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사람

깨끗한 광화문광장 종로구가 책임집니다

이병대 종로구 청소행정과 주무관

등록 : 2017-03-02 14:39 수정 : 2017-03-0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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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이병대 종로구 청소행정과 주무관(사진 가운데)이 자원봉사자들과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크고 작은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토요일마다 도심이 시끄럽다. 지난해 10월29일 시작해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는 촛불집회는 모이는 시민의 수도 어마어마하지만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도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쓰레기는 촛불 시민들이 모아주기도 하지만 마무리는 해당 자치구의 몫이다.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결국 종로구가 처리해야 한다.

“집회의 시작은 시청광장이나 청계천광장 등 다양하지만, 결국 시민들은 광화문에 모이세요. 집회에서 쓴 손팻말 등 다양한 용품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이는 거지요.” 이병대 종로구 청소행정과 주무관은 집회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가장 많은 곳이 종로구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혔다. 이 주무관은 종로구 전 지역에 청소인력 배치를 담당하고 있다. 말하자면 ‘종로구 청소반장’인 셈이다.

길게 드리운 어둠을 촛불 시민들이 환히 밝히고 있는 2월 마지막 토요일인 25일 저녁 7시, 이 주무관이 광화문광장 ‘KT 광화문지사’(종로구 세종로 100) 건물 앞에 나타났다. 그는 무전기를 손에 들고, 종로구 환경미화 공무원들과 함께 광화문 앞 도로와 인도 곳곳에 달려 있는 쓰레기봉투를 살폈다. 쓰레기가 가득 찬 봉투는 수습해서 한곳으로 모으고, 그 자리에는 다시 빈 봉투를 매달았다. 익숙한 듯 서로 말은 없지만 행동은 일사분란했다.

“집회가 끝나고 청소차량이 올 때 한 번에 가져갈 수 있게 쓰레기를 모아두는 것입니다. 사전 작업조가 이렇게 해두면 도로 정리 시간이 줄어 집회가 끝나자마자 차들이 다닐 수 있어요. 투입 인력도 크게 줄기도 하고요.” 이 주무관은 이런 방법을 혜화동주민센터에서 청소 담당으로 근무할 당시 마을 주민들과 내 집 앞 눈 치우기를 했던 경험에서 찾은 것이라 한다.

광화문광장은 촛불집회 이전에도 크고 작은 집회가 끊이지 않은 곳이다. 많아야 수천 명이 모이는 평상시 주말 집회에서 나오는 쓰레기양은 평균 5톤 정도. 이를 처리하는 데 60명 안팎이 매달려야 했다. 인원이 수십만에서 100만 명이 넘는 촛불집회의 쓰레기양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100만 명이 모인 2월25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선 총 80톤의 쓰레기가 나왔다. 평소보다 무려 16배나 많은 양이다. 그러나 이날 동원된 청소 인력은 43명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5일 2차 집회에는 평소보다 많은 87명을 배치하기도 했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청소로 청소 인력을 오히려 평상시 집회 때보다 줄일 수 있었다.

청소에 걸리는 시간도 과거에 비해 놀랍도록 짧아져 집회가 끝나면 곧바로 차량 통행도 할 수 있을 정도다. 다른 자치구 쓰레기봉투가 흔히 발견될 정도로 성숙한 시민의식 덕이기도 하지만, 종로구가 연이은 촛불집회를 경험하면서 시민과 협력하는 청소 대책을 세운 결과이기도 하다. 그 대책은 시민에게 쓰레기봉투 무료로 나눠주기 행사 중간 사전 작업 진행 시민자율청소봉사단 운영 등 크게 세 가지였다.

“촛불집회 참여 시민이 줄지 않잖아요. 종로구 인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거라 판단했어요. 광화문광장에서 마포구, 은평구, 남양주시 쓰레기봉투가 보였어요. 시민들이 가져온 거지요. 이걸 보면서 ‘시민들에게 쓰레기봉투를 나눠주면 어떨까?’ 생각했죠.” 집회 청소에 인력을 계속 많이 투입하면 다음 날 종로구 지역 청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고를 받은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예산은 제가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시민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세요”라며 청소행정과의 아이디어에 힘을 실어주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쓰레기를 모으는 시간이 대폭 줄어 40명 선에서 감당할 수 있게 됐다. ‘청소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5차 촛불집회’(2016년 11월26일)부터 ‘시민자율청소봉사단’도 운영하게 됐다. 또, 행사 중간에 청소를 하면 으레 집회 참가자들의 반발이 있었는데 촛불집회는 달랐다. 시민들은 오히려 격려와 동참으로 힘을 북돋워주었다. 중간 청소 작업은 수거 시간 단축 등 집회 종료 후 거리를 정상화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이 주무관은 ‘1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해 10월29일부터 토요일마다 쉬지 않고 광화문으로 출근한다. 가족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했지만, 함께하지는 못했다. 청소 현장을 순찰해야 하는 공무원으로서 임무부터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 토요일을 여유롭게 보낼 수는 없지만, 저뿐만 아니라 종로구 청소행정과 모든 공무원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족과 시민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촛불집회 청소도 문제없이 치러내겠다는 이 주무관의 다짐에서 시민을 위한 공무원이란 자부심이 느껴졌다.

글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사진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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