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 ‘나쁜 일자리’ 몰기보다 ‘고쳐 씀’ 자세 중요

다르게 일하는 사람들 ④ 플랫폼 노동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

등록 : 2022-08-0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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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기반 민간 노동운동단체인 ‘우리동네노동권찾기’ 김창수 대표는 단체 일을 이어가기 위한 소득 활동으로 플랫폼 음식 배달을 하고 있다. 사진은 김창수 대표가 7월18일 성북구 노동인권센터에서 강사 교육을 하는 모습.

‘우리동네노동권찾기’ 김창수 대표

단체 상근하면서 노동문제 상담·강의

불규칙한 일정, 다른 일과 병행 어려워

낮은 보수 대책으로 음식 배달 시작

가능한 시간대에만 콜 받아서 좋아

‘청소연구소 플랫폼 활용’ 장오숙씨

재택 ‘인터넷 쇼핑몰 구매업무’ 하면서


4년 전부터 플랫폼으로 가사청소 시작

앱으로 연결, 직업소개소 안 가 매력적

“다양한 집 구경 재미있어 계속 일해”

플랫폼 노동, 불규칙하고 불안하지만

일부에는 더 나은 노동 될 수 있어

플랫폼 노동은 어떤 일자리일까? 불규칙성에서 오는 불안은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하고 안정성과 사회적 보호는 취약하다. 노동계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결과 일부 보완책이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규직’에 비해 질 낮은 일자리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이 일자리들은 없어지는 편이 좋을까? 플랫폼 기업들이 모두 정규직을 고용하도록 바꾸는 것이 최선의 해법일까?

‘다르게 일하는 사람들’은 꼭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 새로운 노동 형태가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가장 빠르게 확장하는 플랫폼 노동인 음식 배달과 가사청소 일을 하는 두 사람을 만났다. 이들은 본래의 직업과 활동을 유지하면서 플랫폼 노동을 적절히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지난달 25일 동대문구 이문동 ‘우리동네노동권찾기’ 사무실에서 만난 김창수(48)대표는 2년 전부터 자전거로 쿠팡, 배달의 민족 등 플랫폼의 라이더 일을 해오고 있다.

7월25일 우리동네노동권찾기 사무실 앞에서 배달에 사용하는 전기 자전거에 올라탄 김 대표.

첫 직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는데 ‘의미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노동 분야로 옮겨왔다는 김 대표는 2015년부터 현 단체의 상근 대표직을 맡고 있다. 지역에 기반해 노동문제 상담, 강의, 노동조합 결성 지원 등 다양한 일을 하는데, 후원회비로 운영되는 민간단체라 보수는 이전 직장보다 적다.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소득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김 대표는 어느날 특이한 헬멧을 쓰고 다니는 라이더들을 보게 됐다. 안 그래도 원래 자전거를 좋아해‘자전거로 할 수 있는 알바가 없을까’ 생각하던 참이었다. 해보니 오후부터 저녁까지 주 4~5일만 일해도 꽤 안정적인 수입을 벌수 있었다. 무엇보다 고정적이지 않은 일이 라는 점이 좋았다.

“단체 활동은 회의나 강의 일정이 불규칙하고, 밤이나 주말에도 일해야 하니까 다른 일과 병행하기 어려워요. 배달은 제가 원할때 들어가서 콜을 받으면 되고, 안 되면 안해도 되니까 계속할 수 있더라고요.”

플랫폼 기업들은 라이더가 콜을 수락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제도 등으로 노동을 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노동계의 지적으로 많이 개선된 것으로 안다”면서 현재는 그런 불이익 구조를 체감하지못한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자칫 일에 매몰 될 위험은 늘 존재한다.

“사람에게는 더 벌고 싶다는 욕망이 있으니까요. 그만해야지 했다가도 콜이 뜨면 한건만 더 하고 싶어지거든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스스로 원칙을 정한 뒤로는 좀 나아졌죠.”

