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협의 가족 같은 진료와 돌봄

연중 기고ㅣ‘사회적 경제를 다시 본다’ ③
김영림ㅣ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등록 : 2023-03-23 15:14 수정 : 2023-03-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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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개소한 새안산의원 재택의료센터의 의료전문가가 어르신 댁을 찾아 진료하고 있다.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제공

‘대형병원도 의사가 없어 응급수술 차질’ ‘월 1600만원에 숙소 제공하지만 의사 없어’

요즘 지역 공공의료의 현주소다. 지역·계층에 관계없이 보편적인 의료를 보장받아야 하는 국민의 권리가 무너지고 있다. 고령화는 이미 우리 현실이 됐고,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 1천만 명 시대에 도달했다. 지속가능한 건강사회는 의료복지 시설로만 감당할 수 없다. 결국 스스로 그리고 함께 건강과 돌봄을 해결하는 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이 지금 우리 사회의 최선이 아닐까?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료사협)은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는 다르다. 아파서 찾아오는 병원이 아니고 아프기 전에 스스로 자기 건강을 챙기고 이웃과 함께 서로 돌보는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비영리법인이다. 3월10일 기준으로 서울에는 함께걸음, 서울, 살림, 마포, 건강한, 성북, 관악정다운 등의 의료사협 8곳(전국 37곳)이 있으며, 각자 지역사회의 건강지킴이로서 보건예방사업을 실천하고 있다.

필자가 이사장을 맡은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2000년 4월 설립됐다. 창립선언문에는 ‘우리가 스스로 설립하고자 하는 병원은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길 바라는 병원이 아니다. 오히려 건강한 사람들이 참여하여 건강을 자신과 이웃이 누리도록 실천하는 병원이다’라고 쓰여 있다. 우리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의 의사는 진료뿐만 아니라 건강강좌와 건강소모임을 꾸준히 시도한다. 몸의 질병은 진료실 안 의사가 치료하지만 건강을 지키는 것은 진료실 밖 건강한 이웃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창립 정신을 지키는 노력의 일환이자 의료사협의 특징이다.

의료사협은 조합원의 필요로 자발적으로 결성되어 그들의 요구에 따라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7700가구의 조합원과 의원, 치과, 한의원 등의 1차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고령사회를 대비해 2008년 건강 취약 어르신에게 방문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장기요양센터로 돌봄 복지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0년 요양원 운영, 2019년 안산시 장애인활동지원센터 지정, 2021년 어르신 주간보호센터를 개설해 돌봄 사업의 영역을 확장했다. 1천여 명에 이르는 어르신과 장애인을 돌보고 400여 명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만들어냈다.

최근 의료와 돌봄에 대한 요구가 확대됨에 따라 재택의료센터도 마련했다. 지난 7월 안산시와 함께 의료전문가와 사회복지사가 함께 방문해 의료와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을 대상으로 맞춤형 방문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내가 살던 집에서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자’는 지역사회 통합돌봄(Community Care)을 우리 방식으로 차근차근 실현하고 있다.

의료사협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사회를 위한 자원봉사활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점이다.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구성된 ‘발로 뛰어 봉사단’은 취약계층 어르신을 대상으로 도시락 배달, 김장 나눔 등을 하고 있으며, 타이 메솟난민병원 후원봉사 등 각종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는 면 마스크 제작, 안부 전화, 방역 소독과 같은 활동으로 건강한 지역공동체 유지를 위한 사회적 백신 역할을 하며, 도시에서 왜 의료사협이 필요한지를 우리 스스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의료사협은 주민의 협동으로 스스로 건강능력을 향상하고 발휘하는 ‘건강자치’를 꿈꾸며, 이를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기업의 방식으로 풀어나갈 것이다.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 22년 동안 연매출 130억원, 직원 500여 명의 규모 있는 사회적기업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2022년 기준). 올해는 ‘보니마을 건강생활통합돌봄센터’라는 마을주민이 직접 주도하는 도시재생 통합돌봄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다. 조합원이 주인인 의료기관, 나와 내 이웃이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의료사협은 끊임없이 노력해나갈 것이다.

김영림ㅣ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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