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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 서울송천초등서 열린
‘학부모 창의 한마당’ 특별 수업
전체 학부모 1/4인 120명 교사 참여
구족화가 체험·수첩 만들기 등
1~6학년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
강서구 혁신교육지구 열띤 토론회
2시간 토론, 함께 땀 흘리는 모습
‘달달한 만남’ ‘온마을교육회의’ 등
자발적 학부모 모임도 활발 동작 ‘아무거나 프로젝트’도 신선
자발적 학부모 모임도 활발 동작 ‘아무거나 프로젝트’도 신선
지난 21일 강북구 미아동 서울송천초등학교 학생들이 ‘학부모 창의 한마당’의 만화경 만들기 수업에 참여해 자기가 만든 만화경을 보며 웃고 있다.
‘아이들의 웃음은 곧 엄마들의 땀이다.’
지난 21일 강북구 미아동 서울송천초등학교에서 열린 ‘학부모 창의 한마당’은 혁신교육지구 사업이 어떻게 엄마들의 땀을 아이들의 웃음으로 승화시키는지 잘 보여줬다.
2017년부터 강북혁신교육지구 사업의 하나로 진행된 창의 한마당은 학부모가 기획·준비·진행까지 도맡아 하는 특별 수업이다. 이날 송천초에서는 1~6학년 전체 교실에서 구족화가(입이나 발로 그림 그리는 화가) 체험하기를 비롯해 DIY 수첩 만들기, 이끼 시계 만들기, 만화경 만들기, 방향제 만들기, 클립보드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지구 살리기 프로젝트’라는 대주제 아래 열린 창의 한마당에 참가한 아이들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두드리고, 끼우고, 스탬프를 찍는 즐거운 행동을 하는 사이 눈앞에 만화경이 만들어지고, 방향제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이 즐거움을 위해 학부모들은 지난 1월부터 땀 흘렸다. 주민정 송천초 학부모회장은 “지난 1월 참여를 희망한 학부모 120여 명이 모여 올해 창의 한마당 주제를 정하는 데서 준비가 시작됐다”며 “이후 여러 차례 만나 구체적인 수업 내용을 정하고, 실제 시연도 해보는 등 아이들이 좀더 쉽게 수업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이 머리를 맞댔다”고 한다. 이날 2학년 구족화가 체험 교실에서 1일 교사를 맡은 학부모 이경희씨는 “수업 일주일 전부터는 구족화가 체험에 필요한 스탬프와 물감통 등을 만드느라 함께 수업 맡은 학부모 5명이 거의 매일 만났다”고 한다.
박겸수 강북구청장(뒷줄 왼쪽 일곱 번째) 등 강북구 학부모와 교육 관계자들이 ‘학부모 창의 한마당’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강북혁신교육지구에서 2015년 처음 창의 한마당을 시작했을 때는 학부모가 주도해 교육하는 것에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시성북강북교육지원청 송영숙 교육협력팀 장학사는 “학부모가 교육 주체가 된다는 것에 처음에는 일부 교사 등이 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헌신성으로 첫 번째 창의 한마당이 학생들에게 호응을 얻으며 잘 마무리되자, 학부모가 중심이 되는 수업에 대한 반대 여론도 사그러들었다”고 되돌아본다.
박두현 강북구 교육지원과 주무관에 따르면 “이에 따라 창의 한마당 운용 첫 회에는 14개 학교에서 학부모가 1100여 명, 학생이 7400여 명 참여하는 데 그쳤으나, 2018년에는 16개 학교에서 학부모 1741명, 학생 1만3천 명으로 참여자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한 학교당 참여 학부모가 79명에서 109명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날 송천초 창의 한마당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흘린 땀이 적지 않은데도,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모두 스스로 활동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자발성은 ‘마을 전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혁신교육지구 사업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주요한 기준이다.
주민정 학부모회장은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하기 전에는 학부모 대표를 반마다 몇 명씩 할당해 뽑았는데, 창의 한마당과 관련해서는 원하는 학부모만 참석해달라고 했다. 이렇게 했는데도 전체 학부모의 4분의1인 120여 명이 모일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했다. 창의 한마당을 준비하려면 많은 땀을 흘려야 하지만, 그 땀이 기분 좋은 땀이라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 땀은 곧 아이의 웃음을 만드는 땀이고, 더 나아가 잘 알지 못했던 이웃 학부모를 친구로 만들어주는 땀인 것이다.
‘학부모 창의 한마당’에 교사로 참여한 한 학부모가 송천초등학교 학생에게 방향제 만들기를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송천초의 창의 한마당 사례 등 개별 학교의 좋은 사례가 강북구 전체로 확산되게 만든다. 혁신교육지구 사업 실무협의회의 한 축인 학부모분과(분과장 안은주)를 통해 모범 사례가 강북구 전체 34개 학교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김은주 학부모분과 창의교육팀장은 “혁신교육지구에서는 이런 과정을 통해 동네 아이가 그냥 동네 아이가 아니라 ‘학부모 누구의 아이’가 되고, 이웃 아줌마도 그냥 이웃 아줌마가 아니라 ‘친구 누구의 엄마’로 인식된다”고 말한다. 혁신교육을 위해 흘린 엄마들의 땀이 모여 마을 공동체의 밑거름이 된다는 말이다.
