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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요.”
자신을 대학생과 예술가의 경계에 서 있는 작가라고 소개한 고안철(29·사진 맨 오른쪽)씨는 최근 주목받는 ‘청년예술’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학 졸업 뒤, 어렵게 작업해도 발표 기회조차 얻기 힘든 사례를 경험하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시립미술관에서도 청년과 관련된 기획 사업을 열기도 하지만, 대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예술가들이 참여하기란 쉽지 않죠.” 제주도 출신의 그가 지난해 열었던 첫 개인전 ‘히어, 데어 앤 에브리웨어’(Here, There & Everywhere)도 어떻게 보면 비슷한 맥락에서 출발한 것이다. 반출이 불가능한 현무암을 제주도 밖에서도 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 것인데, 이는 청년예술가들이 전통적인 화이트큐브에서 벗어나 대안공간에서 꿈을 펼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 것과 비슷하다. 이처럼 청년예술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당사자들의 네트워크 집단인 ‘콜렉티브충정로’로 이어졌다. 이 모임은 6월 말에 문을 여는 청년예술가 교류 공간인 ‘청년예술청’에서 기획한 것인데, 여기서 고씨는 정책워킹그룹에 참여하고 있다. 청년이 많이 모이는 을지로와 홍대의 경계에 있는 청년예술청(서대문구 경기대로 26-26)의 의미처럼, 초년생과 기성 예술가의 경계에 있는 청년예술가의 고민을 담은 셈이다. 이는 향후 청년예술청에 운영 방향을, 앞으로 전개될 청년예술 정책에 중대한 길라잡이 역할을 제시할 것이다. 이런 뜻에서 고씨는 청년예술가의 고민을 담은 상상포럼 ‘엔(N)년 뒤 문화예술 지원정책이 전부 사라진다면’(8일 오후 2시, instagram.com/collective_chungjeongro)을 준비했다. 포럼에는 공공기관 의존이 높아지는 예술계 현실에 대한 자조와 획일화된 구조를 탈피하는 바람을 담았다. 자신도 언젠가 청년예술이라는 껍질을 벗겠지만, 당사자는 청년예술의 미래를 이렇게 상상했다. “예술정책에서 ‘청년’이라는 말이 사라질 때, 비로소 청년예술정책이 완성될 거예요. 사회적 배려의 대상자로 호명되지 않고, 세대와 경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예술 활동을 하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글·사진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고안철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했다. 주요 전시로는 ‘CRR’ ‘히어, 데어 앤 에브리웨어’(이상 2019년)가 있으며, 청년예술청 개관 준비단 ‘콜렉티브충정로’의 정책워킹그룹과 비영리단체 ‘예술대학생네트워크’ 기획팀에 소속돼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