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사람

“홀몸어르신의 부동산 업무 저희가 대신 처리합니다”

부동산 돌보미 서비스 강동구 부동산민원팀

등록 : 2017-05-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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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부동산정보과 부동산행정팀 이원형 팀장이 지난 4월28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지하 셋방에 홀로 사는 김태희(66) 할머니를 방문해 할머니의 월셋방 거래와 관련해 도움말을 전하고 있다. 강동구 제공
지난 4월28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지하 셋방. 이곳에서 고양이 네 마리와 함께 사는 김태희(66) 할머니는 ‘이젠 근심이 사라졌다’는 듯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월세방 계약 만료로 이사를 해야 하는 김 할머니에게 그동안 큰 걱정거리였던 새 월세방 계약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강동구 부동산정보과 부동산행정팀 이원형(58) 팀장이 김 할머니의 손을 꼭 잡는다. 이 팀장은 김 할머니의 ‘부동산 돌보미’다. 부동산 돌보미로서 이 팀장은 부동산 거래에 어둡고 다리마저 불편한 김 할머니가 같은 둔촌동에 보증금 200만원에 월 20만원짜리 새 월세방을 얻을 수 있도록 세세한 도움을 주었다.

‘홀몸어르신 부동산 돌보미’ 서비스는 강동구에서 진행하는 취약계층 지원 제도 중 하나다. 김 할머니처럼 가족이 없는 65살 이상 홀몸어르신이나 초기 치매 어르신을 강동구의 부동산정보과 팀장들이 돌보미가 돼 돕는 것이다.

“시작은 지난해 6월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들의 건의였습니다. 생활관리사들은 홀몸어르신의 식사 등을 도와주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어르신들이 부동산 문제로 고민이 많은데 우리는 전문지식이 부족해 도와드릴 수 없어 안타깝다’며 구에 도움을 요청해온 거죠.”

이해식 강동구청장이 이런 건의를 받아들여 바로 부동산과의 팀장들로 드림팀을 꾸리게 했다. 이에 따라 이 팀장을 비롯해 부동산민원팀 윤계주 팀장, 지적관리팀 이병호 팀장, 지가조사팀 유병길 팀장, 도로명주소팀 정형기 팀장 등 5명이 ‘부동산 돌보미’가 됐다. 모두 부동산 관련 업무를 20년 이상한 베테랑들이다. 이 팀장은 이 ‘부동산드림팀’의 리더 격이다. 1985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이 팀장은 주택관리사 자격증까지 딸 정도로 부동산 관련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도움을 요청해오면 돌보미들이 일대일로 결연을 하고 돌봐드립니다. 홀몸어르신들은 특히 부동산 사기나 경매 등의 위험에 대응할 수단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부동산 거래 현장에 동행해 거래 때 위험이 없는지 살펴드리는 거예요.”

이 팀장은 “특히 재건축아파트의 경우에는 홀몸어르신들에게 새로 짓는 아파트의 동·호수 배정이나 추가분담금 등에 대한 상담과 조언이 필수”라고 말한다. 재건축아파트의 홀몸어르신들은 대개 10여평짜리 작은 공간에서 산다고 한다.

이 팀장 등 부동산 돌보미 팀원들은 바쁜 업무와 함께 부동산 돌보미 서비스를 병행하면서도 홀몸어르신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 팀장이 두 달 전인 지난 3월에 도움을 준 현 할머니(75)도 이 가운데 한 분이다.


역시 홀로 생활을 꾸려가는 현 할머니는 왼발에 장애가 있는데도 파지나 폐품 줍는 일을 계속해오고 있다. 파지를 팔아 생기는 하루 3000~4000원이 주요한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현 할머니는 이사를 해야 할 상황이 되면서 어렵게 모은 전세금을 사기나 당하지 않을지 근심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현 할머니도 결국 웃으면서 집을 옮길 수 있었다. 이 팀장이 부동산 돌보미로서 부동산 거래의 위험 요소들을 점검해준 덕분이다. 더욱이 현 할머니는 부동산중개료 24만원도 전액 지원받았다.

“강동구에서 운영하는 또 다른 취약계층 지원 프로그램인 ‘저소득 주민 무료중개 사업’과 연계한 덕입니다.”

저소득 주민 무료중개 사업은 강동 주민 중 저소득 계층 거주민이 7500만원 이하의 전·월세 계약을 할 경우 30만원 이하의 중개수수료를 전액 지원하는 제도다. 이 팀장은 “홀몸어르신의 경우 대부분 소액 전·월세 거래를 하기 때문에 이 제도의 혜택을 함께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중개수수료 지원은 파지값 하락으로 걱정이 많던 현 할머니에게 적지 않은 힘이 됐다고 한다.

이 팀장을 비롯한 부동산돌보미팀이 올 4월 말까지 도움을 드린 홀몸어르신은 모두 44명이다. 그런데도 이 팀장은 올해 더욱 많은 홀몸어르신을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오는 6월부터 이주를 시작하는 둔촌 주공아파트, 길동 신동아1·2차, 고덕주공 6단지에만 홀몸어르신이 62명이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부동산중개업자 중 동마다 한명씩 위촉돼 있는 상담위원들과 연계를 강화하는 등 한명이라도 더 많은 홀몸어르신의 부동산 거래를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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