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안전, 인공지능·딥러닝 기술이 미래다

등록 : 2024-11-0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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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핼러윈 기간 10만 명 인파가 홍대 레드로드에 몰렸다. 평소에도 방문자가 많지만 핼러윈은 물론 성탄절과 연말연시, 축제 기간에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이에 마포구는 올해도 인파가 밀집할 것을 대비해 10월25일부터 7일간 레드로드에 현장상황실을 꾸렸다. 경찰·소방 인력을 포함해 총 1400여 명이 비상 상황에 대비했는데 현장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바로 인공지능(AI) 인파밀집 분석 시스템이다.

AI 인파밀집 분석 시스템은 폐회로티브이(CCTV) 카메라와 센서로 인파의 흐름을 실시간 분석하고 특정 구역에 사람이 몰리면 재난안전문자 전광판 경고와 음성 안내로 시민들이 이동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마포구는 지난해부터 레드로드 거리 9곳에 AI 인파밀집 분석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딥러닝 기술도 포함돼 과거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고 인간이 알아차리기 힘든 위험을 예측하기까지 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현상과 대형 재난이 빈번해지고 기반시설 노후화로 도로 침하나 시설물 붕괴 사고가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재난은 예측하기 어렵고 눈으로 위험을 예상할 수도 없다. 단순한 감시와 통제 위주의 대응이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 수집 분석을 통해 사고를 예측하고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첨단 기술 활용은 인구 감소와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현 상황에도 부합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인구 구조와 경제 양상의 변화뿐만 아니라 국가의 재난 대응 및 안전 관리 체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빠른 대응과 구조가 필요한 순간, 가용 인력이 부족하거나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고령 인구는 재난 발생시 대피에 더욱 취약해 피해 가능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AI 기반 분석시스템은 위험 상황을 판단해 스스로 작동하기 때문에 안전 관리 인력의 부담을 줄이면서 사고 예방과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빠른 조치가 가능하다.

실제 지난 7월 수도권에 집중 폭우가 쏟아지면서 마포구 월드컵천의 수위가 급격히 높아졌고 인근 지하차도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차량 통제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때 월드컵천 지하차도 입구에 설치된 차량 통제장치가 ‘위험’이라는 경고 문구와 음성경보를 송출하며 차단기를 내리고 차량 진입을 막았다. 사람 대신 마포구가 지난해 9월 자치구 최초로 설치한 ‘AI 침수 방지 시스템’이 영상정보를 수집 분석해 차단기를 작동시킨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없었다면 사람이 위험신호를 포착한 후 빗속을 뚫고 현장으로 이동해 차단기를 작동했어야 한다.

마포구는 재난 대응과 안전 관리를 위해 다양한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홍대 레드로드 23곳에는 와이파이와 CCTV, 안심비상벨이 설치돼 비상시 마포구 통합관제센터의 즉각 대응이 가능한 ‘스마트폴 안심가로등’이 설치돼 있다. 또한 센서로 주변 온도와 바람의 세기를 분석해 필요에 따라 자동으로 개폐되는 ‘스마트 그늘막’도 늘려가고 있다. 지역 내 30년 이상 된 노후 위험건축물에는 계측센서를 달아 건물 기울기와 균열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있다. 마포구는 이러한 인공지능과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재난 대응 체계를 바탕으로 더욱 안전하고 살기 좋은 미래 도시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는 곧 37만 구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길이자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추구해야 할 최우선 목표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는 재난 대응 정책 대신 적은 비용과 인력으로도 신속하고 정확한 위험 예측과 대응이 가능한 안전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신(神)이 세상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대신 ‘어머니’를 만들었다”라는 유대인 속담이 있다. 인간이 직접 할 수 없거나 그럴 필요 없는 일을 위해 등장한 기술을 적재적소에 제대로 활용한다면 어머니의 품과 같은 안정감을 누구나 누리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


상암 디엠시(DMC) 첨단산업센터 소재 로봇기업 제이엠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박강수 마포구청장에게 환영인사를 하고 있다. 마포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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