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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 ‘카’(E.H. Carr)의 말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과거에 말을 걸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 준다. 카의 말을 빌리면 “역사는 역사가의 해석이고 인간의 역사는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이다. 역사는 언제나 현재의 관점에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이 말은 역사를 제대로 알면 현재를 제대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했다. 곧 다가오는 여름방학에 아이의 손을 잡고 가까운 박물관을 찾아 역사를 보여 주자. 과거의 지혜에 함께 무릎을 치고, 가슴 먹먹하게 하는 안타까운 역사를 함께 경험해 보자. 불쑥 마주한 과거가 어쩌면 아이가 걸어야 할 미래를 밝혀 줄 등대가 될 수도 있다. 글 박찬희 자유기고가
전쟁기념관
아이에게 맞는 박물관은 따로 있다
서울에만 117개(2014년 기준)의 국·공립 박물관이 있다. 내 아이에게 알맞은 역사박물관을 고르려면 먼저 아이의 관심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아이의 나이와 교과과정도 고려하자.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직접 만져 보고 움직여 볼 수 있는 박물관을 선택해야 아이도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3학년부터는 교과와 연계된 박물관을 찾으면 학습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고학년이라면 역사적 맥락을 잡아 생각하는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었으니 역사박물관을 선택해도 무리가 없다.
박물관을 찾기 전 사전정보 입수는 필수
한국박물관협회(www.museum.or.kr), 서울 박물관·미술관(gomuseum.seoul.go.kr) 누리집을 먼저 방문하자. 상세한 박물관 정보와 함께 방학에 준비되는 프로그램도 알 수 있다. 특히 특별전이나 특별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면 교육과 놀이 모두 즐길 수 있다. 방학이면 대부분의 박물관이 해설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좋은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는 것도 잊지 말자.
규모가 큰 박물관을 한꺼번에 다 보려는 건 욕심이다. 가서 무엇을 볼지 박물관 방문 주제를 좁게 잡아 집중하는 게 교육 효과를 얻는 데 좋다. 박물관 관람이 처음이라면, 전시 주제와 관련된 책을 골라 미리 읽거나 전시를 일상생활과 연결시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거리감도 좁히고 아이와 친밀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규모가 큰 박물관을 한꺼번에 다 보려는 건 욕심이다. 가서 무엇을 볼지 박물관 방문 주제를 좁게 잡아 집중하는 게 교육 효과를 얻는 데 좋다. 박물관 관람이 처음이라면, 전시 주제와 관련된 책을 골라 미리 읽거나 전시를 일상생활과 연결시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거리감도 좁히고 아이와 친밀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박물관 유물 관람은 아이와 키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눈높이에 따라 유물이 달리 보이기 때문이다. 필기구를 준비해 현장에서 유물을 그리고 소감을 적게 하는 방법도 아이의 관찰력과 학습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보고 느끼고 메모하자
소지품은 최대한 가볍게 하고 그려 보고 메모할 수 있는 필기구와 공책은 필수품이다. 필기하고 그려 보는 행위는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는 방법이다. 전시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아이에게 박물관 예절을 알려 주고 관람 중에도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면 부모와 아이 모두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 보는 것도 추천한다. 전시된 유물은 눈높이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 유물을 사용하는 상상놀이를 해 보자. 나이가 어릴수록 효과가 좋으며 부모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 통념을 뒤집어 보자. 박물관에서 내린 해석이나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아이의 시각으로 살펴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정답보다는 아이의 기발한 상상이 빛을 발하도록 하자.
- 질문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자. 만약 아이가 답하기 곤란한 물음을 던졌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한 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하고 되묻고 관람이 끝난 뒤 함께 찾아보자.
마무리
관람 시간은 몇 시간이 적당할까? 전적으로 아이 상태에 맞추는 게 좋다. 아이가 그만 보고 싶다고 말하는데도 더 보게 하려고 욕심을 부리는 순간 박물관 관람은 아이에게 고통이라는 정서로 기억된다. 단 한 점을 봐도 즐거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니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자.
