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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 서대문구 복지정책과 주무관(오른쪽)이 지난 13일 서대문구 홍은동 홍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최문예 할머니(87)가 ‘뜻깊은 작은 장례 실천 서약서’를 쓰는 것을 돕고 있다.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오종임(77), 전은숙(78), 최문예(87) 할머니가 지난 13일 홍은종합사회복지관(서대문구 세검정로1길 116)을 찾았다. 서대문구가 벌이고 있는 작은 장례 문화 캠페인에 응답하기 위해 ‘뜻깊은 작은 장례 실천 서약서’를 쓰려고 방문한 것이다.
“마지막까지 부담을 주긴 싫어. 일상복으로 수의를 하면 8만원이 더 절약된다는 거지?” “종이 관이 쉽게 부서지는 문제가 없을까?” “서대문구 추모의 집에 봉안하면 15년에 10만원이라고?” 할머니들의 질문에 김시우 서대문구 복지정책과 주무관의 답변과 설명이 이어졌다.
“상주가 스스로 ‘죄인’이라는 뜻으로 삼베로 만든 상복을 입던 것이 변질되어, 요즘은 고인에게 삼베 수의를 입혀 죄인으로 만들고 있어요. 일상복으로 수의를 하는 게 우리 전통이에요.” 김 주무관의 설명에 할머니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김 주무관은 서대문구가 지난해 3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작은 장례 문화 캠페인 담당자다. 이 캠페인은 불필요한 허례허식을 거둬내고 간소하게 장례를 치르자는 운동이다.
“주민들이 올바른 장례 문화를 자세히 알지 못해 불필요하게 비용을 낭비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특히, 상조회사가 전체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꼭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김 주무관은 아는 만큼 장례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2015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가구당 평균 장례 비용으로 화장의 경우 1328만원, 매장은 1558만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이 장례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하지만, 아직도 값비싼 장례가 성행하고 있다. 사회적 지위에 대한 과도한 의식과 부모의 장례를 간소하게 치르면 불효라는 유교 문화 영향, 장례 관련 업체들이 조성한 거품이 가장 큰 이유였다.
서대문구가 장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무연고 사망자 장례 지원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무연고 사망자가 나오면 장례 의식 없이 곧바로 화장하는 ‘직장’으로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서대문구는 지역 주민들의 재능기부로 마을 장례를 치러주는 마을장례지원단 ‘두레’를 2013년부터 운영해왔다. 지역에서 함께 생활했던 고인의 가는 길을 정성스레 배웅하려는 뜻이다.
전은숙(78), 최문예(87), 오종임(77) 할머니(왼쪽부터)와 김시우 서대문구 복지정책과 주무관(가운데)이 ‘뜻깊은 작은 장례 실천 서약서’를 쓰고 환하게 웃고 있다.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2015년 11월에 열린 구청 간부회의에서 문석진 구청장이 “장례 비용은 저소득층뿐 아니라 일반 주민에게도 큰 부담입니다. 장례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도 주민을 위한 복지가 됩니다”라며 실천 방안 마련을 주문하면서 작은 장례 캠페인이 준비되기 시작했다.
업무를 배정받은 김 주무관은 우선 장례에 대해 공부했고, 골든에이지포럼을 알게 됐다. 포럼은 본인의 장례 절차와 내용을 미리 정하는 ‘사전장례의향서 작성 운동’을 하고 있었다. 서대문구가 추진하려는 방향과 같아, 김 주무관은 이를 참고해 서대문구 특성에 맞게 ‘뜻깊은 작은 장례 실천 서약서’를 만들었다.
김 주무관은 서약서 작성 캠페인을 알리기 위해선 주민 대상 설명회가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올바른 장례 문화’ 강연을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수소문해 지난해 3월 ‘장례 문화 인식개선 추진단’을 구성했다. 김 주무관은 추진단의 자문과 협조를 얻어 우선 노인정과 복지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순회강연을 시작했다. 이어 주민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다니며 강연을 제안했다.
“민방위 교육 참가자들이 강연을 듣고 박수갈채를 보내주었죠.” 김 주무관은 주민들의 뜨거운 반응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강연이 어느 정도 정착된 뒤 주민들이 실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서비스 마련을 모색했다.
장례 비용은 크게 장례용품과 조문객 접대 도우미를 지원하는 장례식 진행비, 안치실과 염습 등의 장례식장 사용료와 음식 접대 비용, 매장과 화장 등 장지 관련 비용으로 나뉜다. 장지 비용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화장 시설과 봉안 시설, 자연장 등을 이용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먼저 장례식장이 있는 서대문구 내 동신병원을 찾아갔다. 평균 200만원 정도 드는 장례식장 사용료를 최대 30%까지 낮춰줄 것을 부탁했고 수락을 받았다. 음식 접대 비용도 별관에서는 장례식장에서 제공하는 음식이 아니라, 외부 음식을 허용해주기로 해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장례식 진행비를 알아봤다. 관과 수의, 리무진 등 장례용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300여 개 상조회사 연합체의 상조 비용을 조사해보니 평균 500만원 정도가 들었다.
김 주무관은 “관과 수의 등을 소박한 것으로 바꾸고,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니 140만원이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죠”라며 주민들이 140만원에 상조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지난해 9월 3곳의 업체를 공개 모집해 선정했다고 했다.
김 주무관의 이런 노력으로 서대문구는 지난달까지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올바른 장례 문화’ 강연을 열었고, 1000여 명이 넘는 주민에게 서약서를 받았다. 올해는 서대문구에 있는 공공기관 등으로 강연과 캠페인을 확대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한 서비스 마련도 계속할 예정이다.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