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발달장애인들의 ‘웃음꽃 핀 우주여행’

발달장애인 천문우주교실 여는 강서구 ‘강서별빛우주과학관’

등록 : 2024-07-11 13:58 수정 : 2024-07-11 15:58

크게 작게

태양계 탐사 영상·달 모형 만들기

장애인들 별·우주 궁금증 풀어줘

다양한 상시·교육 프로그램 운영

“누구나 세상 더 넓게 보게 하는 문”

발달장애인들이 6월25일 강서구 방화동 강서별빛우주과학관에서 천문우주교실 ‘하늘 밖 세상, 우주야 놀자’ 강좌를 들었다. 발달장애인들이 강의 도중 자신이 좋아하는 행성이 그려진 가면을 골라 색칠하고 있다.

“하늘을 보면 뭐가 보여요? 별들이 잔뜩 보이죠. 오늘은 하늘 밖으로 나가볼 거예요. 우주와 함께 놀아보는 시간입니다. 태양계에 어떤 가족이 있는지 알아볼게요.”

6월25일 오전 11시30분, 강서구 방화동 방화근린공원에 안에 있는 강서별빛우주과학관 1층 코스모스마루에서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천문우주교실 ‘하늘 밖 세상, 우주야 놀자’가 열렸다. 김선형 ‘과학관과 문화’ 강사가 나서 발달장애인들에게 지구와 달, 태양과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에 대한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 알려줬다. 우주탐사선이 촬영한 달과 행성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고, 고무찰흙으로 달 만들기를 하거나 태양계 행성이 그려진 가면에 색칠해 써보기도 했다.

참가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김 강사가 이번에는 스크린에 사진 한 장을 띄웠다. 큰 돌멩이 같은 데 구멍이 움푹 패어 있다. “이곳이 어딘지 맞혀주세요.” 두 번째 사진은 마치 사막처럼 생겼다. “여긴 어디일까요? 궁금하죠?” 김 강사가 점점 궁금증을 부풀렸다.


질문에 대한 답을 뒤로한 채 태양과 태양계 행성을 찾아 떠나는 ‘우주여행’이 시작됐다. 붉은 태양이 나타나더니 점점 커졌다. 그 옆으로 수성과 금성이 보였고 이윽고 지구와 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게 보이죠. 이게 뭘까요?” 김 강사의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참가자가 “달”이라고 답했다. “네 맞아요. 우리나라가 탐사선 다누리호를 쏘아 올렸어요. 다누리호 발사로 우리도 달을 도는 인공위성을 가진 나라가 됐어요.” 김 강사는 다누리호는 2022년 8월5일 발사된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이라고 설명했다.

“달에도 바다, 산이 있어요. 자, 그럼 여기는 무엇일까요?” 김 강사가 앞서 문제로 낸 움푹 파인 부분과 비슷했다. “네, 이건 달의 운석 구덩이예요. 달에는 생각보다 매우 많은 구덩이가 있어요. 그것을 ‘크레이터’라고 합니다. 지구에서 보면 매끄러운 것 같지만, 굉장히 많은 구덩이가 있어요.” 김 강사는 앞서 보여준 사진과 비교해가며 “달에도 바다가 있고 표면이 울퉁불퉁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알려줬다.

달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고무찰흙으로 달을 만들었다. “산도 만들고 바다도 만들어요. 달에 토끼 모습도 만들어보세요. 여러분이 상상하는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내가 만든 달에는 어떤 동물, 어떤 것이 살까 한번 상상해보세요.” 발달장애인들이 만든 달 모양이 제각각이다. 완전히 둥근 달, 초승달 모양을 한 달, 조금 네모난 달, 길쭉한 달도 만들었다. 영상에서 봤던 모습대로 운석 구덩이를 잘 표현한 달도 만들었다. 한 참가자는 귀를 쫑긋 세운, 토끼가 사는 둥근 달을 만들었다. 달에 호랑이가 산다며 호랑이 얼굴 모양을 한 달, 개가 산다며 개 얼굴을 닮은 달도 만들었다.

고무찰흙으로 달 만들기가 끝나자 우주 탐사선은 화성, 목성, 토성을 지나 천왕성까지 갔다. “여기는 어디일까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 화성이에요. 산화철이 많아 붉게 보이는 거죠. 목성에는 우주선이 착륙할 수 없어요. 기체로 이뤄진 행성이어서 그래요.” 참가자들은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과 소행성에 대해 배운 뒤 문제도 풀었다.

마지막으로 각자 좋아하는 행성을 골라 ‘행성 가면 만들기’를 했다. 지구를 도는 행성 모습에 색칠한 가면을 오린 뒤 끈을 만들어 붙여 얼굴에 썼다. 모두 좋아하는 행성을 골라 좋아하는 색을 칠하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이날 강좌를 들은 전만석(43·둔촌동)씨는 김 강사가 묻는 말에 척척 답하고 고무찰흙으로 달 만들기와 가면 만들기도 재밌어했다. “오늘 별에 대해 얘기 들어서 무척 좋았습니다.” 평소 별에 관심이 많다는 전씨는 “따로 공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망원경으로 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며 “앞으로 이런 기회가 생기면 자주 오고 싶다”고 했다.

전씨 등이 참석한 이번 프로그램은 지난해 어린이용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을 발달장애인에 맞춰 더 쉽게 만든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아 발달장애인에게도 접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발달장애인은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강의를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려 해요.” 김 강사는 “멀리 있는 우주를 손으로 만져볼 수는 없지만, 발달장애인들이 우주 영상을 보고 손으로 모형도 만들고 가면에 색칠해서 써보면서 우주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며 “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지구를 떠나 우주로 넓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천문우주교실 ‘하늘 밖 세상, 우주야 놀자’는 4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넷째 주 화요일 오전 11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한다. 매월 첫째 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신청하면 되는데, 발달장애인과 보호자가 함께 참여신청을 해야 한다. 강서별빛우주과학관 누리집에서 예약하면 된다.

강서별빛우주과학관은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도심에 만든 천문우주과학교육시설이다. 천문우주에 관한 영상 관람과 별자리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천체투영실과 전시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우주과학산업과 천문학 분야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규모는 작지만 별과 우주를 사랑하는 강서구 주민들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별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심재현 강서별빛우주과학관 관장은 “개관 이후 장애인들이 보호자와 함께 방문하는 것을 보며 이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천문학 상식을 넓힐 수 있는 재밌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들어 별과 우주에 대한 ‘동네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가겠다”고 했다.

발달장애인들이 천문우주교실이 끝난 뒤 자신이 만든 행성 가면을 쓰고 손으로 브이(V) 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글·사진 이충신 선임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