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별을 헤다가 작가가 되는 이들이 있다. 화폭 앞의 고흐, 수첩을 편 윤동주, 그리고 열대야 침대에 누워 뒤척이는 당신. 체온으로 후끈해진 이불도 괴로운데, 시름시름 앓다 보면 지난날의 과오나 회한 같은 것들이 눅진한 살갗을 타고 오른다.
나에게 못되게 굴었던 사람들은 부조리하게도 잘산다. 에스엔에스(SNS)에 접속해 응어리를 풀다가 보니 어느덧 해 뜰 시간이다. 초조하다. 건강보험공단의 발표를 보면 수면장애 진료를 받은 사람 수가 최근 5년간 41% 늘었다. 2015년 기준 45만6000여 명으로, 특히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30대 여성 중에서 불면증 환자 수가 연평균 10.4% 급증했다. 심신의 회복은 밤에 이뤄지기 마련인데, 도시의 인공 빛은 밤도 낮으로 바꾼다. 호르몬과 뇌세포가 쉴 틈이 없다. 밤을 밤답게, 자연스럽게 보내는 방법이 없을까.
달빛 아래 길이 있다. 홀로, 친구와, 연인 또는 가족과 함께 서울 동네 곳곳 걷기 좋은 공원으로, 길로 나서 보자. 여름날 공원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오래된 도시의 성곽과 너른 강물을 따라 굽이굽이 걷다 보면 몸의 리듬이 돌아온다. 산 너머 해가 떨어지고, 끝인 줄 알았던 지점에서 새로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면 번잡했던 생각도 맥이 잡힌다.
도심에서 쉽게 갈 수 있는, 24시간 개방하는 공원 속 야경 네 곳을 소개한다. 준비물은 생수 한 통, 그리고 스마트폰 청색광 대신 ‘월광’을 선택할 의지면 충분하다. 달이 차오른다, 가자! 글·사진 전현주 문화창작자
한양도성길 낙산공원
연인과 비밀스러운 이야기 한양도성길 낙산공원
낙산 공원의 야경을 즐기는 바람직한 방법은 걷는 것이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이나 1호선 동대문역 어디서 출발하던 10분이면 공원 중심부에 도착할 수 있고, 시시각각 변하는 동네 풍경을 천천히 눈에 담을 수 있다.
특히 혜화역 2번 출구에서 산책을 시작하면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 아기자기한 벽화로 유명한 이화마을로 발길을 들여놓아야 하는데, 카페와 공방, 맛집들의 향연에 눈과 입이 즐거워진다. 일몰 뒤 반짝하고 성곽 전체에 조명이 켜지면 도성의 윤곽이 진하게 드러난다. 생김새와 색감이 층별로 제각각인 성곽의 돌이 600년 된 오랜 도시 서울의 흥망을 가만가만 이야기한다. 길 따라 굽이굽이 펼쳐진 서울 근경은 손에 닿을 듯 아련하다. 중앙광장을 기준으로 왼편 이화마을과 오른편의 남산타워,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인왕산, 남산, 도봉산 등 도심의 명산이 사방에 펼쳐지는 조망이다. 낙산 구간은 총 2.1㎞ 길이로 천천히 걸으면 약 1시간 정도 걸리며, 좀 힘들다 싶으면 공원에만 머물러도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성벽 암문을 통해 도성 안팎의 길을 풀벌레처럼 가볍게 다니며 노닐어 볼 수도 있다. 수억 년 전에 출발했을 별빛이 성벽에 닿을 즈음, 시간을 잊어버린 연인들의 발길도 자박자박 이어진다. 덤벼드는 모기를 쫓을 해충 스프레이도 하나 준비하면 좋다. 주소: 종로구 동숭동 산2-10 전화: (02)743-7985 가는 법: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 마로니에 공원 방향(도보 10분) / 1호선 동대문역 1번 출구 (도보 15분), 3번 출구 03번 마을버스 종점 하차 주차: 공원 주차장 이용 한양 도성길 '완주 인증서' 받기 ‘서울 한양 도성’은 태조 5년(1396)에 한성부 경계에 쌓아올린 돌벽이다. 약 5~8m 높이, 18.6㎞ 길이의 도성이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 능선을 타고 서울을 한 바퀴 두른다. 현재 정비한 6개의 구간 중 ‘낙산’ 구간은 혜화문과 흥인지문을 잇는다. 나머지 백악·낙산·남산(목멱산)·인왕산 구간과 숭례문 구간까지, 총 여섯 구간을 모두 돌며 스탬프를 모으면 서울시에서 ‘한양 도성길 완주 인증서’를 발급해 준다. (상세정보: seoulcitywall.seoul.go.kr)