강서구 마을 주민·교사 토론회 토론 모습.
‘함께 땀 흘리기’는 혁신교육지구 사업 정신의 핵심 중 하나다. 마을 전체가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선의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바라보는 곳이 다르면 ‘마을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혁신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교사든 학부모든 마을 강사든 끊임없이 모이고 얘기하는 ‘함께 땀 흘리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다’라는 공유점을 얻을 수 있다.
지난 19일 오후 강서구 발산역 근처 한 웨딩홀 회의실에서는 130여 명에 이르는 강서혁신교육지구의 초·중·고 교사들, 마을 주민들, 마을 학교 운영자, 학부모들이 모여 ‘2019 마을과 학교가 만나는 테이블’ 행사를 열었다. 행사 참가자들은 오후 3~5시 2시간 동안 강서혁신교육지구의 철학과 비전, 청소년을 위한 시민 교육, 강서혁신교육지구의 사업 제안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참가자들은 “인접한 학교간 혁신공동체를 만들어 방과후수업이나 동아리활동자치활동 등을 공유하는 것” 등 여러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2시간의 토론이 지루할 만한데, 참가자들 얼굴엔 활기가 가득해 보였다. 장은하 강서양천교육지원청 장학사는 “함께 땀 흘려, 마을이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혁신교육지구 사업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그러는 사이 서로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정신이 서울시 곳곳에 ‘함께 땀 흘리는 모임’을 만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참여협력담당관실의 조대진 장학사는 “강남서초혁신교육지구의 학부모 모임인 ‘달달한 만남’이나 구로혁신교육지구의 ‘온마을교육회의’ 등 서울시 곳곳에서 자발적인 학부모 모임이 활발히 활동한다”고 한다.
이렇게 마을 사람들이 학생들 교육을 위해 ‘함께 땀 흘려 한 곳을 바라보려’ 애쓰면,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함께 땀 흘려 마을을 바라보려’ 애쓰게 된다.
강서구 마을 주민·교사 토론회 발표 모습.
동작혁신교육지구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사업인 ‘아무거나 프로젝트’를 살펴보자. 이 프로그램은 동작구에 사는 청소년들에게서 정말 ‘아무거나’ 신청받아 지원해준다. 사업을 담당하는 김한수 동작혁신교육지구 전문관은 “2015년부터 시행하는 아무거나 프로젝트는 5명 이상의 청소년이 모여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 ‘아무거나’를 사업으로 구상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된다”며 “심사도 축제 형식으로 진행하는데, 올해 120개 팀이 신청해 88개 팀이 합격했다”고 한다. 김 전문관은 “선정된 프로젝트에는 드론 날리기 등 자기개발 프로그램도 많지만, 서울공고 전기과 아이들의 ‘홀몸노인 집 LED 교체’, 초등학생들의 유치원생 돌봄 등 이웃을 돌아보는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동작혁신교육지구 사업 홍보 영상 <한 장의 추억> 소재도 바로 이 아무거나 프로젝트에서 나왔다고 한다. <한 장의 추억>은 고등학교 여학생이 홀로 사는 마을 할머니댁을 방문해 영정사진을 찍으며 우정을 쌓는 이야기다. 김 전문관은 “2016년 서울공고의 ‘꿈꾸는 사람들의 봉사동아리’는 실제 회원 6명이 홀몸노인들의 영정 사진을 찍었다. 이 과정에서 홀몸노인들을 여러 차례 방문해 그분들의 삶 이야기를 들으며 이전 세대 어르신들에 대한 이해도를 넓혔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도봉혁신교육지구의 ‘개(開)판 5분 전 프로젝트’ 등 각 혁신교육지구의 청소년 프로그램들도 평화의 소녀상 건립 등 마을 공동체를 지향하는 청년 프로그램을 다수 포함한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앞으로의 교육에서는 교실에서 배우는 것을 넘어 자기 삶의 현장인 마을로 배움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생들의 삶을 구성하는 것은 ‘가정’과 ‘학교’뿐 아니라 ‘지역’을 포함해야 온전해진다”고 했다. 이어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부모의 삶에 대한 태도를 보면서 배우고 성장한다는 의미인데, 부모를 포함한 지역 어른들이 일하는 모습과 봉사하는 삶을 보며 충분히 배울 것이다. 이런 교육을 경험한 청소년들은 단순히 책을 통해 지식을 습득한 친구들보다 지식을 삶에 적용시키는 융합 능력이 더 뛰어나다. 이것이 요즘 미래를 대비하는 학습 방법으로도 주목받는 ‘현상 기반 학습’이다”고 설명했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함께 땀 흘리기’를 통해 마을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활기찬 마을은 다시 청소년들에게 더 넓은 삶의 창을 열어주고 있다.
글·사진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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