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살리는 휴

초록의 기운을 받는 숲 명상

등록 : 2016-04-14 18:24 수정 : 2016-05-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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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200만년을 숲에서 살아왔다.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된 것은 불과 30~40년에 지나지 않는다. 인류의 기원과 역사가 인간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는 윌슨의 ‘바이오필리아’ 가설에 따르면 자연에 대한 애착과 회귀 본능은 인간의 보편적 특성이다. 마음에 쌓인 피로감이나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감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숲 명상(사진)이 제격이다.  

숲 명상은 장소가 중요하다. 시각, 청각, 촉각과 후각이 오로지 숲으로 향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백병원 우종민 교수는 ‘새소리, 물소리 등이 잘 들리는 곳, 피톤치드와 녹색이 풍부한 곳, 그러면서 나무가 빽빽하지 않고 적당히 개방된 곳, 바람이 잘 느껴지는 곳’을 추천한다. 북한산 둘레길 가운데 제5구간은 ‘명상길’이란 이름이 붙어 있고, 이 밖에도 명상에 적합한 코스는 많다.    

1단계. 숲 거닐기, 숲에 연결하기  
느리게 마음 속 찌꺼기들을 내려놓는다는 기분으로 걷는다. 나무와 풀, 푸른 하늘과 새들을 바라보고 듣고 촉감으로 느껴 본다. 발아래 헤아릴 수 없는 미생물의 존재, 부드러운 대지의 속내까지를 상상하고 그들과 하나가 된 나를 상상한다. 이 과정은 대자연의 기운을 내 몸과 마음의 일부로 연결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잘 느껴지지 않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30분 이상은 투자하자.    

2단계. 숲과의 대화, 숲 거두기  
숲을 더 가깝게 받아들일 차례다. 적절한 장소를 정해 주변을 둘러본다. 가벼운 맨손체조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킨다. 나무나 풀의 생김새를 들여다보고 꽃향기를 맡아 본다. 나무도 안아 보고 껍질의 감촉도 느껴 본다. 편안하게 앉거나 눕는다. 하늘과 구름, 나뭇잎과 새, 바람결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사방의 모든 것을 마음속에 거두는 과정이다. 숲 밖에서 있었던 일들을 잊어버리고 ‘지금 여기’에 관심을 집중해 기억 속에 쓸어 담는다. 20분 이상 마음속에 숲이 들어찰 때까지 진행한다.  

3단계. 숲 명상 - 온전한 휴식과 치유  
눈을 감는다. 청각과 후각으로 모든 소리와 냄새를 받아들인다. 서서히 마음을 거두어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대지의 기운, 숲의 따스함이 들숨과 함께 내 몸으로 들어온다. 몸속의 상처와 찌꺼기들은 날숨을 통해서 밖으로 나간다. 숨은 깊고 온유해야 한다. 호흡을 따라 움직이는 복부에 마음을 집중한다. 어느 순간 호흡을 하고 있는 나만 존재한다고 느껴진다. 완전한 휴식이고 치유의 과정이다. 30분 이상 충분한 시간 동안 머문다.

이선재 한겨레 휴센터 휴 디렉터 tr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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