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사람

"함께 행복한 복지 실현하고 싶어요"

노숙인시설 입소자의 자원봉사 활동 이끄는 박해성 주무관

등록 : 2017-02-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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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성동구 용답동 기초복지팀 박해성 주무관과 자원봉사자 세 명이 쌀 포대를 실은 손수레를 끝고 밀며 용답동 골목을 누비고 있다.

“장하나 할머니, 장하나 할머니! 동주민센터에서 왔습니다!”

지난 2일 오후 3시, 오래된 용답동 주택가 거미줄마냥 촘촘한 골목길에 부산 억양이 구수한 남정네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용답동주민센터 기초복지팀 박해성(39) 주무관은 꽃장식이 달린 손수레에 10㎏ 쌀 20포대를 싣고, 골목을 거침없이 누볐다. 박 주무관은 지난해부터 성동구가 진행해온 ‘용답동 정감 가득한 동행’(이하 ‘정동’)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었다.

‘정동’은 용답동 노숙인시설 2곳의 입주자들이 한 달에 한 번 동네 대청소를 비롯해, 혼자 사는 어르신에게 요구르트 배달과 이사, 집수리 등을 재능기부하는 자원봉사 활동이다. ‘정동’은 노숙인시설 거주자들의 자립과 이웃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준비됐다. ‘정동’에 참여한 시설 거주자들은 기부에 동참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무료로 할 수 있다. 봉사활동과 각종 교육에 참여할 때마다 1만~3만원을 희망새싹 통장으로 받아 자립지원금을 모은다.

이날은 ‘24시간 게스트하우스’ 입소자들이 용답동 홀몸 어르신들에게 쌀 배달 자원봉사에 나섰다. 게스트하우스에 2년째 살고 있는 김영훈(가명)씨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주민들도 좋아하고 자립지원금도 쌓이고, 모두 만족합니다”고 했다.

성동구 끝자락에 있는 용답동은 임대료가 싼 편이라 성동구 내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428가구)와 어르신(1400명)이 가장 많이 산다. 전농천을 경계로 주거 밀집 지역과 노숙인시설인 비전트레이닝센터, 24시간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비주거 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지난해 1월 용답동주민센터 기초복지팀으로 발령받은 박 주무관은 “저소득층이 가장 많이 사는 동네인데다 노숙인시설 2곳까지 있어, 그 어느 지역보다 복지 대상자가 많은 지역”이지만 “주민 대부분이 노숙인시설을 부정적으로 생각해, 주민과 노숙인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복지사업을 고민했다”며 ‘정동’ 프로젝트의 배경을 설명했다.

노숙인시설 입소자는 최장 3년간 시설에 머물 수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그들을 주민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박 주무관은 2006년부터 성동구청 사회복지과와 복지정책과 등에서 10여 년간 경험을 쌓은 사회복지 공무원이다. 박 주무관은 자신의 경험과 자원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먼저 지역의 복지서비스 문제점을 찾았다. 복지 수요에 비해 필요한 지역 인프라가 부족했다. 복지서비스가 도시락 배달 등 단순 반복형 지원 사업에 머무는 이유였다. 성동구 마중물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공유를 통해 해결책을 찾았다.


박 주무관은 노숙인시설 입소자와 상담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자원봉사로 이들이 주민들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3월 성동구 마중물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동주민센터, 노숙인시설 대표가 참여해 논의를 시작했다. 노숙인시설 2곳과 도시철도공사, 정신건강증진센터, 자원봉사센터가 협력을 약속하는 업무협약도 맺었다. ‘정동’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자원봉사 활동을 희망하는 노숙인시설 입소자를 면접해 시설별로 15명씩 총 30명의 자원봉사자를 뽑았다. “성동구자원봉사센터와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교육하고, 공연 관람도 함께했어요.” 교육과 공연 관람 모두 시설 입소자들의 사회 적응 훈련 과정이었다. ‘정동’ 프로젝트는 이러한 준비를 거쳐 지난해 6월 본격화할 수 있었다.

먼저 용답동 홀몸 어르신 92명에게 주3회 요구르트를 배달했다. 매달 골목길 곳곳의 쓰레기봉투를 한곳에 모으는 마을 대청소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용답동에 불이 났다. 자원봉사자 모두가 나서서 화재 피해를 수습하고 집수리를 도왔다. 마을 주민들이 시설 입소자들의 진정성 담긴 자원봉사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마을 대청소와 요구르트·쌀 배달 등 고정 자원봉사 활동에 더해 계절별 자원봉사 활동도 발굴했다. 7월에는 낡은 다세대 주택의 방충망을 교체하고, 11월에는 혼자 사는 어르신과 장애인 가정에 에어캡(단열 뽁뽁이)을 붙여주었다.

시설 입소자들의 자원봉사는 지역 주민과 협업하는 것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김장 자원봉사 때는 시설 입소자들이 마을 주민들과 함께 김장을 준비하고 취약계층 가정에 배달하는 일까지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지역 주민의 시선도 달라졌다. 시설 입소자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식당이 생기고, 마중물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통한 지원도 늘었다.

“더 많은 노숙인시설 입소자들의 자립을 지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박 주무관은 “용답동뿐 아니라 다른 지역까지 자원봉사 활동 범위를 넓혔으면 좋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2017년에도 모두에게 이로운 상생의 복지를 실현하고 싶습니다. ”박 주무관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다.

글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사진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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