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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미 통합사례관리사의 상담 모습. 사례 대상이 자립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몸과 마음 상태도 체크하며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이끌어준다. 은평구 제공
“한 분은 마약으로 교도소에 갔다가 출소했지만 오랜 당뇨로 고생하고 있었고 집에는 노모와 장애인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죠. 희망이 없어 죽어버리고 싶다는 그분에게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권유해 취득을 도왔고, 어린이재단에 협조를 구해 1톤 트럭도 지원받아 지금은 어엿한 유품정리사업가가 되셨죠. 쉽지 않은 일인데 노모를 생각하면서 보람을 느끼며 일한다시더라고요.”
사람이 사람을 돕는 공적 서비스로 쉽게 경찰, 소방관을 생각하지만 또 다른 직업이 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망’, 2019년 ‘탈북 모자 사망’, 2020년 ‘부천 일가족 사망’, 2022년 ‘수원 세 모녀 사망’, 2024년 ‘창원 세 가족 사망’ 등. 이런 안타까운 뉴스 아래 드러나지 않은 잠재 위기가정에 빛이 되는 사람들, ‘통합사례관리사’다.
지난 3일 정찬미 은평구 통합사례관리사를 구청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지?’라고 할 만큼 열악한 거주환경, 이렇다 할 수입은 없고 본인이나 가족이 난치병에 고통받고 치료조차 받을 수 없는 캄캄함에서 온 심한 우울증. 이들이 삶의 끈을 놓는 건 한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닙니다. 경제적 어려움, 정신건강, 질병, 가족관계, 돌봄 등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중첩된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도저히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사람을 다시 살게 한다는 게 쉬울까요?” 정찬미 통합사례관리사는 노인복지관과 치매안심센터, 요양시설을 거쳐 2014년 이 일을 시작했다. “벌써 11년이 지났어요. 돌아보니 제가 만나 상담하고 함께해온 분들이 100분 정도 되네요. 이 중 70여 분은 상황이 호전되거나 자립에 성공해서 건강한 삶을 살고 계십니다.”
‘사례관리’(Case Management)는 실업, 빈곤, 주거 불안 문제 등 유럽, 미국 등에서는 이미 정착한 사각지대 통합복지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에선 2007년부터 복지 사각지대와 위기가구 문제가 부각되면서 한국 상황에 맞도록 제도화됐다. 은평구(구청장 김미경)는 올해 서울시 최초로 1년간 ‘통합사례관리사 동 주민센터 파견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그동안은 상담관리 요청이 들어오면 수동적으로 대응하던 것을 현장인 동 주민센터로 사례관리사를 전진 배치해 직접 위기가구 상담과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게 됐다.
단순히 한 번 만나 도움 주는 게 아니라 수년 이상 계속 만나며 삶의 길로 인도하려면 여러 가지 지원도 장기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통합사례관리는 정책부서가 많은 예산을 들여 직접 지원하기보다 일자리나 주거, 돌봄, 건강, 교육 등 서비스를 하고 있는 공공기관이나 단체,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해결해나간다”며 “그래서 통합관리사가 위기가정을 상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새 삶을 살도록 상황별로 지원해줄 곳을 찾아 연결해주고 협조하도록 설득해나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곤 “늘 부탁하는 게 제 일입니다”라며 웃는다.
어떨 때 보람을 느끼느냐고 물었다. “저는 이전에 다양한 복지 일을 했지만 이 일이 가장 맞는 것 같아요. 마음을 굳게 닫고 경계하는 분들, 사실 정신적으로 많이 어려운 분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래도 꾸준히 관심받고 있다는 걸 인식하면 결국엔 마음을 엽니다. 이들이 삶의 의욕을 되찾고 목표의식까지 생긴 걸 확인하면 비로소 제 일이 마무리되고 이어서 동 주민센터 지원을 받게 됩니다. 이때가 가장 보람되죠.”
그는 은평만의 복지 정책 의지도 자랑했다. 올해 1월부터 영유아부터 청년, 중장년, 어르신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복지체계 구축을 위해 ‘돌봄복지국’을 신설하고 산하에 ‘통합돌봄과’와 ‘청장년희망과’가 생겼다고 했다. 연령별, 상황별 대응을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하겠다는 구의 의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관계기관과 주민과의 협력이 원활한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은평구는 주민들의 자치활동이 활발합니다. 그만큼 주민들 간에 서로 관심과 관계의 돈독함이 남다르죠. 그러니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도 빨리 찾아내게 되고 함께 모여 적극적으로 해결방안도 찾는답니다. 서부경찰서, 구 희망복지지원단, 동 주민센터가 공동으로 ‘생계형 범죄 대상자 지원 핫라인’을 운영하고, 지역을 3개 권역으로 나눠 복지관, 구청, 보건소, 병원, 교육청, 학교, 지역아동센터 등 500여 명의 주민과 관계기관이 참여해 동별로 운영위원회를 수시로 열고 있어요. 주민과의 협력은 통합사례관리의 성과를 더 높이죠.” 이런 협력 덕에 은평구는 지난해 보건복지부 ‘희망복지지원단 운영’ 부문에서 전국 229개 지자체 중 서울시에선 유일하게 2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올해 지난해와 같은 규모인 978명의 통합사례관리사를 지원한다. 상반기에는 여기에 더해 고독사예방관리사 114명을 새로 지원한다. 통합사례관리사는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자치구가 비용을 나눠 부담한다. 지자체 의지에 따라 직접 뽑아 운영하기도 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정찬미 통합사례관리사는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단다. “어려운 점도 있어요. 사실 낯선 이들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걱정되기도 하죠. 예기치 않은 돌발 안전사고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구를 지급해 착용하는 걸 의무로 해주면 좋겠어요. 현장 활동하는 분들의 안전도 중요하니까요.”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그는 관계기관과 주민과의 협력이 원활한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은평구는 주민들의 자치활동이 활발합니다. 그만큼 주민들 간에 서로 관심과 관계의 돈독함이 남다르죠. 그러니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도 빨리 찾아내게 되고 함께 모여 적극적으로 해결방안도 찾는답니다. 서부경찰서, 구 희망복지지원단, 동 주민센터가 공동으로 ‘생계형 범죄 대상자 지원 핫라인’을 운영하고, 지역을 3개 권역으로 나눠 복지관, 구청, 보건소, 병원, 교육청, 학교, 지역아동센터 등 500여 명의 주민과 관계기관이 참여해 동별로 운영위원회를 수시로 열고 있어요. 주민과의 협력은 통합사례관리의 성과를 더 높이죠.” 이런 협력 덕에 은평구는 지난해 보건복지부 ‘희망복지지원단 운영’ 부문에서 전국 229개 지자체 중 서울시에선 유일하게 2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올해 지난해와 같은 규모인 978명의 통합사례관리사를 지원한다. 상반기에는 여기에 더해 고독사예방관리사 114명을 새로 지원한다. 통합사례관리사는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자치구가 비용을 나눠 부담한다. 지자체 의지에 따라 직접 뽑아 운영하기도 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정찬미 통합사례관리사는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단다. “어려운 점도 있어요. 사실 낯선 이들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걱정되기도 하죠. 예기치 않은 돌발 안전사고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구를 지급해 착용하는 걸 의무로 해주면 좋겠어요. 현장 활동하는 분들의 안전도 중요하니까요.”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