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주택’…포퓰리즘인가 돌파구인가

초점& 지난해 청년 36가구 공급에 이은 신혼부부 대상 두 번째 실험

등록 : 2025-01-0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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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가 청년 신혼부부들을 위해 월세 1만원인 임대주택 7가구를 선보였다. 동작구 제공

신혼 초 주거 안정, 실제 임대 기간 4년
“당첨돼 식 올리는 부부도 있어”

지난해 4월 월세 1만원짜리 청년임대주택 36가구를 공급한 동작구(구청장 박일하)가 이번엔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1만원주택 7가구를 내놓았다. 동작구가 이번에 선보인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1만원주택 7가구는 구가 직접 발품 팔아 청년 신혼부부에게 적합한 주택을 찾고 임대인과 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신혼부부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동작구 제공

신혼부부는 구가 임대인과 체결한 전세보증금의 5%(약 1천만~1600만원)와 월세 1만원을 내면 살 수 있다. 나머지 월세는 구 출자기관인 대한민국동작주식회사의 수익금으로 보전한다. 2022년 설립된 이 회사는 도시정비사업 컨설팅, 일자리사업, 청소·방역 등 용역, 어르신 및 아이돌봄 사업으로 수익금(잉여금)을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신혼부부 주택의 임대기간은 2년이고 1회 연장이 가능해 실제 임대 기간은 4년이다. 중위소득 120%(2인 가구 약 45만원) 이하인 19~39살 무주택 신혼부부가 신청해 지난해 말 당첨자를 발표했는데 경쟁률이 14 대 1을 기록했다. 구 관계자는 “이번에 입주하는 7가구 중에는 예비 신혼부부도 있고, 이 중 그동안 집 문제로 결혼을 미루다가 이번 당첨된 덕분에 식을 올리게 된 분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관련 기사에는 “자유시장 경제를 왜곡시키는 정책”이라거나 “전형적인 보여주기식이다” “왜 몇몇 소수에게만 혜택을 주냐”는 비난성 댓글이 붙었다.


1만원 주택 정책이 한쪽에선 포퓰리즘이라 비난하지만 88만원 세대, 엔(N)포 세대라는 상처받은 청년 세대를 위한 과감한 시도인 것은 분명하다.

동작구 제공

이런 시도가 어느 날 불쑥 나온 건 아니다. 학원가와 대학 등이 있어 다른 구에 비해 청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동작구는 이미 전방위적인 청년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공용주차장을 청년임대주택 36가구로 조성한 서울시 최초의 1만원 임대주택(양녕주택)을 이미 지난해 선보였고, 반찬나눔, 1인가구 건강검진,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 어학·자격증 응시료 및 취득 축하금, 취업성공축하금, 대학생 정책 아이디어리그 등 수많은 정책을 진행해왔다. 올해부터는 문화생활비와 월세, 식비 지원에다 청년카페(더한강, 한옥카페R1)도 열었다. “결혼하고 싶으면 동작으로 가라.” 좀 과장된 말이지만 ‘의지’만큼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통계청이 지난 12월 발표한 ‘2023년 신혼부부통계’ 자료를 보면 혼인신고 5년 미만의 전국 신혼부부는 약 97만 쌍으로 나타났다. 이 중 초혼 신혼부부는 약 77만 쌍으로, 2019년 약 100만 쌍이었으니 4년 만에 무려 23만 쌍이 줄었다. 서울은 2019년 약 20만 쌍에서 약 15만 쌍으로 약 5만 쌍이 줄었다.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에 골인했다면 행복한 경우다. 케이비(KB)경영연구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4 한국 1인가구 보고서’를 보면 20~30대의 경우 10명 중 6명은 결혼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특이한 건 일본(8명)보다 결혼하겠다는 청년의 비중이 눈에 띄게 적었다. 결혼 의향이 있는 청년들은 일본에 비해 ‘결혼자금’과 ‘살 집 마련’에 더 큰 부담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10명 중 4명은 연립이나 다세대, 3명은 오피스텔에 살고 있었다. 이들은 가장 개선돼야 할 과제로 안정된 ‘수입’과 ‘주거’를 꼽았다.

이런 추세에 따라 동작구의 청년정책은 더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 구청장은 지난해 7월 양녕 청년주택(성대로10나길 17)을 방문해 입주 청년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1만원 주택을 어떻게 하면 더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확대할 수 있을까를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구는 향후 ‘청년협의체’ 구성, 취·창업 역량 트레이닝, 힐링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더욱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보수·진보정권 할 것 없이 출산율 증대를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썼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2015년 43.8만 명이던 출생아 수는 지난해 23만 명으로 추락했다. 8년 만에 거의 반토막이 난 것이다. 공익광고협의회가 지난해 제작해 티브이에서 방영한 출산장려 광고 ‘아이러니, 아…이러니’ 편 유튜브 영상에는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감성적 접근으로는 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 댓글이 많이 달려 있다. ‘스테이 인(stay in) 동작’을 외치며 청년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동작구의 과감한 시도가 ‘백약이 무효’라는 출산율 정책에 진짜배기 돌파구를 마련해줄지 주목된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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