특히 혜화역 2번 출구에서 산책을 시작하면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 아기자기한 벽화로 유명한 이화마을로 발길을 들여놓아야 하는데, 카페와 공방, 맛집들의 향연에 눈과 입이 즐거워진다. 일몰 뒤 반짝하고 성곽 전체에 조명이 켜지면 도성의 윤곽이 진하게 드러난다. 생김새와 색감이 층별로 제각각인 성곽의 돌이 600년 된 오랜 도시 서울의 흥망을 가만가만 이야기한다. 길 따라 굽이굽이 펼쳐진 서울 근경은 손에 닿을 듯 아련하다. 중앙광장을 기준으로 왼편 이화마을과 오른편의 남산타워,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인왕산, 남산, 도봉산 등 도심의 명산이 사방에 펼쳐지는 조망이다. 낙산 구간은 총 2.1㎞ 길이로 천천히 걸으면 약 1시간 정도 걸리며, 좀 힘들다 싶으면 공원에만 머물러도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성벽 암문을 통해 도성 안팎의 길을 풀벌레처럼 가볍게 다니며 노닐어 볼 수도 있다. 수억 년 전에 출발했을 별빛이 성벽에 닿을 즈음, 시간을 잊어버린 연인들의 발길도 자박자박 이어진다. 덤벼드는 모기를 쫓을 해충 스프레이도 하나 준비하면 좋다. 주소: 종로구 동숭동 산2-10 전화: (02)743-7985 가는 법: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 마로니에 공원 방향(도보 10분) / 1호선 동대문역 1번 출구 (도보 15분), 3번 출구 03번 마을버스 종점 하차 주차: 공원 주차장 이용 한양 도성길 '완주 인증서' 받기 ‘서울 한양 도성’은 태조 5년(1396)에 한성부 경계에 쌓아올린 돌벽이다. 약 5~8m 높이, 18.6㎞ 길이의 도성이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 능선을 타고 서울을 한 바퀴 두른다. 현재 정비한 6개의 구간 중 ‘낙산’ 구간은 혜화문과 흥인지문을 잇는다. 나머지 백악·낙산·남산(목멱산)·인왕산 구간과 숭례문 구간까지, 총 여섯 구간을 모두 돌며 스탬프를 모으면 서울시에서 ‘한양 도성길 완주 인증서’를 발급해 준다. (상세정보: seoulcitywall.seoul.go.kr)
경의선 숲길 공원
나 홀로 사색의 시간 경의선 숲길 공원
철길이 지나갈 법한 자리를 사람이 걷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퀴의 속도와 보폭의 속도가 만났다. 최근 급부상한 ‘경의선 숲길 공원’은 지하수처럼 땅속을 흐르는 경의선과 공항철도선 위에 꾸민 공원인데, 시민들의 의견을 디자인에 적극 반영한 결과 특별한 경관이 탄생했다.
먼저 방문한 시민들은 뉴욕의 센트럴파크만큼 아름답다며 ‘연트럴파크’라는 별명을 붙였고, 제법 알려졌다. 특히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가좌역 방향으로 이어진 약 1.9㎞ 구간이 인기다. 폭 10~60m의 길이 지그재그 이어져 차도와 보도의 정돈된 길에 익숙했던 몸의 감각이 기분 좋게 어긋난다.
햇살 아래 책을 읽던 사람들이 떠나면 하나둘 밤의 정취를 즐기는 이들이 모여들고, 길 따라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부터 잔디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주민들이 마냥 여유롭다. 운동복 차림으로 나와 길을 걷는 여성들도 유독 많다.
간이역처럼 마련한 쉼터도 재밌다. 어디든 자리 잡고 앉아 개울에 발을 담그고 밤하늘을 쳐다본다. 야경을 좀 더 즐기려면 발을 멈추지 말고 공원의 끝자락까지 가 보자. 주거 밀집구역을 지나가면 물도 맑고, 고요한 사람들만 가득하다. 무엇보다 거기 살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산책 시 시끄럽게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주소: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 가는 법: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바로 이어짐 주차: 대중교통 이용 추천
청담대교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
친구야 달맞이 가자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
달 밝은 밤이면 약밥을 먹으며 노래를 즐기던 흥 많은 조상들을 둔 덕일까. 한강변 이곳저곳에서 ‘치맥’을 펼쳐 두고 풍류를 즐기는 돗자리족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 같다. 여의도 한강공원의 북적임이 부담스러운 이에게는 그곳 못지않은 경관을 가진 뚝섬 한강공원을 추천한다.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에서 걸어서 1~2분이면 닿고, 코앞에서 넘실대는 강물과 물에 번진 청담대교의 야경이 똑 부러지게 아름답다.
