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작가 25명이 랜선을 타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전면 온라인 행사로 진행되는 2020 서울국제작가축제

등록 : 2020-10-2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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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강연을 준비하는 황석영 소설가.

“옛날이야기 들려줄까. 악몽처럼 가볍고 공기처럼 무겁고 움켜잡으면 모래처럼 빠져나가 버리는 이야기, 조용한 비명 같은 이야기, 천년 동안 짠 레이스처럼 거미줄처럼 툭 끊어져 바람에 날아가버릴 것 같은 이야기….”

26일 오후 2시. ‘셰헤라자드’를 읽는 강성은 시인의 목소리가 필자의 방을 채웠다. 시인이 책을 읽는 연갈색 방과 필자의 하얀색 방이 ‘랜선’으로 연결된 시간. 2020 서울국제작가축제 ‘시 듣는 시간1’(Poetry Reading1)이 유튜브에서 막 공개된 순간이었다.

‘2020 서울국제작가축제’ 주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11월2~8일 7일 동안 열리는 올해 축제는 기간 내 오프라인 참여 행사 없이, 참여 작가와 대표작 모두 서울국제작가축제 공식 웹사이트(www.siwf.or.kr)에서 전면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선택을 했다.

‘2020 서울국제작가축제’는 ‘내일을 쓰다’(Writing Tomorrow)를 주제로 어제의 내일이자 내일의 어제인 오늘의 문학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언어로 낯선 ‘내일을 쓰는’ 작가들을 만나볼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사인)과 서울문화재단(대표 김종휘), 서울디자인재단(대표 최경란)이 공동 주최한다.

올해 축제에는 해외 11개국 11명의 작가와 한국 작가 14명까지 총 25명의 국내외 작가가 행사에 참여한다. 이탈리아 최고 권위 문학상인 스트레가상과 캄피엘로상을 수상한 작가이자 지난 2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생각을 정리한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를 쓴 파올로 조르다노를 비롯해 2015년과 2019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나이지리아 소설가 치고지에 오비오마, 독일 브레멘 문학상을 받은 시인이자 소설가, 정치학자인 브리기테 올레신스키 등이다.

국내에서는 소설가 황석영과 강성은, 김세희, 박연준, 백수린, 심윤경, 유용주, 이문재, 장류진, 정세랑, 정영수, 조해진, 황인숙, 황인찬이 등장한다.

축제에 앞서 온라인에서 선공개한 영상·전자책 콘텐츠도 눈길을 끌고 있다. 사전행사로 공개한 ‘소설/시 듣는 시간’(4회분, 각 35분)은 국내외 작가들이 본인의 작품을 직접 낭독한 영상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다, 문학의 힘이 생생하게 느껴진다’(ID:lucy S), ‘자막까지 제공돼서 편히 즐길 수 있었다’(Minju S) 등 관객 반응이 댓글로 등장한 가운데, 공식 누리집에선 작가들의 작품을 언제든 읽을 수 있는 전자책도 국문·영문으로 공개했다.


박연준 시인의 낭독 모습.

축제는 ‘개·폐막 강연’을 비롯하여 ‘작가들의 수다’ ‘작가, 마주 보다’ ‘소설, 시 듣는 시간’ 등 5개 섹션, 총 16회의 공식행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11월2일 오후 7시 황석영 작가의 ‘개막 강연’을 시작으로 11월3~7일 매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작가들의 수다’(총 5회)에선 국내외 작가들이 사회적 이슈를 두고 토론을 벌인다. 매일 오후 7시 열리는 ‘작가, 마주 보다’(총 5회)에선 작가들의 작품 세계에 맞닿은 현대사회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담을 나눈다. 일요일인 11월8일 오후 2시엔 정세랑 작가의 ‘폐막 강연’과 파올로 조르다노 작가의 대담이 열린다.

축제 시청을 원하는 관객은 2020 서울국제작가축제 네이버 예약 페이지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예약하면 행사와 관련한 일정을 미리 알람으로 받아볼 수 있다.

한편 국내 독자의 문학 향유 기회를 확대하려고 2006년부터 개최한 ‘서울국제작가축제’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의 올가 토카르추크를 비롯해 지금까지 총 54개국 217명의 국내외 작가를 초청해왔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2020 서울국제작가축제가 비대면 상황에서도 문학을 통한 치유와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행사로 자리 잡아, 새로운 문학 향유의 기회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미나 사회자(왼쪽부터), 파올로 조르다노와 정세랑 소설가.

전유안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사진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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