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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특별사법경찰 수사 업무(공산품 원산지, 위조 상품 등)를 담당하고 있는 김현기 주무관이 서울시청 무교동 청사에 있는 압수품 창고에서 위조 상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조진섭 기자 bromide.js@gmail.com
“모서리가 이중 박음질이 되어 있다면 가짜가 아닌지 의심해보세요.” 김현기(52) 서울시 민생경제과 주무관이 설명하는 가짜 상표 가방을 구별할 수 있는 간단 방법이다. 김 주무관은 위조 상품, 일명 ‘짝퉁’을 단속하는 담당자다. 서울 전역에서 상표법과 원산지 표시 등을 위반한 제품을 찾아내고, 조서를 꾸며 검찰에 처벌을 요청하는 게 그의 주된 업무다. 지난 8일 김 주무관을 만난 서울시청 압수품 창고에는 고가 브랜드가 붙은 가방과 의류가 가득했다. 지난 2월 한 달 동안 김 주무관이 압수한 물건들이다. 정상 판매가로 치면 140억원 정도 되는 물량이다.
“압수한 물품은 검찰로 보내 전량 폐기합니다. 이런 질 낮은 접착제 등을 사용해 만든 위조 상품이 유통됐다면, 금전적인 피해뿐 아니라 피부병 같은 질병으로 고생할 수도 있어요.” 김 주무관은 위조 상품 단속이 업체의 지식재산권 보호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도 지키는 일이라며 자신의 업무를 소개했다. 위조 상품 단속 외에도 주유기나 저울 같은 법정 계량기 단속, 공산품의 안전관리도 김 주무관이 담당하고 있다.
2011년부터 위조 상품 단속 업무를 담당해온 김 주무관은 업무와 관련한 특별한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김 주무관은 승용차 주유를 늘 20ℓ를 기준으로 한다. “주유기 정량 여부를 단속할 때 기준이 20ℓ에요. 그러다 보니 일부 주유소는 주유기를 20ℓ까지만 정량이 들어가도록 설정하거든요.” 20ℓ까지만 주유하면 일단 주유한 양이 정량인지 아닌지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업무 덕분에 생긴,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는 버릇으로 단속에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달 가방 업체 단속할 때였어요. 현장 옆에 ‘택배 임시보관소’가 있는데 ‘보내는 사람’이 비어 있는 택배 상자가 많더라고요. 수상해서 포장을 뜯어봤죠. 역시 위조 상품들이 들어 있더군요.”
위조 상품 현장 단속은 암행으로 이루어진다. 업자들이 갈수록 교묘하게 위조 상품을 숨겨두기 때문이다. 단속 현장에서 제품을 빼돌리거나 업자들이 단속반을 위협하는 상황도 생긴다. 현장 단속을 2인 1조로 하는 이유다.
날카로운 흉기에 대비한 방건복(전기충격기, 가스총, 칼을 막는 옷), 현행범의 도주와 거센 저항을 막기 위한 수갑과 ‘현행범 체포 확인서’, 현장을 기록하는 비디오카메라 등은 단속의 필수 준비물이다. 실제로 2012년 중구청 직원들과 함께한 명동 지역 합동단속 당시에 단속반 3명이 업자들에게 둘러싸여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김 주무관은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수사관’이란 직책도 갖고 있다. 특사경은 행정기관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한 제도다. 서울시에 특사경 제도가 도입된 건 2012년. 단속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사경은 포장을 뜯거나, 비밀창고를 개방할 수 있는 수사 권한이 있어요. 권한이 없던 2011년까지만 해도 의심이 가도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지만, 요즘은 신분증을 보여주면 순순히 요청에 응해주죠.”
서울시는 특사경을 도입한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총 23만5000여 점의 위조상품을 압수했다. 정품 시가로 따지면 1200억원 정도의 규모다. 고가 브랜드 샤넬과 루이뷔통, 구찌 제품 등이 압수 물품의 절반 정도였고, 품목으로는 의류가 가장 많았다. “요즘은 중국에서 의류를 들여와 국내에서 고가 브랜드 라벨만 붙여 파는 일명 ‘라벨 갈이’가 극성이에요.” 김 주무관이 단일 사건으로 최고액인 169억원 상당의 위조 상품을 지난해 겨울 적발했는데 이때도 라벨 갈이 제품들이었다.
“지인에게 받은 선물의 정품 여부가 궁금하십니까? 우선 정품 판매장에 가서 물어보세요. 대답을 회피하면 위조 상품일 가능성이 큽니다. 위조 상품은 눈길조차 주지 마세요. 산 사람도 처벌 대상이고, 금전적인 피해도 역시 시민에게 돌아갑니다.” 김 주무관은 갈수록 교묘해지는 유통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위조 상품을 구할 수 있게 됐지만, 단속 인력의 부족으로 어쩌지 못하는 현실을 아쉬워했다. 현재 서울에서 위조상품을 단속하는 자치단체의 특사경은 서울시 11명 외에 중구 5명, 강남구 4명, 서대문구 1명이 전부다.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인에게 받은 선물의 정품 여부가 궁금하십니까? 우선 정품 판매장에 가서 물어보세요. 대답을 회피하면 위조 상품일 가능성이 큽니다. 위조 상품은 눈길조차 주지 마세요. 산 사람도 처벌 대상이고, 금전적인 피해도 역시 시민에게 돌아갑니다.” 김 주무관은 갈수록 교묘해지는 유통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위조 상품을 구할 수 있게 됐지만, 단속 인력의 부족으로 어쩌지 못하는 현실을 아쉬워했다. 현재 서울에서 위조상품을 단속하는 자치단체의 특사경은 서울시 11명 외에 중구 5명, 강남구 4명, 서대문구 1명이 전부다.
김현기 주무관의 ‘짝퉁’ 구별법
• 바느질 끝부분을 불로 지졌거나, 이중 박음질한다.
• 저가 접착제를 사용해 냄새가 고약하다.
• 겉과 속의 패턴이 다른 위치에 있다.
• 금속 부분에 도색이 잘못되었거나, 흠집이 있다.
• 고가 브랜드는 라벨 양쪽 끝부분만 박음질한다.
• ‘made in USA’가 찍혀 있거나 100㎎을 초과하는 비아그라는 가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