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랜드마크였던 ‘화신백화점’의 굴곡 큰 운명 조명

1987년 철거 때까지 50년 영욕 다뤄

이른바 ‘백화점 전성시대’로 불린 1930년대 경성. 도시 중심에 5개 백화점이 있었다. 히라다, 미나카이, 조지야, 미쓰코시, 그리고 ‘화신’ 백화점이다.

시대의 시작은 일본 ‘오복점’(吳服店: 포목점)이 대형 백화점으로 변화하면서부터다. 일본계 백화점 4곳이 남촌(현재의 충무로와 명동 인근)에 위치했다면, 북촌에는 최남이 건립한 동아백화점, 또한 신태화의 화신상회를 인수한 박흥식의 화신상회가 있었다. 그러나 화신이 동아백화점을 인수하며 민족계 백화점 타이틀은 화신이 갖게 됐다.

서울역사박물관 분관 공평도시유적전시관 기획전시실에서 7월23일부터 내년 3월20일까지 종로의 랜드마크였던 화신백화점을 조명한 ‘화신백화점_사라진 종로의 랜드마크’ 기획전시를 연다. 화신백화점은 현재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앞에 있던 백화점이다. 1931년부터 종로에 자리 잡아 1937년 11월 종로 네거리(현 종로타워 자리)에 지하 1층, 지상 6층의 신관을 건축해 백화점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번 전시는 화신백화점을 비롯한 경성 5대 백화점들의 사진, 백화점 판매 물품과 각종 포장지, 판매 카탈로그 등 총 50여 건의 전시자료로 화신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전시 구성은 화신의 시작부터 끝까지 시간적 배경을 따라간다. ‘1부. 지금은 백화점 전성시대’ ‘2부. 1937년, 화신의 새로운 탄생’ ‘3부. 저물어가는 화신의 시대’ 등 크게 세 섹션과 시민참여 공간 ‘지금은 사라진 종로의 랜드마크를 기억하며’로 나뉜다.

1부에선 ‘경성’ 특유의 30년대 시대상을 돌아보고, 2부에선 ‘1937년, 화신의 새로운 탄생’을 주제로 당시 화신이 채운 유행품을 돌아본다. 신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취향이 모인 화신은 그저 ‘대형 건축물’만은 아니었다. 백화점에는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네온사인’ ‘옥상정원’ 등 최신 문화의 기호가 가득 차 있었다. 상품들은 ‘모던’이라는 이름 아래 포장되고 유행했다. 그 때문에 화신은 경성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방 사람들도 서울에 머물 때 꼭 한 번 들르는 종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화신은 여러 방법으로 고객을 사로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 가운데 가장 주력한 것이 ‘민족 마케팅’이었다. ‘민족 유일의 백화점’이라는 수사는 치열한 백화점들 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화신과 화신의 사장 박흥식은 당시 주요 기업이자 재계 인사로서 일제강점기가 길어지면서 식민지배 체제와 총독부의 정책에 부응한다. 따라서 ‘민족의 백화점’이라는 구호는 빛과 함께 그림자 또한 지니게 됐다.

3부 ‘저물어가는 화신의 시대’에선 1945년 해방과 백화점 전성기 직후의 시대상을 본다. 해방이 다가올 무렵 경성은 전쟁의 한복판에 있었다. 화신은 생필품 판매에 주력하거나 전쟁 홍보 전람회를 개최하는 등 전시 상황에 부응했다. 나중엔 비행기 제조회사까지 설립했다. 이처럼 일제에 협력한 일로 박흥식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체포 제1호’로 검거된다.

이후 1955년 신신백화점이 올라서고 6·25전쟁으로 피해를 본 화신 건물을 복구하지만 최신 시설을 갖춘 백화점들의 등장으로 화신도 힘을 잃었다. 결국 화신백화점 건물은 1967년 ㈜신생에 인수됐고, 1980년 모기업인 화신산업은 부도로 도산한다. 그러나 건물은 ‘화신’이라 불리며 종로의 랜드마크 구실을 유지했다.

시민참여 공간 ‘지금은 사라진 종로의 랜드마크를 기억하며’에선 1987년 3월14일 화신백화점 신관이 헐리기 시작했던 때로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린다. 1937년 신관이 문을 연 지 50년 만이다. 반세기가량 종로의 상징이었던 화신은 도시 재개발과 종로 확장 계획으로 운명을 다했다. 화신이 사라진 그 자리에 종로타워가 들어섰지만, 전시는 한때 종로 상권을 선도했던 화신의 역사를 돌아보며 장소가 가진 힘을 재확인한다.

이번 기획전시와 연계한 특별강연도 마련됐다. 강연은 9월3일과 9일 이틀에 걸쳐 진행한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좌도 병행할 예정이다. 화신을 비롯한 일제강점기 백화점들을 주제로 당시 사람들에게 백화점은 어떤 곳이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다. 참가 접수는 8월9일부터 22일까지 서울시 공공예약서비스(yeyak.seoul.g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참가자 발표는 8월24일로 예정됐으며,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오프라인 강좌는 탄력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전시는 무료다. 관람 시간은 평일과 주말 모두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은 쉰다. 자세한 정보는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museum.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724-0168, 0135)

전유안 기자 fingerwhale@hani.co.kr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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