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관악구청 치수과 이성연 팀장이 지난달 25일 낮 낙성대 야적장에서, 주택 철거 시 하수관을 땜질식으로 막던 기존 시공법(사진 앞쪽) 대신, 자신이 개발한 신공법에 쓰이는 매립형 폐쇄 캡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발밑 ‘지하 서울’은 지상만큼이나 복잡하다. 지하철역과 지하차도뿐 아니라 상하수도, 통신, 전력, 가스를 공급하는 수십 개의 시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서울의 상하수도 길이만 따져도 상수도 1만3700여㎞, 하수도 1만3900여㎞로, 서울보다 3배 넓은 일본 도쿄의 상하수도 길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관악구 치수과 이성연(41) 팀장은 상하수도를 인체 혈관에 비유한다. “상하수도는 우리 몸의 동맥, 정맥과 같습니다. 심장에서 나온 맑은 피가 동맥을 통해 온몸을 돌고 다시 정맥을 거쳐 돌아오는 것과 같지요. 대정맥이라 할 수 있는 공공 하수관로에는 수많은 개인 하수관들이 모세혈관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서 발생하는 오염된 물을 모아 하수처리장으로 내보내는 중요 시설이지만, 하수도는 다른 기간시설에 비해 홀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수도법이 제정된 때가 1966년이니 50년 전입니다. 당시 땅에 묻힌 하수관들은 재질이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철도나 고속도로가 최우선이었고 그다음이 상수도였습니다. 하수도는 기간시설 중에서도 뒷순위로 밀렸어요.”
서울시 하수관로의 절반은 설치된 지 30년 이상 된 노후관이다. 1960~1980년대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설치된 많은 하수관이 관리 시기를 놓친 채 땅속에 묻혀 있다. 이 팀장은 “최근 도로 함몰 사고가 이슈화되면서 하수관로에 대한 중앙과 지방정부의 관심도 높아져서,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한다.
이 팀장이 사각지대에 놓인 하수관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는 2009년 무렵이다. 당시 양천구청에서 근무하던 그는 특히 공공 관로와 개인 하수관의 연결 부위에 주목했다. “빗물과 오수 배출을 위해 공공 하수관로에 연결된 개인 하수관은 해당 건물이 철거되면 함께 제거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개인 하수관을 제거하면 공공 관로에 연결 부위가 구멍으로 남게 되지요. 당시 하수도법에는 이 연결 구멍에 대한 폐쇄 규정이 없었어요. 그런데 연결 구멍을 방치할 경우 주변 토사들이 공공 관로 속으로 흘러들어가 땅속에 동공이 발생해서 집중호우나 차량 하중이 가해지면 도로 함몰이 발생합니다.”
이 팀장은 우선 자신의 관리지역부터 개선책을 찾기 시작했다. 2009년 양천구는 전국 최초로 건축물 철거 시 사용하던 배수설비 연결부를 폐쇄하도록 의무화했다. “처음에는 왜 우리 지역만 적용되느냐고 반발도 컸어요. 배수설비업체들 모아놓고 왜 이런 작업이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하고 또 설명했지요.” 예상치 못한 난관은 또 있었다. “막상 폐쇄하라는 지침은 내렸지만 그때만 해도 마땅한 폐공 방법이 없었어요. 하수관로에 소규모 파손이 생겨도 합판을 댄 후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전근대적 방법을 써왔는데, 이런 땜질식 시공으로는 오래 버티지를 못해요.” 그가 직접 하수관로 폐공 공법 개발에 나선 까닭이다.
이후 근무지를 관악구로 옮긴 뒤에도 신공법 개발에 대한 뜻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몇몇 자치구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던 배수설비 폐쇄 조처를 시가 나서서 서울 전역으로 의무화하자 신공법 개발은 급물살을 탔다. 이 팀장은 동료들과 힘을 합쳐 지난해 11월, 1년에 가까운 시행착오 끝에 하수관로 폐공(보수)을 위한 신공법 개발에 성공했다.
시공 방법은 간단하다. 폐쇄가 필요한 부분에 고내구성 소재로 만든 매립형 폐쇄 캡을 삽입해 고정하고 콘크리트를 부어넣기만 하면 된다. 이 팀장은 “배수관 작업은 영세한 배수설비업체들이 맡는데, 시공법이 복잡하거나 비용이 많이 들면 설치를 꺼리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현장 적용이 어렵다면 있으나 마나지요. 기간시설들로 빽빽한 땅속에서도 쉽고 간단하게 시공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고 설명한다. 이번에 개발된 매립형 폐쇄 캡은 특허 출원된 상태로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특허권은 관악구에 있지만 그로 인한 수익은 많지 않을 것이다. 수익보다 민간 보급을 위해 특허를 출원했다.” 이 팀장의 바람은 철물점에서도 쉽게 폐쇄 캡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격도 개당 4만5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현재 관악구에서는 신축 건축물의 허가 시, 기존에 사용하던 개인 배수관을 신공법으로 폐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신공법으로 폐공된 배수관만 벌써 40여 개가 넘는다. “시공해본 배수설비업체에서 편하고 좋다고 칭찬해주시는데, 쑥스럽기도 하지만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생각에 흐뭇하다”고 말하는 이 팀장은, 대학교 1학년 때 토목직 공무원으로 채용되어 올해로 21년 차를 맞았다. “예전 한 선배가 공무원은 월급 받으면서 봉사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가슴에 와닿았어요.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조금만 더 부지런히 노력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고, 살기 좋아지리라 믿어요.” 이 팀장의 얼굴에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 글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시공 방법은 간단하다. 폐쇄가 필요한 부분에 고내구성 소재로 만든 매립형 폐쇄 캡을 삽입해 고정하고 콘크리트를 부어넣기만 하면 된다. 이 팀장은 “배수관 작업은 영세한 배수설비업체들이 맡는데, 시공법이 복잡하거나 비용이 많이 들면 설치를 꺼리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현장 적용이 어렵다면 있으나 마나지요. 기간시설들로 빽빽한 땅속에서도 쉽고 간단하게 시공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고 설명한다. 이번에 개발된 매립형 폐쇄 캡은 특허 출원된 상태로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특허권은 관악구에 있지만 그로 인한 수익은 많지 않을 것이다. 수익보다 민간 보급을 위해 특허를 출원했다.” 이 팀장의 바람은 철물점에서도 쉽게 폐쇄 캡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격도 개당 4만5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현재 관악구에서는 신축 건축물의 허가 시, 기존에 사용하던 개인 배수관을 신공법으로 폐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신공법으로 폐공된 배수관만 벌써 40여 개가 넘는다. “시공해본 배수설비업체에서 편하고 좋다고 칭찬해주시는데, 쑥스럽기도 하지만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생각에 흐뭇하다”고 말하는 이 팀장은, 대학교 1학년 때 토목직 공무원으로 채용되어 올해로 21년 차를 맞았다. “예전 한 선배가 공무원은 월급 받으면서 봉사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가슴에 와닿았어요.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조금만 더 부지런히 노력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고, 살기 좋아지리라 믿어요.” 이 팀장의 얼굴에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 글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