 연결하는 시장 네트워크의 중심이 됐다. 이제 평양 경제활동의 중심엔 ‘시장’이 있다.
도시를 지탱하는 핵심 동력은 무엇일까? 주민들의 기본적인 욕구, 즉 먹고 입는 것을 해결하는 소비 시스템이다. 소비재를 공급하는 시장의 로지스틱스(물류·배송)와 네트워크다. 프랑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1902~1985)의 말을 빌리자면, 시장은 도시가 거느린 기구 중 하나다. 모든 대도시는 자기에 걸맞은 규모의 공급과 소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서울과 평양의 ‘시장’은 소비 시스템의 혁신적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에선 대형마트의 등장, 온라인 시장과 로지스틱스의 혁신 속에서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의 붕괴라는 극적 드라마가 쓰이고 있다. 평양에선 2000년 대형 시장이 처음 등장한 이래 곳곳에 대형 종합시장이 들어섰고 평양의 시장은 전국적인 유통망, 국내외를 연결하는 시장 네트워크의 중심이 됐다. 이제 평양 경제활동의 중심엔 ‘시장’이 있다.
서울의 남대문시장.
평양은 시장이 도시 변화를 이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만, 서울에서는 온라인쇼핑과 택배 등이 발달하면서 재래시장이 크게 위축돼가고 있다. 상품을 수송 중인 서울의 한 배달회사 직원.
2019년 9월 현재 서울에는 355개의 전통시장과 상점가가 있다. 여기에 대형마트 약 63개, 백화점 30여 개가 더해진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과 배송 시스템, 소비문화의 변화로 시장의 지리적 장소성은 점차 좁아지는 실정이다. ‘서울형 신시장 모델’을 내세워 서울시가 발 벗고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을 펼치지만, 소위 전통시장의 위상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반면 평양은 ‘시장의 전성시대’다. ‘종합시장’(공식시장)이 30여 개다. 공식시장은 북한 당국에 의해 공식 허가된 시장을 의미한다. 해당 도·시 당국이 허가한 장소에 건물과 시설을 갖추고 자릿세·장세를 내고 장사하는 곳이다. 이외에도 백화점, 국영상점, 직매점 등의 시장 영역이 있다. 물론 허가된 공식시장 이외에 다양한 시장이 있다. 도로나 길가에 있는 편의봉사 매대, 국영상점 매대, 집 매대, 시장 인근의 ‘막매대’ 등 다양한 형태로 늘어나고 있다.
2017년 6월 평양 보통강백화점 문구 진열대 앞에서 상품을 구경하는 어른과 어린이.
브로델의 말처럼 “시장은 모든 것을 가속화한다”. 시장을 통해 전국적인 유통체계가 작동하면서 물자와 사람을 나르는 운수운송사업이 발달했다. 권력기관의 허가를 받은 개인들이 차량을 사서 수익을 올리는 사설업체다. 돈주가 운영하는 민영시외버스 이외에도 택시사업도 성업 중이다. 시장 종사 인구도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다. 물건을 받아 넘겨주는 ‘뜀뛰기꾼’ ‘달리기꾼’, 이들을 실어 나르는 ‘벌이뻐스’, 거래를 연결해주는 ‘몰이꾼’, 수입상품을 통째로 들여와 파는 ‘차판장사꾼’, 흥정을 대행하는 ‘거간꾼’과 ‘데꺼’, 시장 앞 살림집을 이용해 통제물품을 파는 ‘살림집밀매꾼’ ‘옷촌’ ‘가방촌’ ‘신발촌’ ‘술촌’ ‘담배촌’처럼 특정 물건을 만들어 파는 시장 ‘촌’도 형성돼 성업 중이다.