추억을 담을 수 있는 간단한 기념품을 사는 것도 좋다. 어두운 실내 공간에 있느라 생긴 긴장도 풀 겸 간단한 몸놀이를 하거나 걷자. 집으로 돌아온 뒤 팸플릿이나 기념품을 정리하고 아이가 원한다면 소감을 기록해 잊지 못할 나들이 추억을 남기자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우리나라의 모든 역사를 담고 있는 박물관으로, 역사적·예술적으로 뛰어난 유물들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오랜 역사와 위상에 걸맞게 유물도 풍부하다. 규모가 큰 만큼 한 번에 보겠다는 건 욕심이다. 몇 번에 걸쳐 나누어 봐야 한다.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가 잘 정리돼 있다. 농경문화와 청동기, 북한산 진흥왕순수비, 말 탄 사람 토기, 대동여지도 목판 등 역사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유물이 많아 어렵지 않다. 회화, 불교 조각, 공예, 도자기를 다룬 전시관도 놓치지 말자. 7월부터 9월까지는 ‘아프가니스탄의 황금 문화’ 특집 전시가 마련된다.
석조 유물이 전시된 정원을 둘러보고 연못가 청자정에서 쉬어 갈 수도 있다. 근처에 용산가족공원이 있어 관람을 마치고 나들이하기도 좋다.
전시실: 선사·고대관, 중·근세관, 기증관, 서화관, 아시아관, 조각·공예관 관람료: 무료 위치: 지하철 4호선 이촌역 문의: (02)2077-9000, www.museum.go.kr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강화도조약을 체결한 1876년부터 가장 최근의 역사까지, 근현대사를 다룬다. 현재와 가까운 역사인 만큼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도 많다. ‘발전’을 소재로 기준이나 변화 등에 대해 가벼운 토론을 해도 좋은 교육이 된다.
직접 앉을 수 있는 ‘대통령 집무실’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고, 어린이 체험전시실인 ‘우리역사 보물창고’도 운영 중이다. 7월19일부터는 ‘1966년, 한국을 돌아보는 특별전’이 열린다.
관람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 옥상정원으로 올라가면, 근현대사의 주요 무대인 경복궁과 광화문 광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보는 것으로 부족하다면 경복궁부터 광화문광장을 거쳐 서울역광장까지 걸어 보자.
전시 구성: 대한민국의 태동, 대한민국의 기초 확립,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세계로의 도약 관람료: 무료 위치: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지하철 3호선 안국역, 경복궁역 문의: (02)3703-9250~2, www.much.go.kr
전쟁기념관
전쟁기념관
수없이 되풀이된 전쟁에는 억울한 죽음과 비극적 삶이 감춰져 있다. 전쟁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파괴시키는지, 또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전시실 중 전쟁역사실은 우리나라 주요 전쟁과 전투를 다룬다. 여러 개의 전시실로 구성된 6·25전쟁실이 가장 비중이 크다. 유물은 대부분 무기인데 복원해 놓은 거북선이 특히 눈길을 끈다. 어린이박물관도 있으니 전쟁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좋다.
전시를 보며 영웅들의 행적뿐만 아니라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삶과 진실을 기억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일도 중요하다. 야외 대형장비 전시장에서는 각종 무기를 전시하고 있다. 실물 크기로 만든 광개토대왕릉비는 사진만으로 짐작이 어려웠던 크기를 볼 수 있어 고구려의 기상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게 한다.
전시실: 호국추모실, 전쟁역사실, 6·25전쟁실, 해외파병실, 국군발전실, 기증실 관람료: 무료 위치: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문의: (02)709-3139, www.warmemo.or.kr
국립고궁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서울은 조선의 수도였던 만큼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등 궁궐 유적이 많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궁궐에서 이뤄진 조선의 왕과 왕실 생활을 볼 수 있다. 역사와 문화를 다루고 있어 소장 유물들의 수준이 뛰어나다.
조선의 역사나 왕실 문화에 관한 책을 미리 읽고 가면 좋다. 왕의 초상화인 어진, 왕이 있는 곳에는 꼭 따라다니는 일월오봉도 병풍,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복원해 놓은 자격루는 놓치지 말아야 할 유물이다. 8월 말까지 ‘조선왕릉, 왕실의 영혼을 담다’ 특별전도 열린다.
박물관 근처 경복궁과 종묘를 둘러보거나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조선의 대표 왕릉인 동구릉을 본다면 조선시대 전부를 아우를 수 있다. 경복궁 반대편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에는 왕이 아닌 평민의 삶을 생생하게 옮겨 놓아 함께 관람하기 좋다.
