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찾아서 마시거나 만들어 마시거나

수제 맥주 트렌드화하며 다양한 맛의 세계 활짝, 집에서 맥주 빚는 홈브루잉도 인기

등록 : 2016-07-14 15:56 수정 : 2016-07-1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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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다양한 맥주가 수입되고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수제 맥주 유통이 늘면서 맥주에 대한 선택 폭도 넓어졌다.

서울의 한 회사에 다니는 장아무개 과장은 회식 자리가 괴롭다. 술 때문이다. 맛은 둘째치고 그저 취하기 위해서 맥주에 소주나 양주를 타서 마시는 이른바 ‘말아먹는 술’이 특히 싫다. 맛도 없을뿐더러 다음 날 숙취가 심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장 과장은 친구의 소개로 한 맥줏집을 찾았다가 평소 마시던 옅은 노란색의 맥주가 아닌 진하고 붉은빛이 도는 맥주를 마시고는 깜짝 놀랐다. 기존의 맥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진하고 깊은 맛이었다. 이 맛에 반해 다음 회식은 무조건 이 맥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친구는 ‘크래프트 맥주’라고 소개했다. 크래프트 맥주는 사람들에게 맥주의 맛도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며 맥주 시장에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크래프트 맥주는 소규모 양조장에서 장인정신으로 정성껏 만드는 맥주를 말한다. ‘수제 맥주’라 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국내 맥주 시장은 두 회사가 주도해 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양한 맥주 맛을 볼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소규모 양조장의 맥주도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맥주가 생산되고, 이를 ‘찾아서’ 마시는 소비자도 늘었다. 또 ‘맥주 덕후’(맥덕)도 등장하게 됐다. 게다가 이제는 맥주를 찾아서 마시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양조해 즐기는 ‘홈브루잉’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마치 커피 마니아들이 커피 원두를 골라서 집에서 내려 마시는 것처럼 말이다.

글·사진 이인기 <비어포스트> 발행인

홈브루잉에는 맥주 원액(맥아 추출액)을 물과 섞어 발효시키는 간단한 방법부터 맥주 양조에 쓰이는 곡물(맥아)을 분쇄, 가열, 발효시키는 전 과정을 직접 해 보는 ‘완전곡물 양조’까지 다양한 방법이 있다. 원액을 이용하는 것이 ‘즉석조리식품’이라고 한다면, 완전곡물 양조는 음식 재료를 사서 스스로 조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세상 단 하나뿐인 나만의 맥주를 만들어 보자  

원액을 이용할 경우 깨끗이 씻은 통에 중탕한 원액과 뜨거운 물을 섞은 뒤 찬 생수를 넣어 온도를 섭씨 20~26도까지 낮춰야 한다. 온도와 비중을 측정한 뒤에는 섭씨 20~26도일 때 효모를 넣고, 섭씨 18~25도에서 4~7일간 발효시킨다. 발효시킨 뒤 병에 옮겨 담고, 설탕을 적당히 넣어 약 일주일간 탄산화 과정을 거치면 맥주가 완성된다.  

완전곡물 양조를 할 때는 곡물을 갈아 따뜻한 물에서 당분을 우려내야 한다. 그 뒤 곡물을 우려낸 맥즙을 약 1시간 정도 끓이며 홉을 넣는다. 맥즙을 식힌 뒤 효모를 넣은 다음 발효와 탄산화 과정을 거치면 완전곡물 양조가 된다. 이때 곡물을 추출물로 대체하면 ‘부분곡물 양조’가 된다.  

홈브루잉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의 시판 맥주와는 다른, 오직 하나뿐인 나만의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자유롭게 양조하고, 원하는 부재료를 마음껏 첨가할 수 있어서 상상만 하던 맥주를 낸 손으로 만들어 볼 수 있다.  