이밖에 개인집에서 거래하는 개인기업 형태, 물건을 보관해주는 ‘창고업’, 살림집을 임대하는 ‘임대업’, 흥정 및 숙박 장소를 제공하는 ‘숙박업’, 거래 장소로 안내하고 수고비를 받는 사람, 시장으로 물건을 날라주는 ‘손수레꾼’, 건설이나 잡부를 알선하는 ‘가대기’, 이발업, 자전거수리업 등은 시장이 만들어낸 새로운 직업들이다.
평양의 한 종합시장.
2017년 초 현재 평양을 포함한 북한 전체의 종합시장은 404개다. 북한의 도별(평양직할시, 남포특별시, 나선특별시) 평균 시장 개수는 33.7개였다. 평안남도가 65개로 압도적이다. 평양직할시와 남포특별시를 포함하면 116개로 전체 시장의 4분의 1이 평안남도에 있다. 북한 27개 도시에만 총 176개의 공식시장이 있다. 전체 시장 중 44%다. 도시마다 평균 6.52개로 지방 군(郡)에 1.58개 있는 것과 비교하면 4배가량 많다. 평양시는 총 30여 개로 단일 시로는 가장 많다.
북한의 시장은 한 곳당 평균 5만6699명을 소비층으로 두고 있다. 평양시가 시장 한 곳당 10만8510명이다. 전국 시장의 전체 면적은 183만9582㎡(55만6474평)로 추정된다. 한국의 경기도 고양시 일산 면적(157만4천㎡)보다 크며, 여의도 면적(2.9㎢)의 3분의 2 정도에 해당한다. 시장 한 곳당 평균 면적은 4630㎡(1401평) 정도로 한국의 시청 광장(1만3207㎡), 잠실야구장(1만3880㎡) 면적의 3분의 1 정도다. 최대 면적의 시장은 청진의 수남시장(2만3487㎡)이다. 한국의 동대문시장(1만4437㎡)보다 큰 규모다. 북한 전국에 한국의 동대문시장 대지 면적 규모의 시장이 총 9개 정도 운영 중이다. 평양시 낙랑구역 통일거리시장(1만6032㎡)은 면적으로만 전국 순위 6위다.
평양의 시장들은 대체로 2000년에서 2005년 사이 설치됐다. 최초 대형시장은 송신시장이다. 동평양 지역에 있지만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에 경공업 공장이 다수 위치하고 농촌과도 가까워 농산품이나 상품 원자재 수급이 수월한 지역이다. 위로는 평성, 아래로는 사리원과 해주 등 다른 도시 대형 도매시장과도 연결된다. 평양의 시장들은 기능별로 분화돼왔다. 주로 공업품을 취급하는 선교시장, 고가 수입품을 취급하는 통일거리시장과 중구시장, 종합소비시장인 송신시장, 농산물 도매시장인 사동시장 등이다.
이런 분화는 구역별 거주 인구의 특성을 반영한다. 보통 중구역은 권력기관이 밀집해 있어 고위관료, 무역일꾼 등이 산다. 평천구역은 외교관이나 예술인들이, 모란봉구역은 작가, 예술인, 일본 귀국자가, 만경대구역은 사적지 및 예술인·체육인들이 살며, 대동강구역은 대학교가 많아 학생이 주로 거주하는 대학거리가 조성돼 있다. 낙랑구역이나 선교구역은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한다. 구역별 거주인구의 직업군과 소비수준에 따라 시장이 분화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 들어 시장 친화적 정책을 펼치면서 큰 시장들이 시내 중심으로 이전하거나 중심에 신규 건설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평양시 전체 시장 분포를 보면 대동강 변이나 구역별 중심에 입지하는 경우가 많다. 감추고 통제해야 하는 대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장소로 보는 것이다. 북한에서 시장화는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시장화를 통해 특정한 경제적, 사회적 행동양식이 만들어졌고, 이러한 행동양식은 일정한 시간을 경과하면서 지속적으로 삶의 패턴을 변화시켜왔다. 이것은 새로운 공간구조 변화로도 나타난다. 평양은 도시 자체가 하나의 시장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사진 연합뉴스, <한겨레>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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