1년 전 전기 자전거로 바꾸기는 했지만, 더 많이 벌 수 있는 줄 알면서도 오토바이배달을 하지 않는 것도 적정선을 지키자는 원칙 때문이다. 그 덕분에 김 대표는 ‘도자킥’(도보, 자전거, 킥보드 배달 노동자를 합친 말)들과 교류하다가 노동조합 조직 활동까지 하게 됐다. 플랫폼 일이 본래의 노동활동으로 연결된 것이다. 김 대표는 “플랫폼 노동은 아직 문제가 많지만 그렇다고 ‘나쁘니까 없애자’고 할 수는 없다”며 “고쳐가면서 써야 한다”고 했다.

비판적 시각으로 목소리를 내되 변화한 시대의 관점에서 노동자의 선택권과 법적 보호 수준을 같이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시간 자율성이 있는 일만 병행한다는 장오숙씨가 7월28일 성북구 삼선동 공유공간에서 플랫폼 앱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성북구 삼선동의 한 공유공간에서 만난 장오숙(51)씨는 4년 전부터 청소연구소 플랫폼을 통해 가사청소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장씨는 재택근무로 하는 인터넷 쇼핑몰 구매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그밖에도 다양한 관심사로 참여하는 활동들이 있고, 최근 건강이 안 좋아지신 어머니를 돌봐드릴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장씨는 시간 자율성이 있는 일들만 하고 있다.

30대 중반까지는 ‘직장에 매인’ 상태로 일했다는 장씨는 남편과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5년간 인도네시아에 살아보기도 하면서자유롭게 지내왔다. 그러다 귀국한 6년여 전만 해도 가사서비스 일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예전에는 가사청소를 하려면 직업소개소를 찾아가야 했잖아요? 저와 접점이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 해봤어요. 아는 분이 청소연구소 교육을 받으러 간다고 해서 모셔다드릴 때도 무슨 일인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그날 가입하게 된 거죠.”

참관한다는 생각으로 교육을 듣던 장씨는 생각보다 일이 체계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처음 고객 집을 방문해 인사하는 방법부터 장소별 청소법까지 매뉴얼화해놓은 것을 보고 ‘나도 해볼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했기에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일을 받고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그렇게 교육을 마치자 다음날부터 콜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죠. 집에서 상당히 거리가 먼 데도 수락한 적도 있었고요. 남자분 혼자 있는 집에 처음 갔을 때는 너무 어색하고 불안하더라고요. 도저히 못하겠다고 연락하고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회사로 연락했을 때 “괜찮으니 어서 나오시라”고 말해준 상담직원 덕분에 장씨는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일을 중단해도 다음 일을 하는 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 경험 덕에 이후로는 비슷한 상황을 만나도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인터뷰 중 장씨는 잠시 자신의 다른 일인 인터넷 쇼핑몰 구매업무를 처리했다.

장씨는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가 “재미있어서”라고 했다. 구조가 다양한 집들을 보는 것이 재미있고, 깨끗해진 집을 보면 보람도 느낀다. 기회가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고 한다.

“엄마 세대만 하는 일이 아니라고, 젊은 세대도 이 일에 대한 편견만 버리면 자유롭게 선택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해주고싶어요.”

지금까지 4회에 걸쳐 ‘다르게 일하는 사람들’을 소개한 것은 하나의 직장에 소속된 정규직, 전일제 일자리만이 좋은 일자리라는 고정관념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어서였다. 그런 관념 때문에 선택에 제약을 받고, 사회의 인정과 보호를 못 받아온 사람들이 있다.

‘플랫폼 노동은 나쁜 일자리’라는 고정관념도 마찬가지다. 정규직으로 채용해준다해도 사정상 할 수 없는 사람들, 낯선 소개소에 찾아가야 하고 누구도 관리해주지 않는 채로 일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플랫폼 노동은 더 나은 일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김 대표가 말했듯이 “단점이 있더라도 고쳐가며 쓰는” 것이다. 다양하게 일하는 사람들 누구나 잘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규직만 좋은 일자리인 사회를 고집하기보다 말이다. <끝>

글·사진 황세원 일인(in)연구소 대표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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