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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GPT) 등 인공지능(AI)의 활용이 넓어지면서 국제적으로 관리규약 논의가 활발하다. 영국표준협회(BSI)도 이 논의에 참여하며, 7월 중 ‘ISO 42001 AI경영시스템 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최근 몇 년 사이에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에 그야말로 가속도가 붙고 있다. 더군다나 챗지피티(GPT) 같은 생성형 AI가 일반 대중에 소개되면서 우리 모두 AI 기술의 진보에 감탄하고 신기해하면서도, AI가 가져올 인류의 미래에 대해 공상과학영화에서 보았을 법한 상황을 떠올리며 마음 한편으로는 깊은 우려를 떨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인공지능의 기술 발전 및 이의 활용과 관련해 가장 먼저 던져야 할 큰 질문은 아마도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과 활용이 과연 민주주의적 가치에 부합하는가’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기업의 기술지도자(Technology Leader)층이 인류사회에 너무나도 큰 영향을 주게 될 인공지능 기술을 좌지우지하고, 그 결과 인류의 미래가 그들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 과연 민주적인가 하는 질문이다.
바로 이러한 가장 큰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AI 기술의 활용에 대한 공동체의 합의가 필요하고, 그 합의에 기반한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AI 기술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사용자의 안전과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악의적 사용을 방지하고 사용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은 윤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난해 3월 유럽연합(EU) 인공지능법(AI Act)이 유럽의회에서 통과되면서 영국표준협회(BSI)는 AI 기술 사용에 관한 최신 국제 산업 관리 지침을 발표했다. 또한 BSI는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표준회의(IEC)의 합동화 기구에서 인공지능 표준화를 위해 설립한 ‘ISO/IEC JTC 1/SC 42’ 참여 회원으로서 지난해 11월 발표된 세계 최초 AI 경영시스템 국제 표준인 ISO 42001 개발에 참여했고, 최근에는 양자기술(Quantum)에 대한 국제표준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있었던 한-영 정상회담의 후속 조처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과 BSI는 양자기술, AI 등 양국 간 첨단 기술 표준화를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협력하기로 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미래 첨단 산업의 기술혁신을 선도할 양자기술, AI 기술 분야에서 국제표준을 주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국제표준(경영시스템 표준)은 특정 비즈니스 목적 달성을 위한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성공 과정을 통해 전문가들이 합의한 모범사례를 담고 있으며, 조직에 표준을 적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타인의 값비싼 경험을 최소 비용으로 얻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표준을 적극적으로 조직 내에 내재화함으로써 각 표준이 의도하는 목적이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프로세스 관리방식이다.
최근 한국인 최초로 ISO 회장으로 당선된 조성환 전 현대모비스 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래산업표준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기업과 국가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언급했으며, AI와 관련된 기술, 생태계 운영방식 등 엄청난 표준 싸움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반해 한국 산업에서는 아직 표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며, 정부의 표준 중심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운영이나 장기적인 로드맵 구상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AI 기술은 어느덧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인간의 의존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이 AI 법제화에 힘쓰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아직 계류 중이기는 하나 AI기본법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발 빠르게 변해가는 과학기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느 하나 뒤처짐 없이 정부, 기업, 유관기관 등 모두 함께 노력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시대를 만들어나가야 하고 표준 제정과 고도화가 이러한 노력의 선봉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임성환ㅣBSI코리아 대표이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