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 힘든 매사냥 응봉동에서 보세요”

옛 매사냥 관청 응방 있던 응봉동 마을주민들이 축제 개최

등록 : 2024-10-18 14:01 수정 : 2024-10-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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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간해서 보기 힘든 전통 매사냥을 볼 수 있는 축제가 응봉동에서 19일 열린다. 성동구(구청장 정원오)는 마을 축제의 하나인 ‘제4회 응봉 매사냥 축제’가 개최된다고 밝혔다.

응봉동은 2021년부터 마을축제추진위원회(위원장 박일 주민자치회장)를 구성하고 매년 매사냥 축제를 개최해 예부터 전해오던 매사냥 전통을 이어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무형문화재인 박용순 응사가 매사냥을 시연한다. 응사는 매를 다루며 사냥하는 사냥꾼을 이르는 말이다.

축제는 응봉역 앞 응봉교 아래에서 오전 11시부터 열리며 매사냥 시연 외에도 투호 등 전통놀이 체험, 축하공연, 디제잉쇼, 먹거리장터 등 여러 세대가 어울리기 좋은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돼 축제의 흥을 더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매사냥은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시연된다.

마을축제추진위원회 박일 회장은 “매사냥 전통을 이어가는 분이 적다보니 응사를 수소문해 멀리 대전에서부터 모시고 4회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축제를 계기로 잊혀가는 마을 전통의 명맥을 잇고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며 소통하는 화합의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국사기’에 백제 아신왕이 매사냥을 좋아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삼국유사’ 영취사에는 매에게 달아놓은 방울 소리를 듣고 사냥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볼 때 우리나라 매사냥의 역사는 깊다. 고려와 조선에서는 매를 기르고 사냥을 가르치는 관청을 설치했는데, 이를 응방이라고 불렀다. 응방은 응봉동에 자리잡은 응봉산에 설치됐는데 응봉산은 매가 많이 산다는 의미에서 매 응(鷹) 자를 쓰고 있다.

역사가 깊다보니 과거 매를 부르는 명칭은 무척 다양했다. 사냥하는 매는 송골매라 부르고 새끼 때부터 길들인 매는 보라매 또는 해동청이라고 불렀다. 보라매는 나이에 따라 초지니 또는 갈지개(1년생 이하), 재지니(1~2년생), 삼지니(2~3년생)로 나눴다. 사냥에 가장 적합한 것은 초지니다. 야생으로 자란 매는 산지니라 하는데 사냥에 이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매는 배가 부르면 사냥을 하지 않거나 달아나기에 항상 허기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박 회장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응방이 있던 응봉동이지만 아쉽게도 매와 관련한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흔적이라곤 7년여 전 응봉사거리에 주민들 의견에 따라 설치된 매 동상 정도다. 그는 “응봉산조차 매보다는 개나리로 유명해 매년 2~3월이면 개나리를 구경하려는 인파가 몰린다”고 설명했다.

이번 축제를 후원하는 성동구 정원오 구청장은 “응봉 매사냥 축제를 통해 우리 마을의 전통을 되새기고 맹금류의 보호와 자연환경 보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동마다 고유한 특색을 살린 다채로운 축제가 주민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 오래도록 이어져갈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사진 성동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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