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더 그리운 이름, ‘시민기획단’ ‘한마음 살림장’

서울문화재단, ‘8살 시민청 12대 사업’ 주제 시민 투표 실시…나란히 1·2위 차지

등록 : 2021-03-11 15:35 수정 : 2021-03-1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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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2일로 8돌 맞은 서울시 시민청

개관 당시 서‘ 울 행정 변화’ 상징의 중심

결혼식 등 다양한 활동으로 눈길 끌어


코로나 상황으로 ‘폐쇄’ ‘부분 개방’ 반복

다시 활발한 활동 위해 준비 과정 시동

재단, “결과 등 운영에 적극 반영” 계획

서울문화재단은 코로나19를 극복한 뒤 시민청 운영을 더욱 활기차게 진행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8살 시민청 12대 사업’을 주제로 시민 투표를 했다. 다음은 시민청의 12대 사업 중 일부다. 작고 뜻깊은 결혼식.


‘2013년 1월12일 문을 연 시민청의 역대 최고 사업은 무엇일까?’

서울시 청사 지하 1·2층에 위치한 시민청을 운영하는 서울문화재단(대표 김종휘)이 시민청 개청 8주년을 맞아 지난 2월1~22일 ‘8살 시민청 12대 사업’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시민 투표를 했다. 개관 이후 지금까지 진행된 총 27개 시민청 사업 가운데 서울문화재단이 자체적으로 뽑은 주요한 12가지 사업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한 것이다.

시민기획단.

모두 1만6855명이 참여한 이번 투표(복수 투표 허용)에서는 ‘시민기획단’이 6091표(12.48%)로 1위를 차지했다. 시민기획단은 시민청의 기획과 운영에 대해 선정된 시민 운영진이 직접 참여하는 제도다. 2014년에서 2020년 사이 모두 287명의 시민이 시민기획단으로 활동했다. 2위는 총 5034표(10.32%)를 얻은 ‘한마음 살림장’이 차지했다. ‘한마음 살림장’은 시민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자유롭게 판매하고 체험하며 구매할 수 있는 장터다. 2013년부터 해마다 15회 이상 진행해 회당 40여 명의 시민이 판매자로 참여해왔다. 3위는 총 5017표(10.28%)를 얻은 ‘활력콘서트’에 돌아갔다. 활력콘서트는 매일 점심시간에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펼쳐진 정오의 음악회로, 2013년부터 클래식·재즈·힙합·국악 등 여러 장르의 공연이 5천 회 이상 진행됐다.

한마음 살림장.

사실 시민청은 그 탄생부터가 ‘서울 시정이 예전과는 달리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 상징이었다. 2008년 중반에 철거된 옛 서울시 청사는 일제강점기에 경성부청 청사로 지어진 것이었다. 옛 청사는 깊은 역사성을 가진 대신, 시민들에게 지시하는 듯한 옛 행정의 이미지도 같이 지닌 곳이었다.

모두의 시민청.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옛 청사를 현재의 서울도서관만 남긴 채 철거하고 2012년 10월13일 4년5개월의 공사 끝에 새 서울시 청사의 문을 열었다. 이때 서울시가 가장 역점을 두고 기획한 공간 중 하나가 바로 시민청이었다.

들을 청(聽) 자를 사용하는 ‘시민청’ 활동을 새 청사 개청에 맞춰 시작함으로써, 서울시 행정이 시민 목소리를 듣는 행정, 시민과 같이하는 행정으로 바뀌었음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다만 시민청은 새로운 설비 설치와 프로그램 마련이 늦어지는 바람에 새 청사 개관 날짜인 2012년 10월13일에 활동을 시작하지 못하고 3개월 뒤인 2013년 1월12일 문을 열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새 청사 지하 1층과 2층에 있는 이 새로운 형태의 공간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활짝라운지’ ‘바스락홀’ ‘동그라미방’ 등 개성 있는 이름을 가진 공간들과 함께 ‘시민발언대’ ‘시민청갤러리’ ‘담벼락미디어’ 등 다양한 활동 내용에 대해서도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 예로 시민청 개관에 맞춰 지하 1층 태평홀에서 주 1회 시민 결혼식을 진행한다고 공고를 내자 17쌍의 예비 신혼부부가 신청했다. 서울시는 이 가운데 당시 26살의 동갑내기 초등학교 교사-서울대병원 레지던트 부부를 시민청 1호 결혼 커플로 선정했다. 시민청 결혼식이 진행되는 태평홀의 대관 비용이 10만~20만원 정도에 불과한 점도 화제가 됐다. 장소 사용료를 제외한 사회와 축가, 사진 촬영 등이 모두 시가 주관하는 재능기부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값싼 비용으로 결혼한 신혼부부는 “결혼식 비용을 절약해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나 환자를 돕는 데 쓸 생각”이라고 밝혀 사회에 신선감을 선사했다.

이 밖에도 시민청은 시민사진 공모전을 비롯한 다양한 전시도 하는가 하면, 제1회 시민대학 개최를 비롯해 갖가지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의 시민교양교육을 진행하는 터전이 됐다. 또 시민을 위한 공연이나 영화제가 열리기도 했으며, 사회적 배려 기업을 위한 공동전시판매장 등 사회적으로 필요한 전시·판매 공간이 되는 등 늘 북적북적한 모습을 보였다.

활력콘서트.

개관 2주 정도 뒤인 2013년 1월29일에는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시민청을 방문하기도 했다. 현재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연금 상태에 놓인 수치 여사는 당시 시민청을 방문해 “민주 시민은 권리뿐 아니라 의무까지도 잘 인식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서울시가 추구하는 행정의 변화에 대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제3세계 지도자로서 깊은 감회를 나타낸 것이다.

도시사진전.

이렇게 시민청은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으며 올해 2월 초까지 모두 1400만 명이 방문하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민청 또한 우리 사회 많은 영역과 마찬가지로 활기가 예전같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초 이후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전면 폐쇄’와 ‘부분 개방’을 되풀이해오는 형편이다. 현재는 부분 개방으로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되고 있지만 사전예약(네이버 온라인 예약) 및 현장접수를 통해서만 참여가 가능하다.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치러진 이번 온라인 설문조사에 대해 “코로나로 위축된 상황을 극복하고, 코로나 상황이 종식됐을 때 다시 활기찬 시민청을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설문조사를 통해 시민청의 활발한 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기억을 환기하고, 시민청이 새로 문을 열 때 새롭게 변화한 시민들의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앞으로 시민청 운영과 관련해 이번 설문조사 내용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노력과 준비 등에 힘입어, 1년 뒤 열릴 개관 9돌 행사 때는 다시 활기를 띤 시민청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서울문화재단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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