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동의 전망 좋은 서울

북악팔각정에 서면 서울의 두 얼굴이 펼쳐진다

종로구 평창동 북악팔각정

등록 : 2017-08-24 15:25 수정 : 2017-08-2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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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팔각정 느린우체통 옆에서 본 풍경
종로구 부암동 창의문에서 성북구 정릉을 잇는 북악산로(옛 북악스카이웨이)에 자리 잡은 북악팔각정에서 바라보는 서울은 두 얼굴이다. 첫번째는 병풍처럼 펼쳐진 북한산 능선이며, 두번째는 아차산 일대부터 여의도까지 펼쳐지는 도시의 풍경이다. 북악팔각정에서 백사실계곡으로 걸어서 내려온다. 백사실계곡은 서울의 도심 광화문에서 4㎞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아름다운 숲과 계곡이다.

북악산길에 만들어진 북악팔각정

1968년 1월21일 북한 무장간첩 31명이 청와대 습격을 목적으로 청와대 부근까지 침투했다. 이른바 1·21사태로 알려진 이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도로가 북악스카이웨이다. 1·21사태 직후인 1968년 2월9일 서울시는 수도 방어와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북악스카이웨이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2월21일 공사를 시작해 9월28일 완공했다. 당시 개통한 북악스카이웨이는 길이 약 9㎞, 폭 10~16m의 도로였다.

옛 북악스카이웨이를 지금은 북악산길이라 한다. 북악산길은 종로구 부암동 창의문에서 성북구 정릉을 잇는 도로이며, 도로 옆에 산책로를 만들어 사람들이 걸을 수 있게 했다. 북악산길 중간 정도 되는 전망 좋은 곳에 북악팔각정이 있다. 북악팔각정을 오가는 대중교통은 없다. 창의문이나 정릉 부근에서 걸어갈 수 있지만, 택시를 타고 올라간 뒤에 내려올 때 걸어서 내려오는 게 낫다.

지하철 경복궁역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고 북악팔각정에서 내렸다. 평일 오후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팔각정공원 곳곳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음료를 마시며 작은 소리로 웃고 이야기한다. 그 뒤로 북한산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졌다.

북악팔각정 느린우체통
공원 한쪽에 큰 우체통이 보인다. ‘느린우체통’이다. 북악팔각정 2층 하늘레스토랑에서 엽서(2000원)를 사서 내용을 쓴 뒤 레스토랑 안에 있는 우체통에 넣으면, 1년 뒤에 엽서에 적은 주소지로 엽서가 배달된다. 전에는 밖에 있는 커다란 우체통에 엽서를 넣게 했는데, 우체통 안에 쓰레기가 쌓이는 바람에 하늘레스토랑 안에 우체통을 놓았다. 밖에 있는 커다란 우체통은 제 기능을 잃고 홍보와 상징의 도구로 쓰이고 있었다.

북악팔각정 전망대에서 본 잠실 일대
북악팔각정에서 보는 자연과 도시


팔각정공원 느린우체통 옆에서 북한산 능선을 카메라에 담은 뒤 팔각정으로 올라갔다. 먹구름이 낮게 떠서 서울 시내를 뒤덮었지만, 지난 며칠 비가 온 뒤라서 먼 곳 풍경까지 깨끗하게 보였다. 서울의 동쪽 아차산 일대부터 서쪽으로 눈길을 옮기며 풍경을 눈에 넣는다. 여의도 63빌딩 일대까지 펼쳐지는 도시의 풍경이 한양도성 성곽이 있는 백악산(북악산)에 가려 끊겼다.

아차산과 63빌딩 사이에 잠실 롯데월드타워, 낙산공원과 낙산 한양도성 성곽, 남산, 광화문 일대가 자리 잡았다. 롯데월드타워 뒤 성남 쪽에 떠 있는 먹구름에서 시작된 뿌연 빗줄기가 지상까지 닿은 게 보인다. 아마도 그곳에는 소나기가 내릴 것이다. 관악산 정상은 먹구름에 덮였다. 백악산(북악산) 한양도성 성곽 뒤로 광화문과 경복궁의 일부가 보이고 도심의 빌딩 숲에서 솟은 남산이 풍경의 한 축을 이루었다. 먹구름을 쓴 관악산이 가까워 보인다. 하늘과 도시 사이에 먹구름이 드리웠고 그 사이로 까만 새 한 마리 날아간다.

서울 도시의 풍경 반대편에는 북한산 능선이 펼쳐진 풍경이 있다. 형제봉, 보현봉, 승가봉, 사모바위, 비봉, 향로봉, 족두리봉이 능선을 타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진다. 북한산 능선 위 구름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파란 하늘이 점점 넓게 드러난다. 도시 쪽 하늘에는 아직도 먹구름이 낮게 떴다.

병풍처럼 드리운 북한산의 능선과 골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바라본다. 사모바위 아래 한옥 몇채와 탑, 바위 몇개가 보인다. 승가사였다. 절집 옆 바위는 부처를 새긴 마애불이었다. 북악팔각정 2층 하늘레스토랑 옆 난간을 한 바퀴 돌며 바라보는 풍경에는 도시와 자연이 가득했다.

백사실계곡
도심의 숲과 계곡, 백사실계곡

북악팔각정에서 종로길 방향(도로 옆 철책에 정릉길 방향과 종로길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다)으로 걷는다. 도로 옆에 산책로가 있다. ‘백사실계곡(별서터) 820m’라고 적힌 이정표를 따라 숲길로 접어들었다.

백사실계곡에는 조선 시대 별서(농장이나 들 근처에 별장처럼 따로 지어놓고 농사를 짓던 집) 터가 있다. 한옥 건물의 주춧돌과 연못 자리가 남아 있다. 서울 도심 광화문에서 찻길로 4㎞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맑은 계곡 물이 흐르고 푸른 숲이 우거진 백사실계곡은 도심의 숨은 비경이자 비밀의 정원이다. 며칠 동안 비가 내린 뒤라서 계곡에 물이 많다. 물이 흐르는 대로 따라 걷는다. 숲을 벗어나면 계곡 물은 산비탈을 만든 바위 위를 흐른다. 산비탈 바위에 난 물길로 물이 세차게 흘러떨어져 작은 폭포를 이룬다. 그 옆에 현통사라는 절이 있다.

백사실계곡
홍제천과 세검정
절을 지나 내려가면 산비탈에 들어선 집과 집 사이 커다란 바위 위로 물이 폭포처럼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떨어지는 물은 냉기를 머금은 바람을 일으키고, 그 바람이 산비탈 마을 골목길을 서늘하게 한다. 골목길을 벗어나면 홍제천을 만난다. 홍제천을 따라 걷는다. 홍제천에도 물이 많이 흐른다. 물살이 세다. 여울목에서 물은 하얗게 부서진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물살은 조선 시대 사람 정약용이 소나기에 물구경을 했다던 세검정 앞에서 옥빛으로 고였다 흐른다.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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