전시 구성: 조선의 국왕, 조선의 궁궐, 왕실의 생활, 왕실의 의례, 대한제국과 황실, 천문과 과학Ⅰ, 왕실의 회화, 종묘, 궁중의 음악, 왕실의 행차, 천문과 과학Ⅱ 관람료: 무료 위치: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문의: (02)3701-7500, www.gogung.go.kr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우리나라 의병과 독립투사를 가두기 위해 1908년 일본이 만든 형무소를 재구성한 역사관으로 살아 있는 근현대사의 장이다. 해방 이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화운동가들이 갇혀 있던 곳이다. 수감과 고문에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그들의 의지와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여러 채의 건물로 이뤄진 형무소는 형무소 역사를 알려주는 전시관, 수감자들이 생활하던 옥사, 수감자들이 운동을 하던 격벽장, 사형장이 중요 건물로 꼽힌다. 전시관에서 수감자들의 수형 기록표를 찾아보고, 옥사에서는 수감자들이 꿈꾸던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를 생각하게 해 보자. 다른 박물관과 달리 역사 속 인물들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형무소역사관이 있는 서대문독립공원에는 독립문을 비롯해 독립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곳이 많다.
관람료: 어른 3000원 / 어린이 1000원 위치: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문의: (02)360-8590~1, www.sscmc.or.kr
한성백제박물관
한성백제박물관
백제의 수도로 공주와 부여를 떠올리지만 사실 가장 오랫동안 백제의 수도였던 곳은 서울이다. 풍납토성 발굴을 계기로 한성백제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백제의 수도로서 서울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한성백제박물관은 베일에 싸였던 한성백제 시대 서울의 모습을 다각도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널리 알려진 유물은 적지만 선사시대부터 한성백제를 거쳐 고구려와 신라가 각축을 벌이던 시대까지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풍납토성 단면을 실제 크기로 복원한 모형은 그 시대의 저력을 짐작케 한다.
돛대를 상징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면 몽촌토성과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몽촌토성에 있는 몽촌역사관, 백제집자리전시관을 둘러보거나 박물관부터 풍납토성까지 답사하는 것도 추천한다.
전시 구성: 서울의 선사, 왕도 한성, 삼국의 각축 관람료: 무료 위치: 8호선 몽촌토성역, 5호선 올림픽공원역 문의: (02)2152-5800, baekjemuseum.seoul.go.kr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이 어떻게 조선의 수도가 되었는지, 서울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는 곳이다. 유물, 사진, 모형, 다양한 시각 자료가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그중에서 서울의 도시 모형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전시실 입구마다 해당 전시실 안내지가 있는데 유용하니 잊지 말고 챙기자. 이 밖에 기증유물전시실과 기획전시실, 5~7세 어린이가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학습실도 들러 보자.
철거된 조선총독부 청사 부재, 전차를 비롯한 다양한 유물이 전시된 야외 전시장도 빼놓지 않아야 할 곳이다. 근처의 경희궁, 김구 선생의 숙소였던 경교장이나 덕수궁을 만날 수 있는 정동길을 걸어 보는 것도 좋다.
전시 구성: 조선 시대의 서울, 개항과 대한제국기의 서울, 일제 강점기의 서울, 고도 성장기의 서울 관람료: 무료 위치: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문의: (02)724-0274~6, www.museum.seoul.kr
청계천박물관
청계천박물관
서울 중심부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청계천. 비록 큰 물줄기는 아니지만 서울의 역사가 오롯이 흐르는 청계천을 박물관이 담았다. 청계천의 시작부터 전성기와 복원사업, 그 이후까지 청계천으로 만나는 서울의 역사가 흥미롭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건물 꼭대기로 올라간 뒤, 경사로를 따라 내려오며 관람하는 순서가 인상적이다.
관람을 마치면 건너편에 있는 청계천판잣집체험관에 들러 보자. 옛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교실, 음악다방, 구멍가게, 공부방과 학창 시절 체험 코너가 마련되었다. 청계천 곳곳에 숨어 있는 역사를 따라 청계천을 걸어도 즐겁다.
전시 구성: 프롤로그, 개천 시대, 청계천과 청계로, 청계천 복원 사업, 복원 후 10년 관람료: 무료 위치: 지하철 1호선 제기역, 2호선 용두역, 5호선 마장역 문의: (02)2286-3410, cgcm.museum.seoul.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