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구 핫 플레이스

‘환승 지옥’에서 문화의 거리로

구로구 신도림역 버스킹 존 ‘라라랜드’

등록 : 2017-05-25 14:33 수정 : 2017-05-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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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4시를 조금 앞둔 신도림역 북측 광장(디큐브시티 광장, 8410㎡ 규모·사진). 주변 벤치와 선베드에는 젊은이들이 가득했다. 애인과 스킨십을 즐기는 이도 있었고,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살짝 잠이 든 사람도 있었다. 친구 여럿이 함께 수다를 떠는 모습도 보였다. 바쁘게 오고 가는 사람들과는 달리 이 광장에서는 누가 무엇을 하든지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느껴진다.

4시가 되자 광장이 술렁거렸다. 둥그렇게 벤치로 둘러싸인 광장 가운데에서 감미로운 목소리와 세련된 기타 선율이 울려퍼졌다. 네이버 뮤지션 리그에 소개되기도 한 어쿠스틱 듀오 ‘아봉’이 공연을 시작했다. ‘자신감’ ‘선물’ ‘안 만날 거야’ 등의 자작곡과 자우림의 ‘샤이닝’, 나르샤의 ‘아임 인 러브’, 김건모의 ‘첫인상’ 등 유명한 곡들을 들려줬다.

벤치에서 쉬던 이들과 신도림역을 이용하기 위해 지나가던 사람들 100여명이 함께 박수를 치며 공연을 즐겼다. 일하다 잠깐 쉬려고 나왔다는 인근 직장인들은 한목소리로 “공연자와 관객이 이야기를 나누며 편하게 공연이 진행돼 활기가 넘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 공연은 구로구가 신도림역 일대를 홍대, 신촌에 버금가는 버스킹 존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기획에서 비롯됐다. ‘라라랜드’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구로구는 4월부터 11월까지 매주 수요일을 포함해 주 3회 이상 신도림역 북측 광장, 남측 광장(오페라하우스), 신도림역 지하통로 등에서 버스킹 공연을 펼친다. 자세한 일정과 공연팀은 매주 구로구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어쿠스틱 기타(통기타), 보컬, 폴 댄스, 힙합, 미니밴드, 랩, 핑거스타일 악기 연주 등 기존 홍대·신촌 등의 지역에서 볼 수 있었던 인기 공연들을 무료로 즐길 수 있게 됐다. 날씨도 상관없다. 화창한 날에는 신도림역 광장에, 비 오는 날에는 신도림역 환승 통로에 무대가 마련된다.

이 광장 일대는 예전에 대성연탄 공장이 있던 곳이다. 2011년 백화점과 광장이 들어서며 주민 휴식 공간으로 거듭났다. 버스킹 존에서 공연하고 싶은 예술인들은 구로문화재단으로 신청하면 된다. 재단은 영상을 미리 받아 공연의 내용을 살펴보고 정한다.

신도림역 인근에 갈 일이 있다면 이곳을 꼭 기억해두면 좋겠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어버렸던 여유와 즐거움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을 선물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희정 구로구청 홍보전산과 주무관, 사진 구로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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