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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전망대에서 바라 본 북한산 백운대와 인수봉 모습.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내 안에는 나 혼자 살고 있는 고독의 장소가 있다. 그곳은 말라붙은 당신의 마음을 소생시키는 단 하나의 장소다.” 소설 <대지>의 작가 펄벅이 한 말이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도 수십 명씩 새 친구를 만들고 또 잊을 수 있는 세상을 살면서 펄벅의 말에 공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기술의 발달이 가져다준 수많은 관계가 문득 공허함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리라. 그럴 때면 펄벅의 말대로 고독의 장소를 찾아 떠나 보자.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그런 곳은 서울에서도 찾을 수 있다. 게다가 서울에는 고독의 장소로 안내하는 멋진 길이 곳곳에 있다. 서울의 대표적 길인 ‘서울둘레길’ 완주자들은 157㎞의 길 가운데 북한산 구간을 으뜸으로 꼽는다. 초록과 물소리 새소리를 온전히 품고 있는 자연 길이기 때문이리라. 서울둘레길과 구간을 공유하는 북한산 둘레길 21개 구간은 북한산과 도봉산 둘레에 샛길로 존재하거나 잊혀져가던 물길, 흙길, 숲길과 마을길을 이어 71.5㎞의 길이로 새로 태어난 길이다. 너나없이 더위를 피해 강으로 바다로 떠나는 여름이니 오히려 한적한 북한산 둘레길로 나서 보자. 지하철과 마을버스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북한산 둘레길. 내 삶을 옥죄던 서울이라는 도시를 발아래 두고 걸으며 잊었던 자연과 벗하다 보면, 고독이 주는 새로운 힘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고영리 스토리텔러·이야기고리 대표
흰구름길은 이준 열사 묘역부터 북한산 생태숲까지 약 4.1㎞의 길이지만, 나를 만나러 걷는 길이라면 굳이 순서를 따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도심 속 산사 화계사에서 걷기 시작하는 게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빨리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다.
화계사에서 걷기 시작하는 것도 방법 화계사 초입의 북한산 둘레길 이정표가 가리키는 정릉 방향으로 천천히 걷다 보면 구름전망대와 빨래골, 공원 지킴터, 북한산 생태숲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북한산 생태숲은 여름철에 숲 해설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으니 시간 맞춰 참석하면 자연과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마을버스를 타고 약 10분이면 화계사 입구 정류장에 닿는다. 조용한 주택가 골목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북한산 둘레길 입구와 닿아 있는 화계사에 도착한다. 화계사는 북한산을 삼각산이라는 별명을 갖게 만든 백운봉, 인수봉, 만경봉이 바라보이는 북한산의 동남쪽 끝자락에 있다. 경내에 들어서기만 해도 공기가 다르고 분위기 또한 고즈넉하다. 450년이 넘도록 제자리를 지켜낸 느티나무가 있고, 그 아래 놓인 평상에 앉아 있기만 해도 자잘한 고민은 금세 잊힐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저녁 예불 시간이라면 범종각의 종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하루 또는 1박 2일 동안 머물며 공양과 참선, 차담 등을 해 보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천천히 경내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차분해짐을 느끼게 된다. 곧장 북한산 둘레길을 걸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화계사에서 걷기 시작하는 것도 방법 화계사 초입의 북한산 둘레길 이정표가 가리키는 정릉 방향으로 천천히 걷다 보면 구름전망대와 빨래골, 공원 지킴터, 북한산 생태숲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북한산 생태숲은 여름철에 숲 해설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으니 시간 맞춰 참석하면 자연과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마을버스를 타고 약 10분이면 화계사 입구 정류장에 닿는다. 조용한 주택가 골목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북한산 둘레길 입구와 닿아 있는 화계사에 도착한다. 화계사는 북한산을 삼각산이라는 별명을 갖게 만든 백운봉, 인수봉, 만경봉이 바라보이는 북한산의 동남쪽 끝자락에 있다. 경내에 들어서기만 해도 공기가 다르고 분위기 또한 고즈넉하다. 450년이 넘도록 제자리를 지켜낸 느티나무가 있고, 그 아래 놓인 평상에 앉아 있기만 해도 자잘한 고민은 금세 잊힐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저녁 예불 시간이라면 범종각의 종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하루 또는 1박 2일 동안 머물며 공양과 참선, 차담 등을 해 보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천천히 경내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차분해짐을 느끼게 된다. 곧장 북한산 둘레길을 걸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단출해서 오히려 더 좋은 정릉
흰구름길이 끝나면 내친걸음으로 다음 구간인 4구간 솔샘길까지 걷자. 2㎞가량 되는 짧은 구간이라 흰구름길과 연결해 걷기에 큰 부담이 없다. 소나무 아래 맑은 샘이 있어 솔샘길이란 이름을 갖게 된 길 가에는 무궁화며 맥문동 등 온갖 꽃들이 지천이다. 다소곳하면서도 질긴 그 생명력에 탄복하다 보면 정릉 주차장에 닿게 된다. 거기서 큰길로 빠져나와 30분쯤 걸으면 정릉이다. 조선 태조의 두 번째 왕비 신덕왕후 강씨의 무덤인 정릉은 단출한 단릉(한 봉분에 왕이나 왕비 한 분만 모신 무덤)과 각종 석물(무덤 앞에 세우는, 돌로 만든 물건들)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돼 위엄과 함께 정겨움을 자아낸다.
매표소에서 금천교를 지나 홍살문, 정자각, 비각을 도는 데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충분하다. 곳곳에 아름드리 나무가 서 있고 금천교 주변의 물가에는 계절별로 다양한 야생화가 피고 있어, 눈은 호강하고 마음은 천천히 숨을 쉴 수 있는 곳이다. 번잡스럽지 않고 조용한데다 찾아오는 사람들도 가족 단위거나 혼자 오는 사람들이라, 다리쉼을 하며 가볍게 책 한 권 읽기도 좋다.
꽃으로 하나 된, 사람 사는 마을 정릉 교수단지
화계사에서 흰구름길과 솔샘길을 지나 정릉까지 둘러보았다면 얼추 3~4시간 정도 지났을 터, 이제 슬슬 혼자만의 시간을 정리해야 한다. 정릉 입구로 나와서 200m쯤 걸으면 오른쪽으로 담장 밑에 아기자기한 화분이 놓인 골목이 보인다. 바로 정릉 교수단지 마을이다.
정릉 교수단지는 1960년대 서울대 교직원들이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으로부터 산 땅에 집들을 지어서 만든 마을이다. 2000년대에 불어닥친 재개발 바람에 마을이 휩쓸리지 않도록, 각자 집에 이름을 붙이고 정원을 꾸며 마을을 콘텐츠가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해마다 각자의 개인 정원을 개방하는, ‘정릉 교수단지 정원축제’를 열어 마을살이를 하나의 이벤트이자 강점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아늑하고 조용한 정릉 아래, 여전히 낭만을 간직한 꽃과 정원을 지닌 마을 길을 한 바퀴 돌다 보면 진정한 관계, 아름다운 이웃에 대한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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