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발 딛는 지금은 누군가의 미래다”

이창기ㅣ서울문화재단 대표

등록 : 2024-04-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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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5일 노들섬에서 열린 서울문화재단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박상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서울시 캐릭터 해치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서울문화재단 20주년을 맞이하여

문화예술계 변화를 피부로 읽어왔던 지난 20년, 서울문화재단 20주년 기념행사를 마치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며 돌이켜 본다. 지금껏 앞만 보고 달리다 ‘미래’라고 생각했던 지점은 멈춰보니 오늘이고, 지금은 미래의 문화를 새로 형성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서 있는 기분이다.

서울문화재단이 설립된 2000년대는 소위 ‘문화의 세기’라 불렸다. 전국 방방곡곡에 문화재단이 설립됐고, 지역문화재단을 중추로 축제와 문화행사가 넘쳐났던 그야말로 문화정책의 부흥기였다. ‘컬처노믹스’를 필두로 재단이 지역 유휴시설을 활용한 창작공간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다. 2009년부터 서울시와 재단은 5개 창작공간을 시작으로 2011년 총 9개의 창작공간을 운영하며 시대적 요구를 반영했다.

그렇게 시작된 2010년대부터 예술가와 예술작품에 대한 지원도 함께 확대됐다. 정부와 재단은 예술 지원 규모를 키웠고 체계적 시스템을 만들어나갔으며, 예술인 복지가 예술 지원의 화두로 떠오르며 예술 지원 범위가 넓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문화정책의 부흥기에 걸맞게 예술 지원은 제도를 고도화하며 예술생태계를 안정화하는 데 기여했다. 지난 20년 동안 서울문화재단이 지원한 작품은 총 2만3천여 건, 액수로는 3600억원 규모에 이른다.

환경의 대변화를 겪은 2020년대에 들어서는 예술가와 시민 대상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원 패러다임이 바뀐다. 전세계를 강타한 팬데믹은 지나고 보니 삶의 여러 방식을 전환한 계기가 됐고, 새로운 기술은 우리 삶을 윤택하게 했다. 재단도 인공지능(AI) 기반 예술인 지원 서비스를 도입하는 한편, 예술가별 필요에 최적화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서울예술인지원센터를 열어 예술인을 위한 원스톱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히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서울문화예술지원시스템(SCAS)을 구축했고, 청년과 원로 등 대상을 세분화해 지원 사각지대를 좁혀 나갔다. 또한 2023년 서울예술상과 서울희곡상이 제정돼 서울을 대표하는 순수예술 분야 종합시상제도로 안착했다.

재단의 설립 이유이자 또 하나의 핵심과제는 서울시민의 문화향유권 보장이다. 연간 서울시민 문화예술관람률은 지난해 56%를 기록했는데, 이는 시민의 반 이상이 문화예술행사를 연 1회 이상 향유했음을 의미한다. 지난 20년 동안 시민 문화향유권이 성장했다고는 하나, 아직 ‘문화의 형평성’ 수준에 올라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쉬운 수치다. 재단은 그래서 문화예술 접근성을 대폭 높인 ‘20분 문화향유 도시 서울’을 목표로, 오는 2030년 문화예술관람률을 8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이러한 목표를 설정하기까지는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했다. 특히 ‘약자와의 동행’ 시정과 궤를 맞춘 서울청년문화패스 사업은 20~23살 청년에게 연간 20만원의 문화비를 지원해 예술 시장의 활성화를 이끌었는데, 올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정책을 차용하면서 전국 사업으로 확대하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목표대로 20분 안에 시민 누구나 문화예술에 접근할 수 있으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무엇보다 25개 구청과 자치구문화재단, 그리고 국공립 문화시설 간 연계와 협력이 선행돼야 하며, 권역 단위 문화예술 랜드마크가 될 시설의 재정비도 필요하다.

올해부터 재단이 운영하는 노들섬을 비롯해 서울연극창작지원센터와 강북, 서초, 은평에 새로 생기는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까지 주요 거점이 될 문화예술 공간은 관람부터 체험까지 시민이 예술을 폭넓게 누릴 수 있는 문화행사와 예술교육으로 상시 운영될 예정이다.

재단이 앞으로 맞이하게 될 30주년 ‘미래’에는 재단이 그간 일궈온 토대 위에 작금의 케이컬처 열풍이 훈풍으로 지속되어 순수예술에까지 도달할 것을 기대한다. 서울시가 시대를 반영한 문화정책을 만들고, 재단이 시민과 예술가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으로 뒷받침한다면 가능할 일이다. 서울이 ‘글로벌 톱5 문화도시’로 도약할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창기ㅣ서울문화재단 대표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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