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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글라이더를 만들었던 추억이 불현듯 떠오른다. 교내 대회라도 열릴 때면, 누구의 것이 가장 멀리, 가장 오래 나는지 기록을 재던 기억도 아스라하다.
동력 장치를 달지도 않았는데, 바람으로 본체의 무게를 견디며 비행할 수 있는 활공기. 엔진 없이 오롯이 자신이 가진 에너지와 바람만으로 날아오르는 ‘글라이더’에 강한 생명력을 느낀다 해도 영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글라이더에 내재한 '생명의 충동'을 담은 전명은 작가의 개인전 '글라이더'가 6월 27일까지 평창동 갤러리2에서 열린다.
전명은 작가는 데뷔 10년 미만의 성장 단계에 있는 예술가를 집중 지원하는 서울문화재단의 유망예술지원사업 ‘99℃’에 선정된 사진작가다. 동영상이 익숙한 시대에서 사진으로 동적인 감각을 전하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체조’를 포착했다. ‘글라이더’는 체조 선수뿐 아니라 그들이 다루는 링, 마루와 같은 기구들과 선수의 호흡과 체온으로 충만한 체육관의 이미지를 교차시켰다.
흔히 사진의 피사체가 운동선수라고 할 때 뇌리를 스치는 전형적인 선입견이 있는데, 이번 전시는 단순히 운동선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만 고집하지 않았다. 신체적으로 가장 완성된 상태라 할 수 있는 젊은 체조 선수의 밀도 높은 근육과 새가 비행하듯 날아오르는 그들의 경이로운 동작을 조형적인 아름다움으로만 표현하지 않으려 했다. 전 작가는 선수들이 동작을 취하기 직전, 기구를 마주하는 순간의 응축된 긴장감에 주목했다.
전시장에 배치된 작품들은 아일랜드 출신 록밴드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이 부른 동명의 노래와도 닮아 보인다. 제각각 흩어진 소리가 진동을 통해 공간 안에서 하모니를 이루는 것처럼 발화를 기다리듯 고도로 압축된 긴장의 순간을 담은 이미지는 전시장 안에서 서로 교감을 이끌어낸다. 정지된 이미지 너머의 확장된 감각을 포착한 작가는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사진을 배웠고 아마도사진상, 송은미술대상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장소: 종로구 평창동 갤러리2 시간: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 관람료: 무료 문의: 02-3448-2112
김영민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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