과일, 홍삼 등 넣어 나만의 맛 연출  

가정에 있는 식재료들은 맥주를 만들 때 첨가할 수 있는 훌륭한 부재료가 된다. 냉장고를 열어 보면 있을 법한 과일이나 홍삼 엑기스는 각각 과일맥주와 홍삼맥주의 재료다. 커피를 추출해 스타우트를 만들면 ‘나만의 커피 스타우트’가 완성된다. 고향에서 부모님이 보내 주신 오미자나 구기자도 좋은 재료다. 맑고 붉은빛이 도는 매력적인 빛깔의 맥주를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홈브루잉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홈브루잉에 필요한 원액 캔이나 맥아, 홉 등의 재료와 장비를 인터넷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서울홈브루’ ‘크래프트브루어’ 등이 대표적인 판매 창구다.  

맥주를 20리터 정도 양조한다고 할 때 원액 캔은 5만~6만 원선에서 살 수 있다. 부분곡물이나 완전곡물 작업으로 양조할 때도 비슷한 비용이 든다. 세부적인 레시피에 따라 차이가 나긴 한다.  

양조 장비는 원액 캔을 이용할 경우, 맥주를 발효시킬 발효조와 발효 후 맥주를 담을 병, 세척도구 등 간단한 몇 가지만 있어도 된다. 5만~10만 원선이면 충분하다. 부분곡물이나 완전곡물 작업을 한다면 대개 15만~40만 원이 든다.

한겨레교육 ‘맥주학교’ 등에서 배울 수 있어  

홈브루잉에 관심이 있지만 재료나 장비를 혼자서 다 사기 어렵다면 맥주 양조 공방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양조 공방에서는 홈브루잉에 필요한 재료를 마련해 두고 장비와 장소를 빌려 준다. 홈브루잉에 대한 기초지식이 전혀 없더라도 설명을 들으며 양조를 배울 수 있다. 옥수동에 있는 ‘자가 양조공간 SOMA’, 양재동 ‘비어랩협동조합’, 이태원동의 ‘굿비어 공방’이 대표적인 곳이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02-3279-0900, www.hanter21.co.kr)와 국내 유일의 맥주 전문 잡지 <비어포스트>는 ‘한겨레 맥주학교’를 함께 연다. ‘맥덕의 기초’라는 부제가 붙은 ‘1학년반’ 가운데 평일반은 8월17일부터 수요일마다, 주말반은 8월20일부터 토요일마다 열린다. 맥주를 시음하며 배우는 맥주 상식, 맥주 레시피 설계, 홈브루잉 배우기 등 실습 위주로 이루어지는 수업을 할 예정이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는 “맥주와 놀고 즐기면서 맥주라는 음료를 제대로 이해해 보는 학교”라며 “맥주를 좋아하는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음료 한잔이 주는 즐거움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사람들한테 강추한다”고 했다.

맥덕 자가 진단

특정 분야를 취미 이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흔히 ‘덕후’라고 한다. 맥주계에도 ‘맥덕’이라 일컬어지는 ‘맥주 덕후’들이 있다. 나는 어느 수준의 맥덕일까?

아래 질문에 답해 보면서 자가 진단을 해 보자. 0~2개: 일반인 3~7개: 초보 맥덕 8~10개: 완성형 맥덕

1 에일과 라거의 차이를 알고 있다.

2 크래프트 맥주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3 맥주를 고를 때 맥주 스타일을 알고 고른다.

4 마실 맥주를 고를 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지만, 좋아하는 스타일의 맥주보다 오늘 마시고 싶은 맥주를 고른다.

5 맥주를 직접 만들어 본 적이 있다.

6 크래프트 맥주를 모르는 지인을 크래프트 맥주 전문점으로 데려간 적이 있다.

7 맥주 테이스팅 노트를 작성해 본 적이 있다.

8 마트에서 맥주 고르는 사람들을 보면 조언을 해 주고 싶다.

9 맥주 전용잔이나 코스터와 같은 맥주 관련 물품을 수집하고 있다.

10 이 질문들로는 내 맥주 사랑을 모두 표현하기 어렵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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