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사람

“서울 곳곳에 나무 심어 미세먼지 흡수합시다”

‘서울, 꽃으로 피다’ 캠페인 담당 정성문 서울시 조경과 주무관

등록 : 2017-03-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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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정성문 서울시 조경과 주무관이 종로구 세종마을 주민들이 ‘서울, 꽃으로 피다’ 캠페인에 참여해 가꾼 정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 경보로 집집이 초비상이다. 수시로 물걸레질과 수분 섭취는 기본으로 해야 하며, 외출이라도 한다면 마스크는 필수가 됐다.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밖에서 돌아온 아이를 붙잡아서라도 말끔히 씻겨야 한다.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데 나무가 효과적이라지만 거리에서 나무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1년에 나무 한 그루가 흡수하는 미세먼지 양은 방울토마토 2개 정도 무게인 35.7g이다. 경유차 한 대가 뿜어내는 미세먼지는 연간 1680g, 이를 모두 흡수하자면 나무 47그루가 필요한 셈이다.

지난 28일 종로구 누하동의 한 정원에서 만난 정성문(45) 서울시 조경과 주무관은 “시민들이 생활 녹지를 일상에서 쉽게 만나야 하는데, 서울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서울의 ‘1인당 생활권 녹지 면적’이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9㎡의 절반 수준인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생활 녹지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 주무관은 서울시가 2013년부터 추진해온 ‘서울, 꽃으로 피다’ 캠페인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시민들 스스로 일상 곳곳에서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더 이상은 관이 나서서 서울숲과 여의도공원 같은 대규모 공간을 확보해 녹지를 만들기 어려운 현실이므로, 시민의 참여로 이 문제를 풀어보려는 것이다.

서울시는 해마다 마을과 골목, 아파트, 학교 등 500여 곳의 녹지 조성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10인 이상이 모인 단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 단체의 선택에 따라 최대 200만원 규모의 나무와 부엽토 등 녹화 재료를 받거나, 최대 2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녹지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도록 해마다 400명의 조경 리더도 길러내고 있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봄꽃 나무 나눔 시장’과 ‘서울정원박람회’ 등 다양한 시민참여 행사도 열고 있다.

“지난 4년간 96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해 1334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었어요.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처럼 시민들이 가능성을 보여준 거죠.” 이는 서울의 1인당 생활권 녹지 면적이 2013년 4.35㎡에서 2015년 5.35㎡로 늘어난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도 시민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녹지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 주무관의 업무는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에 머무르지 않았다. 캠페인 시행 첫해부터 민간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연계한 사업도 함께 추진해왔다. 음침한 골목길에 녹지를 만드는 현대자동차의 ‘화려한 손길 프로젝트’, 대규모 녹지를 만드는 금호타이어와 침구 회사 이브자리의 ‘산림 탄소 상쇄 숲’(산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숲) 등 내용도 기업 요구에 맞춰 다양하게 기획했다. 이런 노력은 지난해까지 79개 기업에서 총 89억원의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서울시와 사회공헌활동의 하나로 서울에 있는 매장 30곳에 화단을 꾸몄다. 정 주무관은 “서울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만 240곳이 넘는다고 해요. 모든 브랜드를 합치면 어마어마하겠죠? 언젠가 꼭 이뤄내고 말 겁니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요즘은 소문을 듣고 기업에서 먼저 연락해오기도 하지만, 캠페인을 처음 시행했던 2013년에는 기업의 담당자와 통화하는 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았죠.” 정 주무관은 기업을 캠페인에 참여시키기 위해 대표전화로 담당자를 접촉하려 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캠페인을 처음부터 준비하고 추진하느라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했던 정 주무관은 “아파트 발코니에 조그만 화단을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가꾸고 있는데, 처음에는 시큰둥했던 아이들도 지금은 너무 좋아한다. 시간을 더 내어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곳에 초록의 쉼터를 만들어볼까 한다”고 말했다.

글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사진 조진섭 기자 bromide.js@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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