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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청사 앞 크리스마스트리 옆에 선 김유선 주무관. 김 주무관이 기획한 이 트리는 560개의 플라스틱 우유 상자와 재활용품으로 이뤄졌다.
강동구 청사 정문 앞 도로를 건너면 보이는 ‘로터리’는 봄이면 새싹을 키우는 화분들로, 여름이면 분수로, 가을이면 낙엽으로 장식되는 곳이다. 그러나 겨울에는 아무것도 없어 휑했던 그곳에 2012년부터 대형 트리가 들어섰다. 추위에도 오가는 사람들이 꼭 한번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게 하는 이 독특한 리사이클링 트리를 기획한 사람은 강동구 도시지원과 김유선 주무관(37)이다. 지난 19일 트리 앞에서 김 주무관을 만났다.
공공디자인 공부 위해 외국 유학까지
“아주 잠깐 머무는 장소라도 건조하지 않은 공간이 되길 원했어요. 분수 하나가 물을 뿜는 것만으로도 이곳은 활기가 넘쳐요. 겨울에도 그런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김 주무관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2년 12월부터 해마다 다른 모습으로 분수광장에 들어서는 대형 트리는 신호등을 기다리는 잠깐의 시간까지 즐겁게 만든다.
트리 기획은 김 주무관이 맡고 세부 디자인과 트리 제작은 업체에 맡긴다. 올해 트리는 사회적기업 어시스타가 제작한 ‘미러바이트리’(Mirror Tree). 멀리서 보면 금빛 소나무처럼 보이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얼굴이 그대로 비치는 금색 거울 1028장이 붙어 있다. “공공 조형물인 만큼 강동구만의 매력을 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구 대표 정책인 도시재생을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리사이클 트리를 기획했습니다.” 폭 5m, 높이 6.5m의 대형 트리는 560개의 플라스틱 우유 상자와 재활용품으로 만들었다.
10월이 되면 올해는 어떤 리사이클 트리를 세울지 고민한다는 김 주무관은 ‘공공디자인’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게 바로 공공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한 김 주무관은 졸업 후 건축자재회사에서 일하다 문득 디자인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고 한다. “디자인이 소비로만 이어지는 악순환. 그걸 해소하고 싶었어요. 그때가 2006년 즈음인데 막 공공디자인이 이슈로 떠오를 때였죠.” 공공디자인을 제대로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은 김 주무관은 직장에 사표를 던졌다. 그러고는 핀란드 헬싱키예술대학에서 공간디자인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 우연한 기회에 강동구청 공공디자인 담당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6년째 전문직으로 일하고 있다.
도시디자인 기본 계획 수립, 가설 울타리 디자인 개발, 지하보도 활성화 디자인, 강풀 만화거리 등이 공공디자인을 맡은 김 주무관이 하는 일이다. 강동구 구석구석 디자인이 필요한 곳에 새 옷을 입히고 있지만, 공공디자인은 지속적인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게 김 주무관의 생각이다. “계속 그곳에 사람들이 머무르게 할 콘텐츠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게 필요해요. 내년 1월 문을 열 ‘승룡이네집’ 역시 같은 이유로 기획하게 됐죠.” 강풀만화거리에 자리한 ‘승룡이네집’은 1층은 카페, 2층은 만화책방, 3층은 입주작가가 머물 수 있는 곳이다. 강동구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고 표현했다. “일을 추진하는 권한은 물론 실행 단계에서 강동구청 모든 부서가 적극 협력해주세요. 저 혼자 만든 건 단 하나도 없습니다.”
“공공디자인은 삶의 질을 보여주는 것”
오후 5시가 되자 분수광장 크리스마스트리에 조명이 켜졌다. 지나가다 사진을 찍거나 올려다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올 때 항상 이 로터리를 지나요. 해마다 다른 트리가 서는데, 올해가 제일 예쁜데요!” 김현정(36)씨는 3살배기 아들을 트리 앞에 서게 하고 사진을 찍었다. 아이도 재밌는지 움직이지 않고 잘 서 있다. 추운데도 발길을 멈추게 하는 게 트리의 매력이라고 사람들이 입을 모았다. “공공디자인은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영감을 받고 누릴 수 있는, 관이 만들어서 뻔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김 주무관은 공공디자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스터디를 하거나 여행을 다니며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했다. “다섯 번째 트리인데, 이제 이곳이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광장으로 알려지면 좋겠어요.” 트리 앞에 놓인 의자를 꼼꼼하게 정리하며 말했다. 글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사진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오후 5시가 되자 분수광장 크리스마스트리에 조명이 켜졌다. 지나가다 사진을 찍거나 올려다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올 때 항상 이 로터리를 지나요. 해마다 다른 트리가 서는데, 올해가 제일 예쁜데요!” 김현정(36)씨는 3살배기 아들을 트리 앞에 서게 하고 사진을 찍었다. 아이도 재밌는지 움직이지 않고 잘 서 있다. 추운데도 발길을 멈추게 하는 게 트리의 매력이라고 사람들이 입을 모았다. “공공디자인은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영감을 받고 누릴 수 있는, 관이 만들어서 뻔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김 주무관은 공공디자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스터디를 하거나 여행을 다니며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했다. “다섯 번째 트리인데, 이제 이곳이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광장으로 알려지면 좋겠어요.” 트리 앞에 놓인 의자를 꼼꼼하게 정리하며 말했다. 글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사진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