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삶을 완성해간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 달동네와 경기도 양평 정배리(정이 두 배 되는 마을)의 산골 마을, 두 곳이 아니었다면 공정여행을 꿈꿀 수 있었을까? 나는 이 두 곳에서 살며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사업의 새로운 관점을 키워갈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우리 동네 젊은 부모들이 일을 나가면 어르신들이 당신 손주들뿐만 아니라 이웃의 아이들도 챙겨주셨다. 또 어르신들이 약이 필요하거나 병원에 가야 하는 일이 생길 때는 우리 부모, 남의 부모 할 것 없이 서로 모시고 갔다. 이렇게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았다.
2009년부터 2013년 2월까지 양평 정배리에서 배꼽마당이라는 문화공간을 운영했다. 마을 책방이자 사랑방으로 역할을 했다. 이곳에서 주민들과 재미있게 놀기 위해 마을 연극, 비닐하우스 음악회, 경운기 이동책방, 복날 마을잔치, 마을 지도 만들기 등을 했다. 여럿이 함께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실감했다. 그런데도 같이 해나가며 공동의 성취감을 느끼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친해지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2015년 서울로 돌아와 공정여행 마을해설가 양성과정 교육을 받았다. 공정여행이란 지역 속에 숨겨진 매력과 자원을 발굴함으로써 여행자, 주민, 그리고 지역 모두에게 이로운 여행을 말한다. 어린 시절 금호동에서 지냈던 추억과 애정으로 성동에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교육을 마친 뒤 성동구 공정여행사업단에서 활동했다. 2019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팀으로 선발되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준비해, ㈜사계절공정여행을 창업했다. 그해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우리는 지역의 다양한 자원(역사, 문화, 예술, 산업, 사람, 골목, 오래된 점포)을 발굴하고 활용해 로컬여행을 만들어 운영한다. ‘성동구 사회적경제 둘레길 투어’에서는 성수동 소셜벤처 거리의 사회적경제기업을 만나 소통하고 체험하며 사회적경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안녕? 성수동 수제화’에서는 50년 수제화 장인과 청년 수제화 기업인을 만나고 체험한다. ‘똑똑! 청년예술가 투어’에서는 여행자와 지역청년 예술인들을 연결하며 예술체험을 함께할 수 있다. ‘성수그린피크닉’에서는 생활 속에서 건강한 소비문화를 경험하는 친환경 마을여행이 이뤄진다.
또한 2022~2023년 성동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실천 기업으로 선정돼 사회적 가치 확대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성동형 ESG 실천 공모사업 사업대상자로 뽑혀 지역의 다양한 문화자원을 활용해 지역을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콘텐츠를 만들었고 지역 이미지를 형상화한 지역 특화상품(성동굿즈)을 개발했다.
성동구 골목에서 시작한 작은 여행이 주민단체, 소상공인, 공정무역, 친환경 실천 가게 등과 서로 돕는 관계로 확대됐다. 주민·기관·단체·기업 등과 협업하며 동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로컬여행들로 여행자들과 만나고 있다.
국내외에서 온 다양한 여행자들을 만나면서 장애인을 위한 여행환경 개선에도 나섰다. 장애인 여행자를 환대하지 못했던 부끄러운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장애인 여행자에 대한 인식개선과 교육을 통해 우리 지역에서는 이들이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바꿔가고 있다. 시각장애인 여행자를 위한 현장 영상해설사 교육을 받고 배운 것을 바로 적용하며 ‘안녕, 성수동 마을여행’을 운영했다. 회차를 거듭하며 시각장애인 여행자들이 전달하는 귀한 의견을 모아 반영하고 있다.
여행자가 늘어나면서 소음, 쓰레기 등 문제도 생겼다. 우리는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불편하지 않고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여행자들에게 지역을 존중하는 ‘아름다운 여행자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계절 즐거운 지역여행으로 숨겨진 지역의 뒷이야기를 여행자들에게 전한다. 주민들에게는 지역의 재발견을 선사한다. 이렇게 이롭고 지속 가능한 여행을 함께 시도할 수 있는 지금의 이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다. 우리의 여행방식이 지역에 스며드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우리가 하는 다양한 사회적경제의 일상이 여행자들에게도 스며들기를 바란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