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지나치던 공간, 그림 담으니 특별한 장소 됐어요!”

중랑구, 2019년부터 진행한 ‘우리 동네 미술관’ 사업으로 인기 만점 포토존 26곳 만들어

등록 : 2022-01-27 16:56 수정 : 2022-01-2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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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애애기화’ 통장님댁.

면목동 낡은 담장, ‘정원 속 카페’ 변신

통장댁 담벼락도 ‘화기애애’ 기운 넘쳐

어둡고 어수선했던 골목길 등 환경이

정겹고도 아름다운 도심 공간 탈바꿈

동네 곳곳 빛·색으로 밝히는 문화사업

선정부터 완성까지 주민들 참여 ‘빛나’

일상생활과 예술 사이의 접점 높이며


대표적 공공미술 브랜드로 자리 잡아

23호 중랑중학교 디자인 도출 워크숍.

“정원 속 쉼터 카페 담장에서 쉬었다 가세요~”

중랑구 면목동 길모퉁이 담장에 송곡여고 미술반 학생들이 남긴 메시지다. 오래된 담장과 화단에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더해 주민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 탄생했다. 2019년 시작한 ‘중랑 우리 동네 미술관’ 사업의 결실이다. 포토존으로 인기 만점인 이색적인 공간이다.

5호 ‘정원 속의 쉼터 카페’.

벽면에는 카페를 연상케 하는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꽃이 그려져 있다. 이 ‘정원 속의 쉼터 카페’(5호 작품) 담장에서 나무벽화 위에는 나비 조형물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이 얹혀 있어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곳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면 카페 야외 테라스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중랑 우리 동네 미술관’은 동네 곳곳을 빛과 색으로 밝히는 미관개선 사업이자 문화예술 사업이다. 장소 선정부터 작가 선정, 작품설치에 이르기까지 주민 공모와 협업, 중랑구공공디자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꼼꼼하게 진행·관리하고 있다. 작품마다 현판을 만들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예술가와 디자이너, 청소년과 대학생, 봉사동아리 등 전문가와 주민이 참여해 어느덧 작품 수가 26호에 이르렀다.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작품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이제 우리 동네 미술관은 하나의 공공미술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8호 ‘중랑과 사람 사는 이야기’.

회색 콘크리트 옹벽도 그림으로 채우면 거대한 캔버스가 된다. 작품 8호는 3명의 작가가 개성을 담아 표현한 ‘중랑과 사람 사는 이야기’ 시리즈이다. 작가별 주제는 ‘중랑의 풍경’ ‘중랑의 행복한 이웃’ ‘중랑 어린이의 동심’이다. 8-1호는 중랑을 대표하는 까치, 장미, 중랑천, 봉수대, 봉화산의 수려한 경관을 상징적으로 담고 조화롭게 배치했다. 지역 특유의 편안한 느낌을 따뜻한 파스텔톤에 담아 자연 친화적인 도시의 모습으로 구현했다. 8-2호는 행복한 순간을 함께하는 이웃의 모습을 밝은 표정과 다채로운 색상으로 그려냈다. 남녀노소의 다양한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해 친근하게 느껴진다. 8-3호는 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옹벽이라 즐겁고 활기찬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 상상력을 자극하는 통학로를 꾸몄다.

벽화 이외에 창의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작품들이 있다. 중랑중학교의 담장 구실을 하는 초록색 펜스가 63m의 거대한 캔버스가 되어 학생과 주민의 아이디어를 모아 새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직조아트라는 조금은 생소한 분야를 디자이너와 학생들이 현장조사, 아이디어 도출, 기획 등 전 과정에 참여해 형형색색의 선들이 교차하고 이어지는 다채로운 무늬를 그려냈다. 펜스를 지날 때 하나의 선을 정해 눈으로 따라가며 어떻게 이어지고 어떤 색과 교차하는지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골목 끝자락에 도착해 있다. ‘이어짐’이라는 작품 이름을 갖게 된 알록달록 이색 펜스를 지나는 아이들은 희망을 키우고 어른들은 동심을 떠올리게 된다.

25호 ‘나비 날아올라 훨훨’.

묵동에는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43호로 지정된 조선 태종의 후궁 숙선옹주(선빈안씨)의 묘가 있다. 해마다 음력 3월15일에는 종중에서 기신제를 지낸다. 25호 작품 ‘나비 날아올라 훨~훨’(묵동 산37-13)은 그 무렵 묘를 찾는 이들과 그 곁에서 꽃을 찾아 훨훨 날아가는 나비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정조대왕 능행반차도(18세기 작품)의 일부를 재해석해 구현했다. 숙선옹주 묘 주변 옹벽에 설치돼 장소의 역사적 의미를 더하고 전통적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표현하여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 일반 벽화가 아닌 입체적인 조형물 설치로 심미감이 돋보이면서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옹벽을 따라 걸으면 옛 선조들의 행렬에 현재의 우리도 동행하는 기분이 든다.

26호 ‘애애기화’(동일로95나길25 일대)는 삭막한 적벽돌 골목길에 부드럽고 생기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이다. ‘화기애애’를 거꾸로 적은 말로 ‘다정한 담으로 둘러진 화목한 기운의 동네’를 표현했다. 서일대생들이 디자인 봉사에 참여했다. 자연스러운 곡선과 원형의 도형들이 화사한 색감의 채색으로 한층 밝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주민 사랑방 구실을 하는 통장님 집 담벼락에는 안내문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었다. 그 벽면에 깔끔하고 눈에 띄는 ‘마을 게시판’을 만들어 골목길 커뮤니티 기반을 조성했다. 이웃 간에 따뜻한 인사가 오가는 정겨운 공간,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23호 ‘이어짐’.

집으로 가는 골목길, 학교 담벼락, 동네 어귀 같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미술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동네 미술관의 매력이다. 스쳐 지나가면 의미 없는 도시 공간이지만 이야기를 담으면 특별한 장소가 된다.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포토존이 되고 누군가를 만나고 추억을 쌓으면 삶의 무대가 된다. 일상 속에 문화를 담는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관은 중랑의 도시 공간을 더욱 정겹고 아름답게 밝히며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이다.

김선영 중랑구 언론팀 주무관, 사진 중랑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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