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구이 샌드위치의 맛

등록 : 2016-06-30 14:39 수정 : 2016-07-0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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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샌드위치
도시의 삶 속 재래시장은 시장 그 이상의 곳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재래시장에 나와 제철 맞은 과일이나 채소를 보며 지갑을 열까 말까만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문득 내 나이를 다시 세어 보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님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끔은 재래시장에서 본 이런저런 모습들이 사진처럼 찍혀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기도 한다. 한 줌 콩나물을 사면서 마주친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떡 하나 더 주시던 아주머니의 손짓이 어느새 내 ‘삶’이라는 단어 속에 들어와 있다.

마이바흐 우퍼 터키 시장의 명물은 뭐니 뭐니 해도 들어가는 길이 끝나고, 나오는 길이 시작되는 바로 그곳에 있는 고등어구이 샌드위치가 아닌가 싶다. 초입에서부터 진동하는 고등어구이 냄새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시장 깊숙이까지 끌어들이니 말이다.

고등어구이 샌드위치는 숯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 가장자리가 바삭해진 고등어에 소금과 레몬즙으로 간을 맞추고 채소를 곁들여 긴 빵에 끼워 먹는 음식이다. 오늘도 그 모습에 배 속이 먼저 요동 치는 걸 보니 내 점심 메뉴는 이미 정해진 것 같다.


독일 사람들 중에는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뜻밖에 많다. 냄새에 이끌려 그곳까지 와서는 들여다보고 선뜻 사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아무 거리낌 없이 샌드위치 하나를 주문하는 나를 오늘도 한 아주머니가 신기한 듯 쳐다보며 웃음 짓는다.

한편, 바로 옆의 세상은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먼저 온 이가 마치 옹달샘이라도 찾은 듯 큰 소리로 누군가를 불러들이고 달려온 친구들의 얼굴은 석쇠를 보자마자 이내 어린아이같이 발갛게 달아오른다. 시끌벅적 수다를 떨어가며 샌드위치를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금방이라도 그들의 이야기에 끼어들 수 있을 것만 같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좀 길긴 하지만 사람 냄새와 함께 숯불 냄새를 흠뻑 뒤집어쓸 수 있어서 나는 그 시간이 좋다. 붙임성 좋은 주인아저씨는 오늘 또 나보고 어디 사람이냐고 묻는다. 볼 때마다 같은 질문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아아 한국! 안녕하세요?” 하며 웃는다. 볼 때마다 같은 대답이다. 하긴, 이 재미도 고등어구이 샌드위치 맛에 녹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완성된 빵을 받아 들고 강가 쪽으로 몇 발짝 움직이면 젊은이들의 간이 콘서트장이 마련되어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통나무 다리 위에서는 라이브 공연이 펼쳐진다. 청중들은 모두 바닥에 제멋대로 앉아 삼삼오오 수다를 떨고 있다. 그 자유로움 덕분에 나도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혹시 비린내가 흥을 깰까 싶어 강가 쪽 가장자리를 골랐다.

잠시 오리들에게 시선을 뺏긴 사이 터키인으로 보이는 한 할머니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한 손에는 고등어구이가 들려 있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보고 싱긋 웃었다. 그러고는 드디어 한 입을 베어 무나 했는데, 할머니가 주섬주섬 깔고 앉았던 비닐봉지 중 한 장을 빼내 나에게 내민다. 비록 ‘엉덩이’ 그 말 한 마디밖에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 뜻은 너무나도 잘 알 수 있었다.

글 이재인 재독 프리랜서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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