이보다 더 호젓한 경관이 필요하다면 머리위로 꿈틀꿈틀 기어가는 ‘자벌레’ 복합전망문화콤플렉스로 올라간다. 전망대에 서면 청담대교와 한강을 멀리서 바라보며 바람을 쐴 수 있다. 지하철역에서도 곧바로 이어진다. 분기별로 무료로 특별전시를 하고, 아이들 체험교육과 카페, 기프트숍이 마련되어 있어 한낮에도 즐기기 좋다.
‘휴식터’는 자정까지 문을 여니 깨끗한 화장실이나 쾌적한 공기가 필요하다면 망설이지 말고 들어가 보자. 자벌레 전망대는 오후 6시까지 개방하는 4층과 밤 11시까지 개방하는 2층 전망대가 여유롭다. 늦은 밤 풍경을 독점하던 한 시민은 캔맥주 하나 손에 들고 야경에 취해 있었는데, “직장 스트레스가 심한 날 종종 찾는 곳”이라고 했다. 그는 “나만의 비밀 장소를 들킨 기분이라 마음이 안 좋다”고 짐짓 투정을 부렸지만, 한강변에서 여성 혼자 안전하게 마음을 정리할 곳은 여기뿐이라며, 엄지 척 들어 추천한다.
주소: 광진구 자양동 428 전화: (02)3780-0521 가는 법: 7호선 뚝섬유원지역에서 바로 이어짐 주차: 공원 내 유료주차장(최초 30분 1000원 / 초과 10분당 200원)
응봉산 근린공원
가족과 함께 무더위 사냥 응봉산 근린공원
봄날 개나리로 유명한 ‘응봉산’은 여름날 야경도 못지않게 빼어나다. 약 81m 정도의 나지막한 높이인데 정상의 경관은 탁 트여 시원하다. 지하철 중앙선 응봉역에서 내려 약 10분쯤 주택가 언덕을 오르면 응봉산 공원 입구에 다다른다.
산을 둘러싼 중랑천은 예부터 풍류객들이 자주 찾아왔다는 전언 때문일까, 일몰을 품은 시각이면 물빛이 아름다워 뱃놀이가 생각난다. 눈앞에는 서울숲이, 먼 곳에 청계산과 우면산 자락이 아득하다. 팔각정 처마 끝으로 해가 떨어지면 동부간선도로와 성수대교, 영동대교와 동호대교가 꼬리를 무는 퇴근 차량들로 빛을 발하는데, 차에 갇힌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또한 하나의 장관이다.
입소문을 타고 불빛의 궤적을 좇아온 ‘출사객’들이 해질녘 하나둘 공원을 찾아 조용히 자리 잡는다. 늦은 시각까지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라면 100m 남짓하는 수직 계단 지름길보다는, 약 450m 정도 되는 에두른 산책길로 꼭대기에 오르기를 권한다. 곳곳에 놀이터와 흔들다리, 작은 체험장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올라가는 길에 모기가 많으니 해충 스프레이를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
주소: 성동구 응봉동 271 응봉산근린공원 입구 전화: (02)2286-5655 가는 법: 중앙선 응봉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10분. 출구 왼편으로 응봉빗물펌프장을 지나 공원으로. 주차: 응봉역 주변 공영주차장 또는 응봉산 공원주차장(공원주차장은 좁은 언덕길이 가파르다. 초행길이라면 대중교통이 무난함)
서울시 추천 10대 야경코스
지난해 서울시는 서울시민들의 추천과 심사를 거쳐 서울 10대 야경을 선정하고 발표했다. 총 209곳 후보 중 전문가 심사로 57개소를 선정한 뒤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의 투표 절차를 거친 곳들이다. (상세정보: mediahub.seoul.go.kr/archives/937745)
1 광화문광장~서울광장~숭례문~서울역 광장 (국가상징거리)
2 서울역사박물관~청계광장~청계천(수표교)
3 대학로~낙산공원(한양도성)
4 명동거리~명동성당
5 윤동주 시인의 언덕(인왕산 자락 전망대) 창의문 ~자하미술관
6 인사동~삼청동~북촌8경
7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패션타운
8 덕수궁 돌담길~정동길
9 서촌~수성동 계곡
10 여의도, 한강 유람선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