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 멘토 예술인 도움받아 ‘예술 너머’를 보다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인에게 ‘창작지원금+멘토지원단’ 결합 지원하는 ‘비넥스트’ 운영

등록 : 2022-01-2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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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덕(오른쪽 둘째) 작가가 지난 13일 ‘현자의 돌’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문화재단 문래예술공장 1층 갤러리엠(M)30에서 ‘비넥스트’(BENXT) 담당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이 새롭게 시작한 젊은 유망 예술인 지원 프로그램인 비넥스트는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분야별로 독보적인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는 멘토단을 구성한 뒤 유망 예술인과 함께 공동의 창작 과정을 고민하게 하는 특징을 가진다.

‘Be’와 ‘Next’의 합성어인 비넥스트

다음 세대 이끌 젊은 예술가 성장 지원

연극·무용·음악·전통 등 6개 분야 선정

분야별로 독보적 예술가 멘토단 운영

개인전 ‘현자의 돌’ 기획한 황효덕 작가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늘 고민해오다가

서울문화재단 ‘비넥스트’ 선정되면서


김해주 감독 멘토로 성공적 전시 개최

“아직 보이지 않는 세계와 조우하기 위한 가능성에 초점을 두었어요.”

오는 28일까지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 1층에 있는 갤러리엠(M)30에서 진행하는 전시 ‘현자의 돌’(Rolling Stone)을 기획한 황효덕(38) 작가는 기획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현자의 돌’은 고대 연금술사가 광물을 금으로 만드는 데 촉매로 사용한 미지의 물질을 뜻한다. 흔한 물질에서 값진 것을 뽑아내려 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해 사라져버린 근대 과학기술인 연금술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연금술의 결과를 손꼽아 기다리던 사람들의 믿음처럼 전시는 “아직 보이지 않는 세계를 어떻게 새로운 사건으로 전유시킬 수 있을까?”를 되묻는다. “연금술사의 이러한 초조한 심리상태는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놓인 작가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황 작가도 그동안 작업해오면서 늘 불안했다고 고백했다. “작가로서 홀로서기를 했던 최근 몇 년 동안 자신이 걸어온 길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란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엔 여러 작가와 함께 주로 단체전에 참여했어요. 마지막 개인전을 2016년에 했으니 벌써 6년 전 일이네요. 더구나 이렇게 큰 화이트큐브에서 전시했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저만의 작업 색깔을 잡기도 쉽지 않았어요.”

혼자 작업할 때에는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를 늘 고민했단다. 심적으로도 흔들릴 때가 많았는데, 자유의 이면엔 심리적으로 늘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어떤 때는 오랫동안 활동해온 선배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꼈다며 숨은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앞두고 황 작가는 자칫 주관적으로 빠질 수 있었던 자신에게 틀을 마련해주는 조언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시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유망예술지원사업인 ‘비넥스트’(BENXT)의 선정작이다. 작가는 비넥스트 선정에 크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것은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하는 방식인 금전적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금전적 지원 이상을 제공하는 ‘비넥스트’의 특성과 관련한 것이다.

서울문화재단은 그동안 역량 있는 예술가를 육성한 지원사업의 진행 방식을 지난해 ‘비넥스트’라는 제목을 붙여 새롭게 개편했다. ‘Be’와 ‘Next’의 합성어다. 굳이 풀어서 설명하자면, “다음 세대에 문화예술계를 이끌어갈 젊은 예술가의 성장을 집중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5월 공모를 통해 총 12개 팀을 뽑아 무대에 올렸다. 지난해 12월3일 시작해 장르별로 성황리에 진행 중이며, 오는 2월 말까지 계속된다. 이 사업은 황 작가처럼 ‘데뷔 10년 이내’의 작가들만 참여하도록 자격요건을 두었다. 전도유망한 예술가를 발굴해 예술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처럼 ‘비넥스트’는 ‘다음(Next) 세상을 열어갈(Be) 미래가 촉망한 예술가들의 등용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황 작가처럼 시각예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연극, 무용, 음악, 전통, 다원 등까지 총 6개 분야에서 다양하게 선정됐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장르 중심의 창작공간(서울연극센터, 서울무용센터, 문래예술공장)에서 주도했는데, 중요한 특징은 장르별 유망예술가를 선정한 다음 분야별로 독보적인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는 멘토단(퍼실리테이터)을 엮어서 공동의 창작 과정을 고민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열매를 맺은 작품이 이번 공연이다.

이번에 선정된 작가들은 졸업 뒤 현장에 발을 들여놨지만, 자기만의 고민에 빠진 예술가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재단이 손을 뻗은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조언을 받으면 안정적인 환경 아래 마음껏 창작을 뽐낼 수 있는 이들을 위해서. 그것은 지금까지 대부분 재정지원만 했던 단순한 방식에 탈피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지난해 5월, 공모에 선정된 황 작가는 2022 부산 비엔날레의 전시감독인 김해주 퍼실리테이터와 매칭이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제약 요건도 있었지만, 직접 대면한 두 번의 소중한 멘토링은 그에게 큰 자산이 됐다. “부산 비엔날레 등 다양한 작품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전시 경험이 많다 보니 제가 고민해왔던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셨어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막혀 있던 것에 실마리가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김해주 감독은 “단순히 지원금만 지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작업 공간을 제공하거나 기관과 작가가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점이 차별점입니다. 대부분의 개인전은 혼자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혼자 신경 써야 하는데, 작업 외적인 부분을 도와줬어요. 등단 10년 이내의 작가들이라 자기 위치를 구축하려는 이가 많아요. 그런 분들은 작품이 완성돼가는 참여 과정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저도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한편 ‘비넥스트’ 사업을 담당한 문래예술공장의 노은한 주임은 “선정된 12개팀 모두가 한결같이 ‘원석의 재발견’”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신진도 아니고, 몇 번의 공연과 전시 경험이 있는데, 아직 외부에 알려지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거든요. 조금이나마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다리가 되길 바랐는데 이렇게 좋은 결실을 얻어 보람을 느낍니다.”

실제로 무용 분야의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한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김보람 안무가도 “처음에는 젊은 예술가에게 과연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하지만 내가 어떠한 도움을 주기보다 옆에서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말한다.

“젊다는 것을 넘어 자신이 원하는 작업을 끝까지 해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남의 평가를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길을 가기를 응원했거든요. 그들에게 이런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좋은 작가라는 건 한번 좋은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기보다 또다시 그 작품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한국 무용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재공연까지 생각하면서 작품을 만들어야만 한다’고요.”

한편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이사는 “‘비넥스트’를 떠오르는 예술가들의 대표 브랜드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개편한 ‘비넥스트’의 실험적인 지원 모델은 예술가뿐 아니라 재단·관람객 모두에게 색다른 시도였습니다. 올해부터는 장르별 특장점을 부각해 재단만의 브랜드로 안착시킬 겁니다. 단순히 지원금만 지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촘촘한 그물망 예술 지원 체계로 개편해 더 많은 예술가가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고민할 겁니다.”

글·사진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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